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친환경 전용 모델로 개발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연비를 달성했다고 했지만 실제 시승에서는 프리우스에는 못 미치는 연비를 보였다. 하지만 보다 뛰어난 매니지먼트를 통해 일반 가솔린 차량 대비 매우 높은 연비를 실현하였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운전의 재미도 살렸다. 주행안정성과 승차감의 탁월한 조화도 매력이다.
현대차가 친환경차 전용 모델 아이오닉을 선보이면서 가장 먼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그 동안 현대차는 쏘나타 하이브리드, 그랜저 하이브리드 등 여러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여 왔었는데, 지금까지는 기존에 있는 모델에 하이브리드 시스템만 더해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만들었다면, 이번에 출시된 아이오닉은 기존에 있던 모델이 아닌 친환경차 전용으로 아예 새로운 모델을 선보인 것이 차이다. 따라서 아이오닉에는 일반 가솔린 엔진이나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은 더해지지 않는다.
이는 토요타 프리우스가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인 것과 비슷한 경우인데, 개발 과정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토요타는 프리우스를 개발할 당시 오직 연비만을 위하여 당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개념으로 새로운 모델을 개발했다. 플랫폼과 엔진,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 모든 것이 새것이었다.
하지만 아이오닉은 새로운 모델명과 디자인, 그리고 새로운 엔진 등을 개발했지만, 이미 현대차가 가지고 있던 것을 응용, 개량부분도 많다. 플랫폼은 기존 아반떼의 플랫폼을 친환경차에 적합하도록 개량한 것으로 이 플랫폼을 바탕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배터리 전기차도 선을 보이게 되므로, 친환경차 전용 플랫폼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병렬식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기존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모델들에 적용된 것과 다르지 않다. 좀 더 개량된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적용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엄밀히 말하면 아이오닉은 아반떼의 하이브리드 모델인데 디자인을 바꾸고, 이름을 다르게 붙인 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사이즈가 4,470 x 1,820 x 1,450mm로 아반떼보다 길이가 100mm 짧고, 폭은 20mm 넓고, 높이는 10mm 높다. 휠베이스는 2,700mm로 같고, 토요타 프리우스와도 같다.
아이오닉에는 초고장력 강판을 53% 적용하고, 구조용 접착제를 확대 적용해 차체강성을 강화함은 물론, 현대차 최초로 엔진 후드와 트렁크 덮개에 알루미늄을 적용해 경량화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디자인은 앞모습에서 현대차의 특징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고, 곳곳에 친환경차를 상징하는 파란색 파츠가 적용됐다.
뒷모습은 지붕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프리우스로 대변되는 여러 하이브리드 모델들과 일맥상통한다. 차체 뒷부분에서 발생하는 와류를 통한 주행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결국 아이오닉은 해치백이라 할 수 있는데, 국내 시장에서 친환경 모델을 통한 해치백의 새로운 도전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 외 여러 곳에서도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개폐형 액티브 에어 플랩이 적용된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 좌우 하단의 휠 에어커튼, 휠, 리어 스포일러 등이 그렇다.
인테리어도 새롭게 디자인했다. 공간 면에서 아반떼와 매우 흡사하지만 눈에 들어 오는 부분은 모두 새로운 모습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D컷 스티어링 휠이다. 친환경차임에도 직경이 작은 D컷 타입 스티어링 휠을 통해 스포티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아래쪽 스포크를 알루미늄 느낌의 파츠로 장식한 것도 스포티함을 더한다.
계기판은 7인치 LCD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는데, 가운데 큰 원이 일반모드에서는 속도계로, 스포츠 모드에서는 회전계로 변환된다. 우측에는 각종 정보가 표시되고, 좌측에는 배터리 충전상황과 에코 게이지가 표시된다.
센터페시아 디자인도 매우 깔끔하고, 고개를 살짝 쳐든 모습으로 배치한 버튼들도 사용 편의성이 뛰어나다. 전반적인 인터페이스는 그 동안 현대차가 보여왔던 것과 흐름을 같이하고 있어 친근하다.
기어 레버와 그 주변도 새로운 디자인인데, 레버 주변에 버튼을 배열한 모습은 포르쉐 파나메라와 많이 닮았다. 버튼 아래쪽에 알루미늄 느낌의 장식을 더한 모습도 쏙 빼 닮았다.
시트도 매우 만족스럽다. 몸을 잘 잡아주고, 안락함도 적당하다. 히팅과 냉방 기능을 모두 갖췄다.
트렁크는 해치 형태로 열리면서 매우 넓은 750리터의 공간을 확보했다. 입구가 넓게 열리는 데다 2열 시트 등받이를 접을 경우 매우 큰 부피의 화물도 쉽게 실을 수 있다.
아이오닉에 적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그 동안 현대차가 사용해 오던 병렬식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엔진과 전기모터, 변속기, 매니지먼터 시스템 등은 모두 새롭게 개발된 것들이다.
엔진은 1.6 GDI 직분사 엣킨슨 사이클 엔진으로 최고출력 105마력, 최대토크 15.0kg.m를 발휘한다. 엣킨슨 사이클 엔진임에도 직분사 시스템을 통해 비교적 높은 출력을 확보하고, 하이브리드 시스템 내에서 엔진의 비중을 더 높게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점에서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큰 차이가 난다. 프리우스의 1.8리터 VVT-i엔진보다 출력과 토크가 더 높다. 직분사 엔진을 적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점차 현대차의 캐릭터로 잡혀가는 모습이다.
영구자석식 동기모터도 새롭게 개발했는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사각 단면의 코일을 적용해 코일 집적도를 높여 전기모터의 성능을 극대화한 점이다. 이를 통해 프리우스에 비해 출력은 많이 낮지만 토크는 더 높은 전기모터를 가지게 됐다. 이 전기모터가 어떤 성능을 보여줄 지가 이번 아이오닉에서 가장 궁금한 부분이기도 하다. 전기모터는 43.5마력의 출력과 17.3kgf.m의 토크를 발휘한다. 배터리는 1.56kWh 용량의 리튬 이온 폴리머 배터리가 적용됐다.
엔진과 전기모터의 통합 최고출력은 141마력(ps), 통합 최대토크는 27kg.m다.
변속기는 6단 DCT가 적용됐고, 스포츠 모드와 수동변속 모드를 갖춰 뛰어난 변속 성능과 스포티한 주행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미디어 시승회 형태로 진행된 시승은 김포 공항 옆에 위치한 메이필드 호텔을 출발해 파주 헤이리까지 편도 50km 정도의 구간에서 진행됐다. 시내도로와 고속화 도로가 적절히 포함돼 있다.
이번 시승에서 가장 궁금한 부분은 단연 연비다. 현대차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연비라고 강조했고, 프리우스와 비교해도 더 뛰어난 연비일 것이라고 여러 번 이야기하고 있어서 과연 실 주행에서 어느 정도의 연비를 보여줄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이오닉은 15인치 타이어 기준 정부고시 연비 22.4km/L, 17인치 타이어 기준 20.2km/L를 표시하고 있다. 특히 도심연비가 고속도로 연비보다 높게 표시된 점에서 이제 제대로 된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는 느낌도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시승차는 Q트림으로 17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모델이다.
그런데 프리우스와 함께 같은 구간을 달리면서 연비를 직접 비교해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아이오닉의 실 주행 연비를 과거 프리우스가 보였던 연비와 대충 비교해 보는 정도에서 그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출발은 당연히 EV 모드로 출발했다. 그런데 출발하자 마자 불과 10~20km/h 정도의 속도에서 곧바로 엔진 시동이 걸린다. 전기모터의 성능이 강화된 만큼 EV모드에서의 초반 가속이 향상됐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의외다. 잠시 엑셀에서 발을 떼면 다시 EV모드로 전환되고 이후에는 엑셀을 아주 약하게 밟고 있으면 엔진 시동을 걸지 않고 EV모드로 꾸준하게 속도를 높여 나간다. 하지만 EV 모드의 가속력은 매우 약하다. 시내 신호대기에서 EV모드로 가속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프리우스는 시내 주행 흐름에 맞추더라도 60km/h까지는 EV모드로 가속하는 것이 가능하다. 전기모터와 배터리의 용량이 더 크기 때문이다.
반면 아이오닉도 어느 정도 속도를 높인 상황에서 엑셀을 약하게 밟으면 EV모드로 전환되는데 이때는 EV모드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속도를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평지에서 거의 80 ~ 90km/h까지도 EV모드로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현대차에서는 아이오닉이 평지에서 최대 120km/h에서도 EV모드가 적용된다고 밝혔는데, 사실 일반적인 상황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120km/h 이상으로 가속했다가 엑셀에서 발을 떼면 잠시 EV 모드로 전환되긴 하지만 EV모드로 120km/h를 유지하기는 힘들다. 어쨌든 프리우스의 경우 80km/h 이상에서 EV모드가 적용되는 경우는 없으므로 이 부분은 아이오닉이 프리우스보다 나은 점으로 보인다.
다만 배터리가 거의 절반 이상으로 충전돼 있을 경우에만 가능했다. 배터리 충전 상태가 절반 이하로 내려갈 경우에는 전기모터로 주행하면서 엔진을 돌려 배터리를 충전하는 모습도 보였다. 물론 EV모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엑셀을 거의 10% 수준으로 유지해 줘야 한다. 엑셀 밟는 정도가 정확하게 몇 % 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대략 30% 정도가 되면 어김없이 엔진 시동이 걸렸다.
현대차에서 발표한 ECO-DAS(Driving Assist System), 즉 네비게이션과 연동해 관성 주행을 유도하고, 전방에 내리막이나 오르막이 있을 경우 배터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거나 미리 충전을 해 주는 시스템은 짧은 시승 동안 제대로 확인해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매우 지능적인 장비여서 평소 엑셀을 약하게 밟고 부드럽게만 주행해 주면 차가 알아서 매우 높은 연비를 실현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겠다.
연비도 중요하지만 현대차는 다이나믹한 주행도 매우 강조하고 있다. 그 동안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운전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선입견을 아이오닉이 불식시키겠다는 이야기다.
기어 레버를 왼쪽으로 이동하면 변속기가 스포츠 모드로 전환된다. 현대차에서 기어레버 이동만으로 스포츠 모드가 적용되기는 처음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계기판 가운데 원이 회전계로 바뀌고 속도는 그 가운데 디지털로 표시된다. 기어도 한 단 정도가 내려가면서 회전수를 높여준다. 기어레버를 움직여 수동으로 기어를 내릴 때 회전수를 높여서 맞춰주는 기능은 그리 적극적이지는 않다. 최근 등장한 현대차의 DCT 변속이 매우 적극적이었던 것과는 차이가 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가속이 가능하다. 엔진 사운드도 훨씬 경쾌해진다. 전기모터의 초기 뛰어난 토크가 더해져 나름 긴장감 있는 가속이 가능하다. 하지만 절대적인 느낌에서 다이나믹한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아반떼 가솔린 모델을 수동모드로 주행할 때와 큰 차이를 느끼기는 어렵거나, 아반떼 디젤과 비교할 때 가속이 더 강력하다고 보기 어려웠다. 다만 하이브리드 모델이면서 이런 적극적인 스포츠 모드가 가능하다는 수준으로 해석하면 되겠다. 프리우스의 경우 스포츠 모드나 수동모드가 아예 없다.
시승 도중 두어 번 잠깐 스포츠 모드를 테스트 해 본 것 외에는 거의 모든 구간에서 연비 위주의 주행을 했다. 정속 주행을 하고, 급가속을 전혀 하지 않고, 전방 상황을 주시하면서 관성 주행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렸다. EV모드를 최대한 지속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주행 속도는 도로의 제한 속도보다 살짝 낮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80km/h 도로에서 50km/h로 주행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주행을 통해 얻은 연비는 20.8km/L였다. 정부고시 연비를 살짝 넘겼다. (일부 참가자는 도로의 흐름을 무시한 극한의 연비 주행으로 28km/L 정도의 연비를 기록한 경우도 있었다.)
연비에 대한 총평은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것이다. 프리우스와 비교하면 프리우스 쪽이 훨씬 더 뛰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마 동일한 수준으로 주행했다면 프리우스는 25km/L 이상을 기록하지 않았을까 짐작이 된다.
그리고 주행 감각에서도 프리우스는 좀 더 전기차다운 주행이 가능한 반면, 아이오닉은 전기차 느낌의 주행을 하려면 매우 조심스럽게 엑셀을 컨트롤해야 했다. 전반적으로 아이오닉은 부드럽게 운전할 경우 약한 수준의 EV모드를 유지하면서 좀 더 ‘티끌 모아 태산’ 방식으로 연비를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주행 안정성과 승차감은 매우 탁월하다. 배터리를 뒷좌석 아래 배치하면서 무게 중심을 낮춤과 동시에 안정감도 높인데다 후륜 서스펜션에 멀티링크를 적용한 것 등이 어우러진 결과로 보인다. 서스펜션 감각은 거의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승차감과 안정성의 조화가 탁월했다. 아반떼 디젤보다 조금 더 만족도가 높다.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등 편의, 안전 사양도 매우 충실하게 갖췄다. 물론 가격 상승요인이 되긴 하지만 작고 연비가 좋은 차로 최고급 편의, 안전 사양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라 할 수 있겠다.
현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프리우스와는 상당히 다른 하이브리드 성능을 갖추고 있다. 친환경 전용 모델이라고 해서 프리우스와 같아 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소 약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최대의 연비를 끌어 낼 수 있는 실력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확보했다고 보인다. 이를 통해 일반 가솔린 모델 대비 매우 뛰어난 연비를 확보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대대적으로 강조한 결과로 고객들이 가지게 되는 기대에는 살짝 못 미친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물론 4세대 프리우스 출시 후 동일한 조건에서 다시 한번 직접 비교해 봐야 정확히 알 수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프리우스보다 뛰어난 연비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적어도 국내에서 프리우스와의 경쟁구도는 여러모로 무의미하다. 프리우스보다 가격에서 훨씬 유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에서 아이오닉의 경쟁모델은 아반떼나 쏘나타가 되겠다.
쏘나타를 염두에 둔 고객이 차는 작지만 비슷한 수준의 장비를 갖추고, 뛰어난 연비를 자랑하는 아이오닉을 선택하거나, 아반떼를 염두에 두면서 평소 주행거리가 매우 긴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고객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이오닉을 선택할 수 있겠다. 물론 그 반대로 대부분의 고객들은 쏘나타나 아반떼로 만족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