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미니밴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FCA가 차세대 미니밴 퍼시피카(Pacifica)를 공개했다. 퍼시피카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판매된 크라이슬러의 크로스오버 이름이었지만, 신형 퍼시피카는 기존의 미니밴 “타운 앤 컨트리(한국명 그랜드 보이저)”를 대체하는 풀사이즈 미니밴으로 만들어졌다. 이로써 타운 앤 컨트리라는 이름은 2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신형 퍼시피카는 미니밴 시장을 선도해 온 크라이슬러답게 FCA 그룹 전체의 역량을 집중해 개발된 패밀리 카다. FCA 그룹이 글로벌 E-세그먼트 모델을 위해 개발한 신규 플랫폼을 최초로 사용한 모델이며, 동시에 세계 최초의 양산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미니밴이다. 크라이슬러 사상 최초의 하이브리드 모델이기도 하다.
각진 형태의 기존 타운 앤 컨트리와 대조적으로, 퍼시피카는 최신 크라이슬러 패밀리 룩에 따라 유선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전면부는 중형 세단 200 등과 비슷한 디자인을 이루며, LED 주간주행등이 기본 장착된다. 뒷유리로부터 테일램프로 이어지는 D-필러 디자인 또한 동급 모델 중에서는 매우 개성적인 부분. 알로이 휠은 17, 18인치 및 20인치가 적용되며, 총 10종의 다양한 바디 컬러가 제공된다.
퍼시피카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고려한 만큼 효율과 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에 집중했다. 고장력 강판이 22%, 초고장력 강판이 48% 사용됐으며 많은 부위에서 불필요한 소재를 덜어내 경량화를 이뤄냈다. 또 서스펜션 구조를 혁신적으로 개선해 부품을 줄이면서도 단조공법 및 알루미늄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경량 고강성 하체를 완성했다. 뿐만 아니라 400시간 이상의 풍동 실험을 거쳐 동급에서 가장 우수한 공기저항계수(Cd)인 0.30을 달성했다.
실내 역시 한결 세련된 스타일로 다듬어졌다. 시프트 다이얼과 3-스포크 타입 스티어링 휠 등 최신 크라이슬러 디자인을 반영했으며, 신형 유커넥트 디스플레이가 전 모델에 적용된다. 실내 디테일과 컬러 선정에는 뉴욕과 캘리포니아, 알래스카 등 미국 각지로부터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 반영됐다. 패밀리 카의 특성을 고려해 특수 설계된 유리와 삼중 도어 실링을 적용하고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탑재, 실내 소음을 동급 최저 수준으로 줄인 점도 강점.
미니밴인 만큼 실내공간의 활용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2열과 3열 시트는 넓은 공간을 확보해 어느 자리에서나 다리를 펴고 앉을 수 있으며, 실내 곳곳의 수납공간은 아이패드나 병음료와 같은 큰 물건도 넣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3단 파노라마 선루프와 발동작만으로 슬라이딩 도어를 여는 기능이 동급 최초로 탑재된 점 또한 미니밴 강호의 실력을 보여준다. 오디오는 13-스피커 알파인 오디오 또는 20-스피커 하만 카돈 시스템이 트림에 따라 탑재된다.
크라이슬러의 자랑이자, 여러 경쟁 모델들이 벤치마킹하는 시트 수납 시스템인 “스토우 앤 고(Stow ‘n Go)” 역시 최신 설계로 진화해 필요한 만큼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실내 청소가 까다로운 미니밴의 특성을 고려해 실내 어디에나 호스가 닿을 수 있는 강력한 진공청소기까지 내장형 기본 액세서리로 제공된다.
일반 모델에는 3.6L V6 펜타스타 엔진이 탑재된다. 최고출력은 287마력으로, 이 역시 동급 최고의 성능이다. 여기에 연료 절감을 위한 엔진 스톱-스타트 기능과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가변 밸브 리프팅 및 가변 밸브 타이밍 기술이 탑재되고 고효율 토크플라이트 9속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효율 또한 높였다.
퍼시피카의 가장 특징적인 점은 미니밴 세그먼트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다. 3.6L V6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전기모터가 합쳐지고, 16kWh급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를 차체 하부에 탑재함으로써 30마일(약 48km)을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다. 미국 EPA 기준 시내 공인연비는 34.0km/L에 달한다. 전자식 무단변속기가 조합되며, 240볼트 충전기를 통해 배터리를 완충하는 데에는 2시간이면 충분하다.
이 밖에도 퍼시피카에는 주차 어시스트와 전방 추돌 경보 및 제동 시스템, 차선 유지 및 조향 보조 기능 등 각종 첨단 편의사양 및 안전사양이 적용되는 등 100가지 이상의 동급 선도 사양을 탑재했다. 토요타 시에나, 혼다 오딧세이 및 기아 세도나(한국명 카니발) 등이 주요 경쟁 차종이며, 캐나다 윈저 공장에서 생산돼 올 봄부터 판매에 돌입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올 하반기에 시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