일반인은 평생 운전을 해도 도달하기 어려운 100만 마일(약 161만 km)의 주행거리를 달성한 미국의 한 남성이 공짜로 새 차를 얻는 횡재(?)를 했다. 해당 차량을 만든 토요타는 자신들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긴 거리를 달린 차량을 해부하기로 했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살고 있는 빅터 쉐퍼드(Victor Sheppard)는 평범한 중년 남성이다. 하지만 그의 직업은 평범하지 않다. 석유 산업에 꼭 필요한 각종 부품을 운반하는 것이 그의 직업. 때문에 그는 밤낮 없이 사시사철 미국 전역에 위치한 석유 회사들에 부품을 배달한다.
그가 지난 2007년 구입한 차량은 토요타의 대표적인 풀사이즈 픽업 트럭, 툰드라(Tundra)다. 우리나라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북미에서는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이다. 쉐퍼드의 툰드라는 헤비 듀티 모델로, 4.7L V8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그는 지난 9년동안 연 평균 12만 5,000마일(약 20만 1,000km)을 주행했다. 그의 직업 특성 상 미국 대륙을 수시로 횡단했기 때문. 현재 그가 타던 툰드라의 적산거리계는 99만 9,999마일에서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어 실제로는 100만 마일이 넘게 달린 것으로 추정된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가 깨끗한 상태라는 것이다. 외관만 보더라도 범퍼 커버 외에는 새 차나 다름없는 상태다. 적재함은 무거운 부품들 때문에 곳곳에 찌그러진 흔적이 있지만 녹 조차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실내는 더더욱 놀라운 지경이다. 쉐퍼드는 내장재 보호커버를 한 번도 씌운 적이 없음에도 운전석 시트나 각종 버튼은 거의 상처를 입지 않았다. 단지 도어 플레이트와 스티어링 휠의 가죽이 약간 해졌을 뿐이다.
하이라이트는 이 차의 엔진과 변속기가 단 한 번도 교체된 적 없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주행거리가 70만 마일(약 112만 km)에 다다랐을 때 후진 기어가 고장나 수리를 받았고, 타이밍 체인과 워터펌프를 함께 교체한 것 외에는 어떤 수리도 받지 않았다. 토요타 차량의 놀라운 내구성을 운전자가 증명한 셈이다.
토요타의 툰드라와 타코마 픽업트럭 치프 엔지니어를 맡고 있는 마이크 스위어즈(Mike Sweers)는 완성도 높은 차를 생산한 텍사스 샌 안토니오 공장의 근로자들을 치하하는 한편, “이 차가 100만 마일을 달릴 수 있었던 데에는 차를 정확히 알고 있는 정식 서비스 센터의 공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쉐퍼드는 117번의 엔진오일 교환을 포함한 모든 차량 정비를 토요타 딜러십 정식 서비스 센터에서 받았다. 그는 정식 서비스 센터를 선택한 이유를 “사설 정비소보다 더 비싸지만 차량의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할 지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의 툰드라는 여전히 새 차만큼 매끄럽게 시동이 걸리고 주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자신의 애마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토요타에서 그에게 최신 2016년형 툰드라를 선물하기로 결정했기 때문. 신형 툰드라는 내·외관 디자인을 변경하고 더 연비가 좋은 신규 엔진을 장착했다.
대신 토요타는 100만 마일을 달려 온 툰드라를 인수해 차량을 분해,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지니어들조차 깜짝 놀랄 정도로 놀라운 내구성을 자랑한 이 차량이 100만 마일 주행을 거치며 어떻게 노후됐는 지 연구하고 더 튼튼한 차를 만들기 위해서다. 운전자는 새 차를 받고, 토요타는 내구 테스트에서도 얻기 힘든 귀중한 연구 샘플을 얻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