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물을 받았다. 3개월 동안 타면서 살펴보기로 한 푸조 308SW를 전달 받은 것이다. 주행거리 42km 상태의 따끈한 신차였다. 그렇게 308SW가 우리 곁으로 왔고, 벌써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필자가 한 동안 데일리카로 사용했고, 후배 기자는 308SW로 2주일에 걸쳐 전국 일주를 다녀오기도 했다. 주행거리가 3,500km에 이르면 받으라고 하는 정기 점검도 받았다. 지난 설 명절에는 고향인 대구를 다녀오기도 했다.
여러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우선 308SW에 대한 전반적인 리뷰를 먼저 소개한다.
3개월에 걸친 시승을 협의하면서 308SW를 선택한 것은 필자였다. 해치백보다 실용성이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고, 왜건의 매력을 제대로 전하고 싶어서 이기도 하다. 기자는 약 3년에 걸쳐서 현대 i30CW를 탄 적이 있는데, 당시 만족도가 무척 높았었다. 그리고 308SW는 완벽하게 i30CW에 대응되는 모델이라 더 마음에 든다.
해치백 푸조 308은 유럽에서 폭스바겐 골프와 함께 소비자들의 가장 많은 선택을 받는 모델이다. 그리고 308의 휠베이스를 늘여, 뒷좌석과 화물공간을 넓힌 모델이 308SW다. 한국은 해치백의 인기가 높지 않을 뿐더러 왜건에게는 무덤과도 같은 시장이다. 그럼에도 일부 매니아들의 왜건 사랑은 변할 줄을 모른다. 기자도 왜건을 사랑하는 일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308은 푸조의 중심모델이다. 폭스바겐 골프, 포드 포커스, 현대 i30, 기아 씨드 등과 경쟁한다. 308SW는 왜건버전이다. 경쟁모델들도 모두 왜건 모델을 라인업하고 있다. i30는 국내에는 1세대 i30CW 이후 2세대에서는 왜건 모델이 없지만 유럽에서는 i30 투어러가 판매되고 있다.
308SW의 가장 큰 특징은 차체 크기다. 중형 세단을 베이스로 한 왜건의 경우 트렁크 부분을 지붕선까지 높여서 화물공간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보니 실내 승객 공간이 더 늘어나지는 않는다. 세단과 왜건의 휠베이스가 같다는 말이다. 그런데 C세그먼트 해치백을 기반으로 한 왜건은 대부분 휠베이스를 늘여서 개발한다. i30CW이 경우도 해치백인 i30의 휠베이스가 2,650mm인데 비해, i30CW는 2,700mm였다.
308SW도 마찬가지다. 기본형인 해치백 308은 휠베이스가 2,620mm인데 비해, 308SW는 휠베이스가 2,730mm도 무려 110mm가 늘어났다. 1세대 i30와 비교해 보면 해치백은 308의 휠베이스가 30mm더 짧았지만 왜건은 308SW가 30mm더 길다. 일단 여기서 308SW의 태생적 경쟁력이 증명된다. 해치백 대비 휠베이스가 더 길어지면 단순히 화물 공간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실내 공간도 훨씬 더 넓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전체 길이도 4,585mm로 4,255mm의 해치백보다 330mm가 더 길다.
실제로 308SW는 2열 공간이 대폭 확대됐다. 더불어 화물 공간도 엄청 넓어졌다. 앞서 말한 것처럼 중형 세단을 베이스로 한 왜건과는 또 다른 C세그먼트 왜건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가격이 더 높아지긴 하지만 말이다.
디자인은 앞모습과 뒷모습은 308과 똑 같지만, 옆에서 보면 허리가 엄청 길어진 것을 단 번에 확인할 수 있다.
실내도 2열 공간과 화물공간이 넓어진 것을 제외하면 디자인의 변화는 없다. 허리가 길어지면서 지붕도 면적이 넓어진 탓에 파노라마 루프의 면적 또한 넓어져 하늘이 더 시원하게 내려 앉는 모습은 매력적인 변화다. 유리의 면적이 넓어진 만큼 빗방울이 떨어질 때 내는 소리도 울림이 좀 더 깊다.
파워트레인도 해치백 308과 같다. 1.6 BlueHDi 엔진은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30.6kg.m를 발휘한다. 골프 1.6 TDI의 최고출력 105마력, 최대토크 25.5kg.m에 비해 훨씬 높은 성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자동6단이다. 차세대 신규플랫폼인 EMP2(Efficient Modular Platform 2)를 적용해 무게가 더 가벼워졌고, 더욱 가볍고 민첩한 몸놀림을 보인다. 308 1.6 디젤 해치백은 공차중량이 1,370kg인 반면 308 SW 1.6 디젤은 1,425kg으로 55kg이 더 무겁다.
가속감은 넉넉하다. 해치백이 1.6 엔진으로도 상당히 경쾌한 가속을 보였는데, SW는 몸무게와 휠베이스가 살짝 늘어난 만큼 분명 해치백에 비해서는 살짝 진중한 느낌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영역에서의 가속에서는 아쉬움이 없을 뿐더러 초반 출발은 여전히 경쾌하다
엔진 사운드도 디젤 특유의 거친 느낌보다는 매끄럽고, 회전 상승도 매끄럽다. 아이들링 상태에서의 진동이나 소음도 비교적 잘 억제된 편이다. 엔진 오토 스타트 스톱은 새로 시동이 걸린 후 아주 짧은 거리를 이동했더라도 정차하면 즉시 시동이 꺼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브레이크 페달을 살짝 놓아서 시동이 걸린 후 차가 이동하지 않고 그냥 브레이크 페달을 다시 밟는 것만으로도 시동이 꺼질 때도 있었다. 디젤 엔진 부분에서 비교적 선도적인 기술력을 갖춘 푸조의 엔진답다.
해치백 308 1.6에서 재미있게 경험했던 다이나믹 스포츠 모드는 SW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센터터널 엔진 스타트 버튼 옆에 마련된 스포츠 버튼을 1초 정도 누르면 스포츠 모드로 전환되는데, 서스펜션까지 변하는 것은 아니고, 엔진과 변속기 프로그램이 스포티하게 변하는 기능이다. 스티어링 휠도 무거워진다. 더불어 계기판 조명이 흰색에서 강렬한 빨간색으로 바뀌고, 배기사운드도 거칠게 변한다. 가운데 모니터를 통해서는 파워, 부스트, 토크 값이 실시간으로 표현되면서 역동성을 더한다. 하지만 회전계의 경우 레드존의 구분 없이 모든 눈금과 숫자가 같은 빨간색이어서 고회전으로 올라갔을 때 레드존이 어디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배기 사운드는 단순히 기어를 낮춰서 엔진 회전수가 올라간 때문에 커지는 정도가 아니고 아예 전자식으로 특별한 사운드가 품어져 나온다. 주행이 흥미진진해지는 느낌은 좋긴 한데, 사운드가 다소 인위적이어서 때론 거슬릴 수도 있다. 사운드만 따로 끌 수는 없는 점도 조금은 아쉽다.
그런데 사실 스포츠 모드는 시험 삼아 한 번 켜 본 후로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좀 더 진중한 SW 모델이라 스포티한 주행에 대한 욕구가 거의 생기지 않아서다. 스포츠 모드 보다는 오히려 연비 운전에 더 많은 신경을 썼던 것 같다. 당연히 시프트 패들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약 2달 가까이 308SW를 타면서 운동성능 외에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공간이다. 역시 308SW의 가장 큰 특징이 가장 큰 매력인 셈이다. 설 연휴에 왕복 800여km를 주행했지만 2열에 타고 있던 아이들도 공간 면에서 불편함은 전혀 느끼지 않았다. 더불어 화물공간도 무척 만족스럽다.
장거리 여행을 위한 가족 전체의 짐을 싣기에도 전혀 부족하지 않았고, 대형 마트에서 1주일 치 장을 보거나 이케아에서 덩치가 꽤 있는 가구 소품들을 쇼핑해도 화물공간은 언제나 수퍼 파워를 발휘했다.
도대체 왜 국내에서 왜건이 인기가 없는지 참 이해하기 힘들다. 인기가 높은 SUV와 비교하더라도 실용성 면에서, 특히 공간과 가격 면에서 분명 앞서는 부분이 있는데 말이다.
그 다음으로 만족스러운 점은 승차감이다. 프랑스차인 푸조의 승차감은 정평이 나 있다. 308 해치백 시승에서도 칭찬을 했었다. SW는 기본적으로 해치백보다 서스펜션 세팅이 살짝 더 단단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하고 세팅한 것으로 보인다. i30CW도 그랬었다.
그래서 혼자 타고 다닐 땐 좀 더 단단한 느낌이 확실히 든다. 개인적으로는 308 해치백 정도의 세팅이 더 마음에 든다. 하지만 가족이 함께 타거나 짐을 실었을 때는 단단한 느낌이 크게 와 닫지 않는다. 이 때는 무척 안락하면서 안정감도 뛰어난 푸조 특유의 승차감이 잘 살아난다. 데일리카로 오래 탈 차에게 이처럼 뛰어난 승차감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평상시 타고 다니면서 충분히 안락하면서도 탁월한 안정감이 몸으로 느껴진다.
세 번째 만족스러운 점은 연비다. 설 명절 전 후배기자가 전국일주를 다녀온 터라 그 때까지의 연비는 제외하고, 설 명절 동안의 연비를 살펴보면, 귀성길 출발하기 전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막히지 않는 고속도로로 226km를 달려 안동까지 도착했을 때의 연비는 25.6km/L였다. 4명 가족이 타고, 여행 짐과 설 선물을 실은 상태였다. 안동에서 반나절 시내 주행을 하고 고향에 도착했을 때는 약 400km에 이르렀고 연비는 24.8km/L였다.
그리고 명절을 보내고 돌아오는 약 300km 구간에서는 약간의 정체가 있었고, 이 후 며칠 간의 시내 주행을 포함해 총 거리 988km에 이르러 주유할 때에는 연비가 22.2km/L를 기록했다. 988km 중 약 700km 정도가 일부 구간 정체를 포함한 고속도로 구간이었다. 308SW의 복합연비는 16.2(도심 15.1, 고속도로 17.8)km/L다.
그 외에 아이-콕핏(i-Cockpit)이라고 불리는,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인 실내 디자인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센터페시아의 3차원적인 구성이 돋보이고, 직경이 작은 스티어링 휠 너머로 보이는 헤드-업 인스트루먼트가 인상적이다.
반면 불만스러운 점은 스티어링 휠의 텔레스코픽 거리가 짧아 운전자세가 적당하지 않은 점을 먼저 들 수 있겠다. 분명 스티어링 휠에 텔레스코픽 기능이 있는데 길이가 충분하지 않다.
다이얼을 돌리는 시트 등받이 각도 조절 방식도 불편하다. 지난번 308 시승기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골프에 비하면 조절이 조금 수월하긴 하지만 역시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차를 타는 시간이 많지 않거나 차에서 절대 잠을 자지 않는 이들에겐 크게 와 닿지 않는 부분이겠지만, 평소 운전 시간이 길고, 장거리 주행 중 가끔 졸음 쉼터를 이용하는 운전자라면 그 때마다 등받이를 눕히기 위해 팔목 운동을 심하게 해야 하는 상황은 참 당황스럽다.
스마트 키 시스템이 버튼을 눌러 시동을 끄면 실내 전원이 한꺼번에 나가 버리는 점도 아쉽다.
오디오는 음질이 크게 나쁜 편은 아닌데, 블루투스 스트리밍의 경우 스마트 기기와 차량의 스피커 사이에 시간이 몇 초 정도 지연되는 점이 불편하다. 음악을 들을 땐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어쩌다 (정차 중이나, 주행 중 동반자가) 동영상을 스트리밍으로 볼 경우 영상과 음성이 일치하지 않고 음성이 약 3~4초 정도 뒤에 나온다.
C세그먼트 해치백을 확장한 왜건은 실용성 면에서 매우 뛰어난 모델임에도 국내에서 쉽게 만날 수 없다는 점이 많이 아쉽다. 308SW가 현재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유일한 모델이다. 그나마 308SW 덕분에 왜건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더 많은 이들이 왜건을 사랑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골프와 308 등의 해치백이 국내에서 나름 선전하고 있는 만큼 왜건도 더 많은 사랑을 받는 날이 곧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