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6는 지난 세대에 이어 2번째 만나는데, 두 번 다 기대보다 좋은 느낌을 받았다. 우선 너무 무난하게 생긴 A6보다 확실히 멋지다는 것, 그리고 RS6와 A6 사이에서 어정쩡할 것처럼 생각되는 성능이 기대 이상으로 좋다는 것 등이 이런 느낌을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S4와 RS5에 이어 S6, S7, S8이 지난 가을 한꺼번에 국내에 출시되면서 아우디의 화려한 S, RS 라인이 충실해 졌다. 그만큼 이제는 국내에서도 고성능 모델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물론 아우디 뿐 아니라 BMW의 M과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모델들도 라인업을 잘 소개하고 있다.
BMW와 메르세데스가 M과 AMG 한 가지 라인업으로 자신들의 스포츠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것과는 달리 아우디는 아주 과격한 RS와 충분히 과격한 S 라인업으로 2원화하면서 소비자들은 좀 더 자신에게 맞는 모델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클 뿐 아니라, 아무래도 RS 모델이 위에 있기 때문에 S 모델은 충분히 고성능이면서도 M이나 AMG에 비해 좀 더 부드러울 수 있고, 가격 경쟁력도 좀 더 높은 편이다. 나름 괜찮은 전략이라는 생각이 든다.
BMW 3시리즈를 예로 들면, 3시리즈 중 가장 강력한 엔진을 얹은 335i가 있는데, M 퍼포먼스 패키지를 장착한다 하더라도 M은 아니다. 그냥 3시리즈일 뿐이다. 하지만 아우디는 A4 라인업에서 335i 수준의 성능을 내는 모델을 아예 때서 다른 이름인 S4를 붙여 줌으로써 확실하게 차별화 한 셈이다. M3는 RS4가 맡으면 된다.
어쨌든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S 모델들 중 허리인 S6다. 깔끔한 파란색 수트에 은색 타이와 손수건으로 멋을 낸 정장 차림 느낌의 시승차는 첫 눈에 평범한 A6와는 다름을 직감할 수 있을 만큼 강렬하다. 특히 대대로 아우디의 파란색 차체와 은색 패널은 그 색 배합이 절묘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마음에 들었는데, 이번에도 시승차의 파란색과 군데군데 은색 부품들의 조화가 돋보인다.
S6는 그릴과 헤드램프, 안개등 주변에 알루미늄 장식을 더했고, 특히 사이드 미러의 알루미늄 장식은 S와 RS 모델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앞 펜더 위에는 V8 트윈터보 TFSI 엔진을 상징하는 ‘V8T’ 엠블렘이 붙었고, 거대한 20인치 알루미늄 휠과 그 사이로 브레이크 캘리퍼에 장식된 S6 로고가 긴장감을 더한다.
트렁크 리드에는 가느다란 스포일러가 일체형으로 부착되었고, 범퍼 아래에는 은색 장식과 함께 트윈 머플러가 좌우에 각각 자리잡았다.
외관보다는 실내를 더 화려하게 꾸미는 이런 차들의 특성처럼 S6 역시 실내가 무척 화려하다. 기본적인 디자인 라인이 A6와 거의 같은 상황에서, 가죽과 흰색 스티치, 카본과 알루미늄이 그 화려함의 주역들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이아몬드 박음질이 돋보이는 시트다. 일체형 헤드레스트 아래 S6 로고를 박았고, 옆구리와 허벅지를 잘 지지해 주도록 날개를 두툼하게 세웠다. 하지만 화려한 스타일과는 다르게 의외로 시트의 기능은 단순하다. 꺾이는 관절이 많지도 않고 옆구리와 허벅지 날개를 더 부풀릴 수도 없다. 게다가 냉방시트가 아닌 것은 무척이나 안타깝다.
스티어링 휠도 흰색 스티치로 화려하게 꾸몄고, 센터페시아와 센터터널을 비롯한 곳곳에 카본트림을 적용한 것도 스포티함이 돋보인다.
S6의 실내에서 화려함이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시동을 걸 때서야 드러난다. 바로 계기판이다. 두 개의 큰 원 가운데 마련된 TFT-LCD 뿐 아니라 원 바깥으로 점점이 박혀 있는 LED들이 바늘의 움직임을 따라서 한 바퀴 회전하면서 점등되는 화려한 퍼포먼스가 장관이다. 시동을 걸 때 바늘이 한 바퀴 회전하는 계기판은 지금껏 많이 있어 왔지만 단언컨대 S6의 계기판은 그 정점이다.
그리고 뱅앤올룹슨 오디오의 데시보드 상단 스피커가 솟아 오르는 모습 또한 멋진 퍼포먼스다. 뱅앤올룹슨 오디오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적용되어 더 명확한 소리를 재현해 준다.
계기판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함께 깨어난 S6의 엔진은 최신 V8 TFSI 트윈터보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다. 큰 힘이 필요한 출발이나 가속 시에는 8기통을 모두 사용하지만, 큰 힘이 필요하지 않은 항속 주행 때는 4기통을 꺼버리고 4기통 만으로 주행이 가능한 COD(Cylinder on Demand; 가변 실린더) 기술이 적용되어 연료 소모를 줄여주는 아주 기특한 엔진이다.
3단 이상의 기어에서 950~3500rpm 사이의 회전으로 순항할 경우 4개의 실린더를 끄게 되는데, 이 때 계기판에는 4기통 모드가 표시되고, 순간 연비 표시가 흰색에서 녹색으로 바뀐다. 하지만 계기판의 정보를 확인하지 않고는 4개의 실린더가 꺼지는 순간에도 그 변화를 몸으로 느끼기는 거의 힘들다.
비슷한 조건에서 기어를 중립으로 전환시키고 회전수를 아이들링 수준으로 내려서 주행하는 코스팅 기능을 가진 모델들도 최근 많아지고 있는데, 어느 쪽이 좀 더 효율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운전자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순간에도 자동차가 알아서 기름을 아껴주니 엄친아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4.2리터 V8 TFSI 트윈터보 가솔린 직분사 엔진은 함께 출시된 S6, S7, S8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S6, S7에는 최고출력420마력, 최대토크 56.1kg.m의 힘을 발휘하는 반면, S8에서는 최고출력 520마력, 최대토크 66.3kg.m를 발휘한다. S6의 0~100km/h 가속은 4.6초, 최고속도는 250km/h(속도제한), 연비는7.9km/l(복합연비기준)의 성능을 낸다.
변속기는 7단 S-트로닉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장착된다. 변속이 정교하고, 효율성도 뛰어나다. 이제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지만 시프트패들을 이용해서 기어를 내리면서 가속할 때는 그 정교함이 평범한 운전자를 멋지게 힐앤토를 구사하는 레이서로 만들어 준다.
0~100km/h 도달 4.6초의 가속 성능은 폭발적이다. 하지만 차체가 큰 데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감각 때문에 체감 가속 성능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다.
달리기 성능은 안정적으로 직진 가속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물론 강력한 콰트로 시스템 덕분에 고속 코너링도 안정성이 높은 편이긴 하지만 420마력의 파워를 가진 스포츠카로 간주할 경우 상대적으로 코너에서의 롤링이나 안정감은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바꿔서 표현하면 승용차 수준에서 전혀 부족하지 않을 만큼 안락하면서도 4.6초의 강력한 가속성능을 부담 없이 만끽할 수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 S6의 정체다. RS6나 M5의 경우라면 아무래도 평소에 승용차처럼 타기에는 조금은 단단한 승차감이 신경 쓰일 수 있지만 S6라면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을 정도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거기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헤드 업 디스플레이(HUD) 등 첨단 주행 편의 장비들을 골고루 갖췄고, 뱅앤 올룹슨 오디오로 최상의 사운드도 감상할 수 있으니 스포츠카의 성격 보다는 아주 빠른 럭셔리카의 성격이 더 강하다.
아우디 S6는 BMW M5의 대응 모델이 아니다. 스포츠카가 아닌 승용차 A6가 지극히 화려해지고, 스포티해지고, 그리고 강력해진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모델이다. 굳이 스포츠카이고 싶다면 RS6를 기다리는 게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