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기아차 니로가 출시되면서 그간 3파전 구도였던 소형 SUV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인 티볼리는 티볼리 에어의 선전에 힘입어 1위 자리를 공고히 했고, 니로는 출시와 동시에 2위로 치고 올라왔다. 소형 SUV 시장을 열고 확장시킨 트랙스와 QM3는 판매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국산 소형 SUV는 총 9,924대가 판매됐다. 이는 2013년 국내에서 판매된 소형 SUV 전체 판매량과 맞먹는 규모다. 월별 판매량으로 보더라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성장세는 연초부터 출시된 쌍용 티볼리 에어와 기아 니로 등 소형 SUV 신차들의 약진 덕이다.
반면 최초로 출시된 국산 소형 SUV, 트랙스는 월 1,000대 정도 판매를 유지하며 좀처럼 판매량 반등을 이루지 못하고 있고, 돌풍을 몰고 왔던 르노삼성 QM3 역시 월 1,000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쌍용 티볼리, 뛰어난 완성도 앞세워 방어 성공… 기아 니로는 단숨에 2위로
독보적인 판매량을 자랑하는 디펜딩 챔피언, 쌍용 티볼리는 새로운 지원군, 티볼리 에어의 활약으로 가뿐히 수성(守城)에 성공했다. 티볼리의 4월 내수 판매량은 역대 최고인 총 5,375대로 스테디 셀러인 기아차 모닝과 맞먹는 수치다. 이 중 티볼리 에어가 2,342대 판매돼 티볼리 브랜드 전체 판매의 43.5%를 차지했다.
티볼리는 우려와 달리 에어의 출시로 인한 판매 간섭이나 니로 출시의 영향도 거의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4월 3,033대가 팔린 일반 티볼리는 전월 3,358대, 전년 동월 3,420대가 판매됐던 것과 비교했을 때 10% 내외의 판매 감소만 있었을 뿐 출시 1년 3개월이 지났음에도 꾸준히 월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티볼리 에어의 성장세다. 출시 첫 달인 3월에 1,439대가 판매된 티볼리 에어는 4월 2,342대가 판매됐다. 이는 티볼리 에어만의 판매량으로 기아 니로(2,440대)의 판매량과 맞먹는 것이다. 당초 소형 롱바디 모델의 수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티볼리 에어는 그것이 기우에 불과했음을 증명했다.
특히 티볼리는 글로벌에서 월 7,788대가 판매돼 쌍용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효자 모델로 등극했다. 쌍용차는 이달부터 티볼리 에어의 수출이 본격화되면 더 고무적인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3월 29일 출시된 기아 니로는 4월에 2,440대를 팔아 단숨이 동급 2위로 올라섰다. 3월 출고된 4대를 포함하면 4월까지 누적 2,444대가 판매된 것이다. 니로 출시 당시 약 2,500대 가량의 사전계약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한 것을 고려하면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판매량이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니로는 지난 달 판매된 국산 하이브리드 모델 중 유일하게 월 2,000대 이상의 실적을 올려 국산 하이브리드 중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형제 모델인 현대 아이오닉의 실적이 부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숙성과 연비를 모두 갖추고 다양한 혜택을 받는 컴팩트 하이브리드에 대한 젊은 층의 수요는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아이오닉에 비해 공간 활용도가 뛰어난 니로가 시장에서 더 좋은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아이오닉의 판매는 3월 1,250대에서 4월 755대로 급감해 니로 출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최근 니로를 계약한 J씨는 “아이오닉의 뒷좌석 헤드룸이 좁다는 얘기에 아반떼 디젤을 고려했으나, 니로는 뒷좌석이 넓다는 시승평을 보고 니로를 계약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니로의 넓은 실내공간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10년 20만km 보증, 배터리 평생 보증, 취·등록세 감면 및 정부 보조금, 기타 하이브리드 혜택 등 니로의 다양한 이점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첫 차를 고르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르노삼성 QM3 “아 옛날이여~”·쉐보레 트랙스는 부분변경 기대 중
2014년에 기록적인 판매고를 세웠던 르노삼성의 QM3는 4월 1,095대가 판매됐다. 이는 전월(1,015대) 대비 7.9% 성장한 것이지만 절대적인 성장세는 크지 않다. 최근 탈착식 태블릿 PC를 통해 내비게이션 등을 제공하는 T2C 시스템과 쇼콜라 브라운 등 신규 외장 컬러를 도입했지만 판매 촉진에는 별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작년 4월에 2,628대가 팔렸던 것과 비교하면 판매가 58.3%나 감소한 것으로, 티볼리의 계속되는 약진과 니로·티볼리 에어 등 동급 신모델 출시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QM3의 가격은 2,239~2,533만 원으로 동급 중 가장 비싼 수준이다. 단순 가격만 비교하자면 기아 니로와 비슷하거나 니로가 더 비싸지만, 니로는 하이브리드 보조금 등의 혜택으로 실구매가가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트랙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쉐보레 트랙스는 4월 1,014대가 판매돼 전월(1,002대)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1,033대가 판매된 전년 동월과 비교해 봐도 큰 차이가 없다. 소형 SUV 시장 전체가 성장하면서 작년 판매가 많이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여전히 동급 중 가장 적은 판매를 기록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2012년 출시 이후 변화 없는 오래된 디자인과 부족한 편의사양, 떨어지는 마감 품질 등은 동급 경쟁에서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쾌한 1.4 가솔린 터보와 지난 해 추가된 1.6 디젤 등 좋은 평가를 받은 파워트레인에도 불구하고 상품성의 부족이 지적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트랙스에게는 반등의 기회가 있다. 바로 올 4분기 부분변경이 예정된 것. 앞서 북미에서는 신형 모델의 디자인과 사양 등이 공개된 바 있다. 그간 많은 지적을 받았던 익스테리어 디자인이 고급화됐고, 실내에서도 계기판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 등의 디자인이 대폭 개선됐다.
또 스파크, 임팔라, 말리부 등과 마찬가지로 애플 카플레이가 적용돼 사용 편의성도 개선될 예정이다.업계에 따르면 트랙스 부분변경은 오는 11월께 아베오와 함께 한국 시장에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