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리프트 모델인 2016 쉐보레 캡티바는 내 외관 디자인에 정교한 터치를 더하고, 유로 6 환경 기준을 만족시키는 신형 디젤 엔진과 아이신 6단 자동 변속기를 더해, 개선된 주행 성능을 갖췄다고 한다. 하지만 과거 GM대우 시절 윈스톰에서부터 크게 변하지 않은 디자인과 여전히 부족한 첨단 편의 사양, 그리고 역시 크게 개선되지 않은 동력 성능 등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기다림의 끝은 어디일까?
쉐보레 캡티바의 전작은 GM대우 윈스톰이다. (GM)대우자동차의 첫 SUV였다. 물론 대우자동차가 잠깐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던 기간 동안 쌍용 SUV들이 대우 마크를 단 적은 있었지만 말이다. 윈스톰은 GM대우가 쉐보레 브랜드로 바뀔 때 페이스리프트 수준의 변화와 함께 이름도 캡티바로 바뀌었다. 그리고 다시 5년이 흘렀고, 이번에 다시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캡티바로서는 그냥 한 번의 페이스리프트이지만 윈스톰에서부터 이어진 역사를 알고서 보면 10년 동안 페이스리프트만 2번 한 셈이 된다.
캡티바의 플랫폼은 SUV 전용 플랫폼이다. 당시로서는 매우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는 동안 다들 변해 갔고, 캡티바는 여전히 옛날 플랫폼을 안고 있다. 이제는 결코 자랑일 수 없는 플랫폼이 돼 버렸다.
디자인은 디테일에서 보다 선명한 느낌을 강조하는 수준으로 개선이 이뤄졌다. 대표적으로 각진 헤드램프와 위 아래로 나뉘고 가로로 크롬 핀을 더해 전체적으로 더 커진 느낌의 라디에이터 그릴 등에서 쉐보레 SUV들의 패밀리룩이 살짝 엿보인다. 19인치 알로이 휠과 사이드 스텝도 눈길을 끈다.
앞모습에 비해 옆모습과 뒷모습의 변화는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역시 세세한 부분에서 변화를 거쳤지만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두툼한 D필러는 강인한 SUV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는 한편, 변하지 않겠다는 고집처럼 보여 답답한 느낌도 든다. 다들 세련된 도심형 SUV로 변신하고 있는데, 여전히 투박한 SUV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캡티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걸까?
실내는 외관보다 조금 더 변했다. 윈스톰 시절부터 이어져 온 세로로 긴 스타일의 센터페시아가 이제는 좀 더 명확하게 위 아래 2단으로 분리된 느낌이다.
스티어링 휠은 여전히 직경이 크다. 예전 SUV들은 이랬던가? 그 너머 계기판은 디자인이 산뜻해 졌다. 좌우 2개의 원형 미터에는 각각 테두리가 더해졌는데 마치 안경을 쓰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가장 크게 바뀐 센터페시아에는 7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적용됐다. 홈 버튼을 눌러 메뉴를 고를 수 있고, 애플 카플레이가 적용됐다. 카플레이 메뉴를 실행하면 유선으로 연결된 아이폰에서 일부 메뉴가 센터페시아 모니터로 미러링된다. 전화, 음악, 네비게이션, 팟케스트, 유튜브, 메시지 등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네비게이션은 과속단속 카메라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조금 어색했던 것은 네비게이션 안내 음성이 ‘하십시요’를 생략하고 말을 끝내 버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시 고속도로 방면으로 좌회전’까지만 말하고 ‘하십시요’를 생략해 버린다. 조금 익숙해지면 재미있다는 생각도 든다.
시트는 몸을 잘 잡아 주는 스타일도 아니고, 디자인도 심심하다. 시트 포지션은 꽤 높은 편이고, 운전석은 트림에 따라 전동시트가 제공되고, 동반자석은 수동 조절방식이다. 냉방시트도 제공되지 않는다. 2열 시트는 등받이 각도 조절과 분할 폴딩이 지원된다.
화물공간은 넉넉하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577리터의 화물공간이 주어진다.
스마트키는 적용됐지만 시동을 걸 때는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 아니고 키 박스에 고정된 레버를 돌려서 거는 방식이다. 과거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개선만 하다 보니 이런 방식이 된 것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같은 첨단 기능은 찾아보기 힘들다. 현대 싼타페와 경쟁모델임을 감안하면 편의 장비가 많이 부족하다. 최근 논란이 많았던 스티어링 시스템에는 랙타입 속도감응형 R-EPS가 적용됐다.
엔진은 4기통 에코텍 2.0 디젤 엔진으로 유로 6 기준에 맞췄다. 현재는 캡티바에만 적용되고 있고, 캡티바의 수요 자체도 많은 편은 아니어서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고 독일에서 수입해서 장착하고 있다. 최고출력은 170마력, 최대토크는 40.8kg.m에 이른다. 변속기는 아이신 자동 6단이다. 현대 싼타페의 186마력, 41.0kg.m에 비해 다소 낮은 성능인데다 차체 중량도 1,920~1,945kg 정도로 많이 무거워 출발부터 경쾌한 맛은 찾아 보기 힘들다. 상당히 진중하게 가속해 나가는 스타일이다.
변속감은 비교적 매끄럽다. 변속기의 수동 조작 방식이 토클 방식이 아니고, 기어레버를 위 아래로 움직이는 방식인 점도 다행이다. 6단에서 100km/h로 주행할 때 회전수는 1,550rpm, 스포츠 모드가 되면 5단으로 내려가면서 2,000rpm 정도로 상승한다. 아이신 6단 변속기는 록업 구간을 확대하는 등의 개선을 통해 복합연비 11.8km/L를 선보인다.
중저속에서의 승차감이나 직진 안정성은 좋은 편이다.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도 매우 안정적이다. 하지만 속도가 조금 올라가면 주행 안정성은 많이 떨어진다. 직진에서 불안한 수준은 아니지만 급차선 변경을 시도하면 많이 허둥거린다. 정통 SUV 스타일로 개발되고, 오래된 탓에 안정적인 온로드 주행성에서는 큰 발전이 이뤄지지 못한 듯하다.
최근에 개발된 디젤 엔진들은 특유의 디젤 사운드를 없애고 사운드 튜닝을 통해 상당히 개성 있거나 경쾌한 사운드를 내는 경우도 많은데, 캡티바의 엔진 사운드는 예전 디젤 엔진 사운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엔진 소음이나 진동이 실내로 유입되는 부분은 잘 차단 돼서 실내 정숙성은 상당히 잘 확보됐다.
안전장비로는 6개의 에어백이 적용됐고, 사각지대 경고시스템과 후측방 경고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2016 캡티바는 먼 길 가는 중에 잠시 쉬어가는 느낌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말이다. 연간 7,000대 정도를 판매할 목표를 가지고 있는 모델의 현실이라 할 수 있겠다. 국내 시장 뿐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SUV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보다 뛰어난 상품성을 갖춘 모델이 속히 등장해야 할 텐데, 기다림이 힘들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