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 등 외신은 삼성전자가 이탈리아의 자동차 부품 회사 “마네티 마렐리(Magneti Marelli)”의 인수협상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만약 실제로 삼성전자가 마네티 마렐리를 인수한다면 이를 통해 자율주행, 전장 시스템 등 미래 자동차 산업에 삼성이 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네티 마렐리는 FCA(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 그룹의 부품 전문 회사로 피아트, 크라이슬러, 페라리, 마세라티 등 그룹 주요 계열사에 핵심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다. 1919년 설립되어 무려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최근 경영난으로 허덕이는 FCA 그룹 내에서도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는 우량 기업이기도 하다.
마네티 마렐리는 비록 규모로만 보자면 30위권의 부품회사로 현대 위아 등과 비슷한 규모지만, 매출의 70% 대부분이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발생해 해외 완성차 진출에 매우 유리하다. 또한 FCA 그룹 완성차 대부분에 납품하고 있어 향후 전망도 안정적이다.
특히 마네티 마렐리는 오래 전부터 모터스포츠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어 첨단 기술력을 풍부하게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F1, 모토GP, WRC 등 주요 모터스포츠 대회에 참가 중이며, 특히 페라리 F1 팀과는 50년 이상 파트너십을 유지해 왔다. 주로 레이스카의 전장제어 시스템과 에너지 회생 시스템 등을 개발한다. 하이퍼카 라페라리의 주요 전자장치와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마네티 마렐리가 개발했다.
주요 사업분야는 차량 전장(계기판, 인포테인먼트 및 텔레매틱스), 차체 경량화, 조명, 제어장치 및 파워트레인, 서스펜션, 배기 등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텔레매틱스와 인포테인먼트 등 전장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네티 마렐리의 인수가는 30억 달러(한화 약 3조 3천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이며, 삼성이 현재 70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인수에 큰 난항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인수 협상은 늦어도 올해 안에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자동차 산업 진출을 통해 스마트폰, TV 등 소비자가전 위주의 수입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작년 12월에 내부적으로 차량전장 전담부서를 설립하고 자동차 전장사업분야 진출을 준비해 왔다. 장기적으로는 고도 자율주행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 그룹이 마네티 마렐리 인수를 발판 삼아 장기적으로는 FCA의 완성차 사업을 인수하거나 마세라티 등 럭셔리 카 분야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FCA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부진을 겪으며 GM, 토요타 등 주요 글로벌 메이커에 인수합병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바 있다. FCA 인수를 통해 삼성 그룹의 숙원사업인 자동차 산업에 재진출한다는 분석이지만, FCA의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실제로 그렇게 될 지는 미지수다.
한편, 삼성과 마네티 마렐리 측에서는 이 사안에 대해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만약 실제로 인수가 성사된다면 이는 삼성 그룹의 해외 인수로는 가장 큰 규모이며, 동시에 르노의 삼성자동차 인수 이래로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큰 규모의 변화가 된다. 자동차 부품 분야에 새로운 다크호스가 등장할 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