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자동차가 사람이 된다면 어떤 스타일이 될까?” 이 차는 톡톡 튀는 말괄량이 스타일, 저 차는 우아한 숙녀같은 스타일…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나 영미 문화권에서는 전통적으로 자동차나 배, 항공기와 같은 탈 것을 여성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상상력을 자극하기 마련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는 라트비아 출신의 패션 사진작가, 빅토리아 파슈타(Viktorija Pashuta)는 독특한 의인화 컨셉 사진으로 유명하다. 앞서 인터넷 익스플로러, 크롬 등 인터넷 브라우저를 의인화한 여성 모델 사진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컨셉으로 한 남성 모델 사진이 전 세계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빅토리아 파슈타의 최신 작업 컨셉은 다름 아닌 자동차다. 그녀는 “자동차들이 슈퍼모델이라면?”이라는 주제로 12명의 최정상 슈퍼모델들과 함께 패션화보를 촬영했다. 페라리와 같은 아찔한 슈퍼카 뿐 아니라 토요타 캠리, 기아 옵티마(K5) 등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들도 포함돼 있어 관심을 끈다.
역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초강력 슈퍼카들이다. 라페라리와 애스턴마틴 뱅퀴시 등 2종의 슈퍼카가 촬영 컨셉으로 채택됐다. 이란 출신의 모델 Mahlagha Jaberi는 라페라리와 같은 붉은 색 원피스를 입고 우아함과 섹시함을 강조한다. 모델의 눈빛마저 라페라리의 강렬한 인상을 연상시킨다. Berglind Icey는 팜므파탈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검은 색 의상으로 애스턴마틴과 잘 어울리는 영화 007 시리즈의 “본드 걸”을 연출했다.
럭셔리 카들도 빠질 수 없다. 글래머러스한 여가수 컨셉을 연출한 Kaylen Dao는 롤스로이스 팬텀의 호화로움을 표현했으며, 60대 여성 모델인 Yazemeenah Rossi는 클래식하고 우아한 비즈니스 우먼 스타일로 메르세데스-벤츠의 S 클래스를 떠올리게 한다. 패션쇼 현장에서나 볼 법한 미래적인 스타일로 꾸민 Andrea Debevc는 테슬라의 럭셔리 전기 세단, 모델 S와 닮았다.
남성미가 넘치는 오프로더들도 이번 화보에 동참했다. 근육질의 Paige Hathaway는 마치 사막을 내달리는 험머 H1을, 인디애나 존스처럼 모험가의 옷을 차려 입은 Melissa Haro는 지프 랭글러를 연상시킨다. 문화의 아이콘이 된 올드카들도 빠질 수 없다. Samii Ryan, Doris Mayday, Patience Silva는 각각 로우라이더가 장착된 1964년형 쉐보레 임팔라, 1960년형 쉐보레 콜벳, 그리고 히피 문화의 상징이었던 폭스바겐 콤비 밴을 컨셉으로 옷을 차려 입었다.
강렬한 슈퍼카와 럭셔리 카들만 이번 화보의 주인공이 된 것은 아니다. 캐주얼 룩을 선보인 Brenda Castillo의 컨셉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대표 중형세단, 토요타 캠리다. An Jing은 시크하고 자유분방한 스타일의 의상으로 국산차 중 유일하게 화보의 컨셉으로 선정된 기아 옵티마(K5)를 표현했다.
사진을 촬영한 빅토리아 파슈타는 미국 패션 잡지인 “베이직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날의 세상에서 사람들은 많은 사물들과 밀접하게 살아가기 때문에, 그것을 의인화해 상상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녀는 “패션 소품이나 의상을 자동차의 디자인이나 디테일 요소와 결합시키는 것이 가장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이 흥미로운 컨셉트를 실현하기 위해 두 명의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연구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