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부터 CES(국제 전자제품 박람회)에서 꾸준히 신기술을 소개해 온 BMW가 올해는 허공에서 터치하는 “에어 터치” 기능이 탑재된 BMW i 비전 퓨처 인터랙션 컨셉트카를 선보였다. 겉보기에는 앞서 공개된 i8 컨셉트 스파이더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탑승자와 차량의 상호작용(interaction)을 위한 첨단 신기술이 대거 투입된 것이 특징이다.
외관 상으로는 다이내믹한 i8 컨셉트 스파이더에 “E-카퍼 오렌지”라는 전용 컬러를 입히고 도어를 떼어낸 것이 특징적일 뿐,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는 없다. 초경량 고강성 설계인 라이프드라이브 아키텍처가 채택돼 카본 파이버와 알루미늄으로 고강성 경량 바디를 완성시켰고, 여기에 BMW가 자랑하는 레이저 헤드라이트가 적용돼 미래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여기까지는 i8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컨셉트카의 핵심은 바로 인테리어다. 실내에는 BMW가 제안하는 미래시대의 자동차 커넥티비티를 위한 첨단 상호작용 체계가 대거 도입됐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대쉬보드 상단을 감싸듯 곡면 설계된, 무려 21인치의 고해상도 곡면 디스플레이다.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라고 명명된 이 모니터를 통해 운전자는 내비게이션 등 주행에 필요한 정보는 물론 차량 관리 데이터나 배터리 충전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초고해상도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주행 중 가장 필수적인 정보를 전면 유리에 비춰주며, 계기판 클러스터에는 3D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연비나 자율주행정보 및 각종 경고 상황을 표시한다.
비전 퓨처 인터랙션은 이름처럼 운전자와 자동차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췄다. 가령 운전자가 차에 탑승하면 자동으로 스마트폰이나 모바일 기기와 연결해 BMW 커넥티드 앱을 실행한다. 그리고 BMW 오픈 모빌리티 클라우드에 접속해 운전자가 원하는 정보를 즉시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된다. 자율주행 중이라면 전화 통화 시 자동으로 영상을 송출하거나, 운전자가 직접 주행할 때는 운전자를 방해하지 않도록 디스플레이의 정보량을 최소화하는 등 능동적으로 상황에 맞는 정보를 제공한다.
또 다른 핵심 기술은 “에어 터치(AirTouch)”라고 명명된 기술이다. 앞서 신형 7 시리즈에 탑재된 제스처 컨트롤 기능에서 더 나아가 에어 터치 기술은 볼륨을 높이거나 페이지를 넘기는 것 외에 허공에서 버튼 터치까지도 인식이 가능하다. 운전자 뿐 아니라 동승자 역시 메뉴를 선택하거나 페이지를 넘길 때 에어 터치를 사용할 수 있다. 에어터치가 낯설다면 센터콘솔의 터치 패널이나 음성인식을 통한 기능 사용 역시 가능하다.
비전 퓨처 인터랙션은 최근 뜨거운 감자인 자율주행 기능 역시 소홀히 하지 않았다. 주행 모드는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는 “퓨어 드라이브”, 주변 환경에 따라 안전 운전을 보조하는 “어시스트”, 그리고 완전한 고도 자율주행을 실시하는 “오토” 모드로 나뉜다. 향후 양산차에 투입될 자율주행 기능 테스트를 위해 BMW는 이미 독일과 미국에서의 자율주행 면허를 취득한 상태다.
자율주행 모드에 돌입하면 스티어링 휠에 푸른 불빛이 들어오며, 스티어링 휠이 뒤로 물러나고 스포츠 시트는 라운지 의자처럼 안락한 형태로 바뀐다. 또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운전석이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등, 주행 모드에 따라 인테리어가 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차량은 인터넷망을 통해 전방의 교통환경을 미리 파악하고 이를 자율주행이나 주행 보조장치에 활용한다. 가령 전방에 사고가 발생한 경우 5~7초 전에 이를 미리 파악하고 운전자에게 경고해 운전자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자율주행 모드에서는 차량이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속도를 줄이거나 안전운전을 실시한다.
도어도 없는 비전 퓨처 인터랙션 컨셉트카가 이대로 양산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BMW는 컨셉트카에 적용된 다양한 첨단 디스플레이와 상호작용 기능, 자율주행 기능을 양산차에 순차적으로 이식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i8 컨셉트 스파이더의 바디를 활용해, 여전히 베일에 쌓인 i8 스파이더의 양산 가능성을 은연 중에 드러내고 있다. 비전 퓨처 럭셔리가 출품된 CES 2016은 오는 1월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치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