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닛산 알티마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맥시마를 닮은 강렬하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새롭게 적용하였고, 엔진 효율을 높이고, 3세대 D-스텝 엑스트로닉 CVT를 적용했다. 앞, 뒤 서스펜션을 새롭게 튜닝해 주행 안정성을 향상시켰지만 저중력 시트를 중심으로 한 안락한 주행 성능도 놓치지 않았다. 테크 트림에는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과 전방 비상 브레이크 등 첨단 장비가 더해졌다. 충분한 장비를 갖추고도 2,990만원으로 가격을 낮춘 스마트 트림을 마련한 것도 큰 성과다.
닛산 알티마는 1992년 처음 등장한 닛산의 대표적인 중형 패밀리 세단이다. 이후 4번의 풀 체인지를 거쳐 지난 2012년 5세대 모델이 등장하였고, 국내에도 출시됐었다. 미국 시장에서도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와 함께 베스트 셀링 모델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디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중형 세단으로서 매우 안정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모델이다. 지난 해에는 3천대가 넘는 알티마가 판매됐으며, 올해는 3,600대 판매가 목표다. 이를 위해 5세대 알티마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였다.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외관 디자인의 변화다. 윗급 모델인 맥시마를 통해서 선보인 V모션그릴과 부메랑 헤드램프가 적용되면서 기존 모델 대비 보다 젊고 스포티한 느낌이 많이 강조됐다. 실제로 맥시마와 알티마는 같은 플랫폼에서 개발된 형제 모델이다.
리어 램프도 디자인이 살짝 바뀌었는데, 역시 부메랑 타입이 적용됐다. 지난 모델이 근육질이 잘 발달하긴 했지만 그래도 보다 안정적인 스타일이었다면 이번에는 매우 스포티하고 공격적인 모습으로 변한 것이 특징이다.
차체 사이즈는 4,875 x 1,830 x 1,470mm에 휠베이스는 2,775mm로 앞 부분 디자인이 변경되면서 차체 길이가 이전 모델보다 15mm 늘어났다. 일본 3사의 경쟁모델들과 비교해 보면 특이하게도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모두 휠베이스는 2,775mm로 동일하고, 차체 길이는 캠리가 4,850mm로 조금 짧고, 어코드가 4,890mm로 조금 길다. 국내에서 가장 큰 경쟁자인 현대 쏘나타는 크기가 4,855 x 1,865 x 1,475mm, 휠베이스가 2,805mm여서 쏘나타가 길이는 조금 짧고 휠베이스는 조금 더 길다.
인테리어는 외관보다는 디자인의 변화가 크지 않다. 센터페시아의 윤곽을 나타내는 선들이 조금 변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변화로도 이전에 비해 상당히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살아난다.
실내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부분은 스티어링 휠이다. 뾰족한 주둥이를 가진 짐승의 얼굴 같기도 한 모습인데 디자인은 이전 모델과 동일하다. 시승한 모델은 2.5 테크 트림이었는데 2.5 모델 전라인업에는 시프트 패들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테크 트림에는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이 적용되면서 스티어링 휠 우측에 차간 거리 조절 버튼이 추가됐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터치 스크린이 지원되고 메인 화면에 다양한 기능들이 스마트폰의 앱처럼 나열돼 있다. 내비게이션은 아틀란이 적용됐다.
오디오는 보스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돼 다양한 음원으로 뛰어난 사운드를 제공한다. 보스 오디오 시스템 중에서 최상급 시스템은 아니지만 패밀리 세단으로서 크게 부족하지 않은 사운드를 제공한다. 블루투스도 지원하지만 아이폰은 USB 단자에 연결하면 자동으로 iPod으로 인식돼 충전과 동시에 음악도 즐길 수 있다.
5세대 알티마가 선을 보이면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끌었던 저중력 시트는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시트가 몸의 하중을 골고루 분산시켜 어느 특정 부위가 많은 압력을 받지 않도록 해 장거리 운전에도 매우 편안한 자세를 유지해 준다.
통풍시트, 오토 스타트 스톱, 오토 홀드 등의 편의 장비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번 페이스리프트에서는 기존의 ’2.5 SL’ 트림 아래로 ’2.5 SL 스마트’ 트림을 마련했는데, 2.5 SL 대비 썬루프와 내비게이션만 빠지고 다른 사양은 동일한 트림으로, 가격이 수입 중형 세단 중에서 최초로 2천만 원대인 2,990만원이다. 가죽 시트를 포함한 그 외 모든 장비는 동일하기 때문에 매우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파워트레인은 2.5와 3.5리터 가솔린 엔진 2가지가 마련됐는데 출력과 토크에 변화는 없다. 그 중 2.5 가솔린 SL 테크 트림을 시승했다. 2.5리터 4기통 QR25DE 엔진은 최고출력 180마력/6,000rpm, 최대토크 24.5kg.m/4,000rpm을 발휘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출력과 토크의 수치는 동일하다. 하지만 엔진 내부 마찰과 저항을 줄이고, 압축비도 기존 10.0에서 10.3으로 높여 실제 체감 성능을 개선했다고 한다.
일본 브랜드들이 공식적으로 가속성능 제원을 발표하지는 않지만 시승행사 자료에서는 0~100km/h 가속이 8.8초에서 8.6초로 줄었다고 한다. 사실 8초 대의 가속에서 0.2초의 차이는 거의 구분하기 힘들고, 계측 때마다 그 정도의 오차가 발생할 수도 있어서 큰 의미를 두기는 힘들다. 어쨌든 좀 더 개선됐다는 말인데, 원래부터 달리기 실력은 좋았던 만큼 패밀리 세단으로서 여전히 잘 달리는 것은 인정할 만하다.
변속기는 이번에 새롭게 바뀌었다. CVT인 것은 같지만 지난 맥시마에 적용돼 스포티한 주행으로 호평을 받았던 3세대 엑스트로닉 CVT로 바뀌었다. 기존 CVT는 가속 시 엔진 회전수가 먼저 최대 rpm 근처까지 올라가고, 이후 그 회전을 유지한 상태에서 속도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방식인데, 새로운 CVT에는 ‘D스텝’이 적용되면서 일반 자동 변속기처럼 회전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면서 보다 스포티하게 가속해낸다.
알티마 3.5가 워낙 강력한 가속성능을 보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2.5는 덜 빠른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국산 중형 세단들이 2.0리터 엔진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것에 비하면 2.5로도 가속력은 매우 경쾌하다. 변속 반응도 기존 CVT와 달리 역동적이고, 고회전에 멈춰 있을 때의 불편한 엔진 사운드도 많이 억제됐다.
다만 2.5 모델에는 변속기 레버 쪽에 수동모드도 없고, 시프트 패들도 없어 수동모드로는 전혀 조작할 수 없다는 점은 많이 아쉽다. 신형 CVT는 수동으로 조작할 때의 경쾌한 반응이 매력인데 2.5에서는 제대로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연비는 복합 13.3(도심 11.5, 고속도로 16.6)km/L로 동급에서 뛰어난 연비를 자랑한다. 현대 쏘나타 2.0 (복합 12.0~12.6km/L)보다 높다.
주행감각은 무척 부드럽고 안락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단함이 조금 더해졌다. 앞 서스펜션의 구조를 개선하고, 뒤쪽에도 스프링을 변경하는 등 보다 안정적인 주행을 위해 전체적으로 서스펜션을 보강했다. 그 결과 부드러운 승차감 속에서도 안정감이 크게 향상됐다. 저속에서는 살짝 튀는 느낌이 들어오고, 고속에서는 안정감이 돋보인다. 하지만 고속에서 급차선 변경을 시도해 보면 롤은 여전히 크게 느껴진다.
이번 시승에서는 유명산 산길 주행도 코스에 포함됐다. 패밀리 세단인데 시승코스를 유명산으로 잡은 것은 상당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뉴 알티마는 코너에서 차체가 상당히 기울어지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럼에도 가고자 하는 라인을 참 잘도 따라간다.
특히 코너에서 가속 페달을 상당히 깊게 밟아도 쉽게 언더스티어를 보이지 않는다. 뉴 알티마에는 액티브 언더스티어 컨트롤이 적용돼 코너링 시 언더스티어가 발생하면 코너 안쪽 앞 바퀴에 제동을 걸어 차체가 더 이상 바깥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제어해 주기 때문이다. 분명 그 정도의 코너링이라면 ESP가 작동하면서 계기판에 경고등이 번쩍거릴 텐데도 계기판은 조용했고, 알티마는 라인을 잘도 찾아 돌아나갔다.
뉴 알티마에는 테크 트림에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 전방 비상 브레이크, 전방 충돌 예측 경고 시스템,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이 추가 됐다. 전방 충돌 예측 경고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앞차의 주행만 감지하는 것과는 달리, 그 앞의 차까지 감지해 그 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일 경우 미리 경고를 줌으로써 사고 예방에 도움을 준다. 전방 비상 브레이크는 추돌이 예상될 경우 차가 알아서 제동해 준다.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은 정속 주행과 함께 차간 거리까지 유지해 주는데, 속도가 낮아지면 해제되는 기능이지만 전방 비상 브레이크가 함께 작동하고 있어서 앞차가 정차할 경우 알티마도 함께 정차하는 것까지 지원해 준다. 하지만 타사의 ACC들이 앞차를 따라 정차한 후 3초 정도가 지나면 자동으로 주차 브레이크를 걸어 주는 것과는 달리 알티마는 정차 후 즉시 시스템이 해제된다. 그러면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줘야 한다.
뉴 알티마는 맥시마를 닮은 젊고 스포티한 디자인으로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다. 그 외엔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엔진, 서스펜션, 첨단 안전장비 등에서 실질적인 내실을 다지는 변화를 거쳤다. 거기다 가격까지 일부 내렸고, 옵션 조정을 통해 수입 중형차 최초로 2천만 원대 트림을 선보이면서 고객 유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직분사 터보 엔진 등 다운 사이징 엔진 적용이나 좀 더 다양한 편의 사양 적용 등에서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에서 지속적으로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고객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