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처럼 빠른 변속을 이뤄내면서 일상주행에서도 편리한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적용범위가 넓어지면서 수동변속기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특히 운전 재미와 동력손실 최소화, 원하는 타이밍의 조작 편의성 등으로 수동변속기가 각광받는 스포츠카 시장에서조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발빠르게 수동변속기를 대체하고 있다. 이미 페라리는 수동변속기를 없앤 지 오래고, 그 밖에도 여러 고성능 모델에서 수동변속기를 선택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포르쉐조차 예외는 아니여서 수동변속기가 제공되는 모델은 갈 수록 줄어들고 있다. 특히 현행 911(코드명 991)의 로드 레이서 버전인 GT3와 GT3 RS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수동변속기 옵션이 아예 사라지면서 포르쉐 팬들의 볼멘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러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포르쉐는 1966년에 선보인 911 R의 50주년을 기념하는 911 R 한정판을 선보였다. 포르쉐 특유의 거대한 스포일러나 화려한 장식은 모두 배제하고 클래식 911 R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링을 두르고 경량화에 힘썼다. 무엇보다도, 991대 한정판인 신형 911 R에는 오직 수동변속기만 제공된다.
클래식 911 R은 레이스 출전을 위한 로드 호몰로게이션 카로 개발돼 경기 사양에 맞춘 경량화와 고성능 세팅이 특징이었다. 레이싱을 상징하는 R 뱃지를 단 911 R은 랠리와 타르가 플로리오 레이스 등에서 활약했으며, 수많은 세계 신기록을 양성한 전설적인 911 모델 중 하나다.
신형 911 R 역시 그러한 선대 모델의 의지를 계승해 911 사상 가장 짜릿하고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8,500rpm까지 회전하는 GT3 RS의 고회전형 4.0L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그대로 가져와 최고출력 500마력, 최대토크 46.9kg.m의 파워풀한 성능을 자랑하며, 여기에 911 R을 위한 전용 6속 스포츠 수동변속기가 더해져 아찔한 운전 재미를 더했다.
GT3 RS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911 R은 앞뒤로 전용 디자인 에어로파츠를 두른 것이 또 다른 특징. 깔끔하고 공기흡입을 최적화한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이 적용됐으며, 클래식 911 R의 스타일을 계승해 대형 윙 스포일러 대신 고전적인 911 라인을 살렸다. 전용 디자인의 센트럴 락 타입 20인치 단조 알로이 휠 또한 기본 사양이다.
또한 냉각을 위해 메쉬 처리된 보닛에는 여느 포르쉐 모델과 달리 고전적인 글씨체의 911 R 레터링 로고가 부착되는 점도 특징이다. 에어로다이내믹을 고려한 대형 리어 디퓨저에서도 그 아이덴티티가 드러난다. 그 밖에 차체를 가로지르는 스트라이프와 측면의 포르쉐 레터링 역시 911 R만의 전유물이다.
실내 디자인은 1966년형 911 R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운전자를 단단히 고정시키는 카본 풀 버킷 시트가 기본 사양이다. 직경이 360mm에 불과한 GT 스포츠 스티어링 휠이 채택됐고, R 스타일 클러치 페달과 숏 시프터 또한 적용돼 개성을 극대화했다.
뿐만 아니라 경량 구조를 더욱 강화해 공차중량은 현행 911 중 가장 가벼운 1,370kg에 불과하다. 이는 GT3 RS보다 50kg나 가벼운 것이다. 보닛과 스포일러는 카본으로, 루프는 마그네슘으로 제작됐으며 뒷유리와 사이드 리어 윈도우는 유리 대신 고강도 플라스틱으로 대체돼 무게를 덜었다. 그 밖에도 뒷좌석 벤치 시트가 완전히 제거됐고 공조장치와 라디오 및 오디오 시스템은 선택사양으로 분리돼 실내에서까지 극한의 경량화를 이뤄냈다.
순수하게 달리기에 치중한 911 R조차 포르쉐의 최첨단 장비들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전자식 후륜 조향 시스템과 기계식 리어 디퍼렌셜, 세라믹 브레이크(PCCB), 자세제어장치(PSM) 등이 기본 적용되며, 싱글매스 플라이휠을 선택사양으로 제공해 더욱 짜릿한 엔진 회전질감을 만끽할 수도 있다. 굳이 이 하드코어 스포츠카를 일상 주행에서 사용한다면 리프트 시스템을 선택해 평상 시 지상고를 30mm 높일 수도 있다.
991 모델 중 가장 순수하게 달리기에 집중한 하드코어 스포츠카, 911 R은 코드명에 따라 오직 991대만 한정 판매된다. 정확한 가격이나 국내 출시 여부는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