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드라이빙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주말에 서킷 주행을 즐기는 동호인의 수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평일에는 일상을 보내다가 주말에 서킷에서 스포츠 드라이빙이나 아마추어 레이스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선데이 레이서(Sunday Racer)”라고 부르는데, 서킷 문화가 보편화된 북미나 유럽에서는 인기 있는 취미 중 하나다.
그런데 처음 스포츠 드라이빙에 입문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장구류나 안전수칙, 차량 점검 요소등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기초적인 드라이빙 이론을 배울 곳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서킷 주행 시 소중한 애마에 무리가 가해지거나 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있기 때문에, 입문자에게는 결코 부담이 적지 않다.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인제 스피디움은 수도권에서 2시간 이내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을 뿐 아니라, 심한 표고차로 인한 다이내믹한 코스 구성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 인제 스피디움에서 서킷 중심의 스포츠 드라이빙에 입문하고 싶은 드라이버들을 위해 윈터캠프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특히 최근 WRC 레이서 공개 오디션으로 화제를 모은 “더 랠리스트” 참가자가 직접 교육하는 커리큘럼으로 매니아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1월 9일, 더 랠리스트 윈터 캠프의 1회차 프로그램이 치뤄져 직접 참가해 봤다. 프로그램은 인제 스피디움 라이선스 취득 및 기초 드라이빙 이론을 배우는 시간으로 시작돼 스포츠 드라이빙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짐카나와 서킷 B코스 주행, 스톱왕 대결 및 카트 체험, 그리고 서킷 풀코스 주행 등으로 이어졌다.
윈터 캠프 참가자는 기본적으로 10만 원 상당의 인제 스피디움 라이선스를 취득한다. 기존에 라이선스가 있는 경우 참가일을 기준으로 갱신되므로 초보 드라이버와 서킷 주행이 익숙한 드라이버 모두에게 이득이다. 점퍼와 티셔츠, 캡 등 기념품 역시 모든 참가자에게 증정된다.
라이선스 교육을 마친 뒤에는 스포츠 드라이빙 이론을 배우는 시간이 이어진다. 더 랠리스트 윈터 캠프의 치프 인스트럭터는 “더 랠리스트” 방송에서 TOP 4로 선발돼 경합을 벌였던 강병휘 드라이버가 담당하며, 이외에도 정재순 드라이버 등 프로 드라이버들이 인스트럭터로서 코치를 담당한다. 이론 교육에서는 코너에서의 드라이빙 라인, 타이어의 마찰력 활용법 등 스포츠 드라이빙에 필수적인 내용들을 배울 수 있다. 이론을 배운 뒤에는 바로 짐카나를 통해 실전 연습에 나선다.
기존에도 다양한 드라이빙 스쿨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만, 더 랠리스트 윈터 캠프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의 차로 참가할 필요가 없다는 것. 인제 스피디움에 마련된 서킷 전용 차량이 있기 때문에 자가용 차량에 무리가 갈 걱정이 없다. 짐카나, 급제동, 서킷 주행 등 모든 프로그램이 전용 차량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브레이크 패드, 타이어 등의 소모품이나 유류비 부담을 덜 수 있다.
캠프에 마련된 차량은 코란도 C와 i30 등 2종류.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량이지만 얕잡아보면 안 된다. 코란도 C는 뒷좌석 탈거 및 롤케이지, 스포츠 브레이크 패드와 스포츠 배기 등이 적용됐고, i30는 “더 랠리스트”에서 드라이버들이 직접 탑승했던 경주용 차량으로, 내장재 완전 탈거 및 풀 롤케이지 장착, 풀 버킷 시트와 6점식 안전벨트, 레이싱 스티어링 휠, 일체형 서스펜션과 고성능 타이어 및 4-피스톤 브레이크, 레이싱 배기 시스템이 장착된, 말 그대로 레이스 카와 다름없는 사양이다.
모든 주행은 기본적으로 코란도 C를 통해 롤링을 체감하면서 주행감각을 익히고 i30로 갈아 타 하드코어 주행을 경험하는 방식으로 치뤄졌다. 첫 코스인 짐카나 역시 코란도 C와 i30를 순서대로 탑승해 “더 랠리스트” 참가자들과 동일한 코스를 달리고 기록을 측정했다. 연속 슬라럼과 가속 및 U턴, 8자 주행 등이 포함된 짐카나는 코스를 외우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리드미컬한 주행이 관건이었다. 이를 통해 급격한 코너링 시의 가·감속과 라인 그리기 연습을 할 수 있었다. 더욱이 좌우대칭 코스에서 기록을 측정하며 경쟁하는 것은 경합 시의 심리적 압박을 극복하는 연습이 되기도 했다.
이어서 참가자들은 인제 스피디움 B코스로 이동해 서킷 주행의 기초를 배웠다. 2개 조로 나누어 두 명의 인스트럭터가 페이스 카를 타고 한 대씩 뒤따르며 주행 라인을 확인해 주는 방식이다. 인스트럭터가 동승해 맨투맨 코치를 해 줄 수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대신 더 많은 실전 주행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i30 레이스카는 내장재가 전혀 없기 때문에 무전기로 전달되는 인스트럭터의 코칭을 듣기 어려웠다. 이어폰이 있으면 더 좋았겠다.
점심 식사 후에는 잠시 쉬어가는 시간으로 조를 나누어 스톱왕 프로그램과 스포츠 카트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스톱왕은 말 그대로 정해진 구간 안에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제동하는 실력을 테스트 하는 것으로, 짐카나와 마찬가지로 시간을 계측해 대결하는 방식. 스포츠 카트는 당초 실내 카트장에서 주행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짐카나 코스에서 주행하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한번에 많은 참가자가 주행할 수 없어 대기시간이 길게 느껴진 점은 아쉬웠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운전 감각을 연마한 참가자들을 위한 최종 코스는 바로 대망의 풀코스 주행. 코란도 C와 i30 레이스카로 번갈아가며 3.9km 길이의 인제 스피디움 풀코스를 주행하는 것이다. 난코스로 소문난 서킷인 만큼 참가자들이 하루종일 배운 드라이빙 스킬을 총동원해 주행에 집중해야 했다.
역시 가장 매력적인 것은 수동변속기의 서킷 전용 레이스카를 타고 실전 주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내장재를 완전 탈거하고 운전자를 꽉 묶어주는 버킷 시트와 롤케이지로 둘러싸인 채 원초적인 주행 감각을 선보이는 i30 레이스카는 흡사 레이서가 된 듯한 기분을 선사하면서, 동시에 일반인이 체험하기 어려운 극한의 드라이빙을 선사한다. 실제 프로 드라이버들이 경합에 사용했던 차량인 만큼, 코너링과 가속력, 엔진 반응속도 등이 모두 최적화돼 있어 양산차와는 완전히 다른 재미를 준다.
그렇다고 해서 코란도 C가 지루한 것 또한 결코 아니다. 자동변속기 사양으로 누구나 부담없이 주행할 수 있으면서, 순정 서스펜션의 특성 상 차량의 하중이동을 직접 체험하면서도 제법 높은 한계까지 주행할 수 있다. 제법 크게 들려오는 배기음과 경량화, 강성 보강 튜닝을 통한 스포티한 거동이 인상깊었다. 풀코스가 낯선 참가자들에게는 코란도 C를 통해 우선 각 코너의 특성을 익힌 뒤 i30를 타고 본격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 셈이다.
풀코스 주행 역시 처음에는 인스트럭터가 뒤따르며 코칭해 주고, 마지막에는 완전히 자유롭게 30분 이상 주행을 즐길 수 있도록 시간이 보장됐다. 이 날 주행 시에는 시스템 문제로 기록 계측이 불가능했지만, 향후 프로그램 진행 시 기록 계측과 데이터 로거를 활용한 피드백을 진행한다는 것이 인제 스피디움의 계획이다.
각 세션 별 우수 참가자에게는 소정의 상품이 수여되고, 기념촬영을 끝으로 공식 프로그램이 마무리됐다. 하루 종일, 그것도 자기 차량의 부담이나 연료 및 소모품 소모에 대한 부담 없이 운전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35만 원의 참가비는 오히려 저렴하게 느껴질 정도다. 더군다나 기본 증정되는 기념품과 10만 원 상당의 라이선스, 1회 제공되는 무료 주행권 등 특전이 매우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쉽게 타볼 수 없는 레이스카 주행까지 주어진다.
인제 스피디움 관계자는 1회차 프로그램에서 미숙했던 부분들을 향후 적극적으로 개선하면서 오는 윈터 캠프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행 부분에서의 부족한 점들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특전과 프로그램 구성의 매력이 확실한 만큼 향후 참가자들은 더욱 알찬 윈터 캠프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흔히 겨울은 추운 날씨와 미끄러운 노면 등으로 말미암아 스포츠 드라이빙의 비수기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모두가 쉬는 이 때 윈터 캠프를 통해 운전 실력을 연마한다면, 돌아오는 봄에 더욱 발전된 스킬을 뽐낼 수 있지 않을까? 더 랠리스트 윈터 캠프는 돌아오는 1월 23일에 이어서 개최되며, 오는 3월까지 총 6회 치뤄진다. 참가비는 1인당 35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