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르부르크링에 2015년은 최악의 한 해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뿐만 아니라 많은 테스트와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서킷에 제한속도가 발효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 발생한 사망사고가 그 원인이었다. 급격한 고저차로 차체가 붕 뜨는 Flugplatz 구간에서 얀 마덴버러가 몰던 GT-R 레이스카가 날아올라 관중석을 덮친 것. 이 사고로 관람객 1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로 인해 사고가 난 Flugplatz 및 Antoniusbuche, Schwedenkreuz 등 3곳에서는 200km/h 제한, 최고속을 내는 4km 길이의 Dottinger Hohe에서는 250km/h 제한이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 뉘르부르크링 서킷의 안전성 강화를 바탕으로 속도 제한이 폐지된다는 소식이 있었다. 안전 펜스의 추가와 함께 일부 구간의 평탄화 작업으로 라인이 수정된다. 이로 인해 ‘녹색 지옥’이라 불리던 서킷의 난이도가 낮아지고 이는 랩타임 단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속도 제한 폐지는 모터스포츠 팬뿐만 아니라 제조사들에게도 희소식으로 전해진다. 뉘르부르크링은 난코스인 만큼 이곳에서의 빠른 랩타임은 그 차의 주행 성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로 활용돼 왔으며, 신차 개발의 장으로도 널리 활용돼 많은 제조사들이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보수 공사는 내년 3월 전까지 완료될 전망으로 보인다. 이 공사가 끝나면 제조사들의 뜨거운 랩타임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2016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에 도전이 예상되는 후보 차량 6대를 추렸다.
아큐라 NSX
3.5리터 V6 트윈 터보 엔진과 3개의 전기모터를 탑재해 합산출력 573마력, 최대토크 56.1kg.m의 NSX는 포르쉐 GT3와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뉘르부르크링의 내부 소식통에 의하면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의 대결을 볼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 시빅 타입 R
혼다의 핫해치 시빅 타입 R은 이번 여름, 7분 50초 63의 기록으로 전륜구동 최고 랩타임을 기록했다. 따라서 내년 중반 출시 예정인 시빅 세단 모델을 계측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8분 이하의 기록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 포커스 RS
포드는 포커스의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에 크게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머스탱의 2.3리터 4기통 에코부스트 터보 엔진을 올려 최고출력 315마력, 최대토크 44.2kg.m의 힘을 내는 포커스 RS는 골프R과 시빅 타입 R 등과 경쟁을 위해 기록측정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코닉세그 원
1,360kg에 1,360마력이라는 엄청난 제원을 바탕으로 최고속도 453km/h, 0-100km/h 가속 2.8초 이하, 0-400km/h 가속 20초, 400-0km/h 제동 10초라는 괴물같은 성능을 뽐내는 코닉세그 원은 지난 6월 속도제한을 이유로 랩타임 계측을 거부당했었다. 하지만 속도제한이 없어짐에 따라 코닉세그는 내년 중순경 기록 측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고 6분 30초의 기록이 예상되는 만큼 코닉세그의 도전 여부에 큰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포르쉐 911 GT3 RS
역대 최강 포르쉐로 불리며 경기용 사양에 맞춰 생산된 포르쉐 911 GT3 RS의 도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0리터 수평대항 6기통 자연흡기 엔진으로 최고출력 500마력, 최대토크 46.9kg.m의 힘을 발휘한다. 여기에 전용으로 개발된 PDK가 맞물린다. 기존에 GT3 RS는 7분 20초의 기록으로 918 스파이더 다음으로 빠른 포르쉐로 기록되고 있다. 내년 뉘르부르크링의 라인이 수정 됨에 따라 기존 기록에서 얼만큼의 시간 단축이 가능할지에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래디컬 RXC 터보
포르쉐 918 스파이더가 6분 57초를 기록하며 양산차 최고기록을 세웠을 때 여유를 가진 업체가 있다. 바로 영국의 스포츠카 제조업체 ‘래디컬(Radical)’이다. 그들은 2009년 ‘SR8LM’으로 6분 48초의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918 스파이더가 양산차 중 가장 빠른 기록에 올라선 것은 키트 카인 래디컬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런 래디컬에서 클로즈도 콕핏 형태의 RXC 터보를 출시해 양산차 최고기록 타이틀 획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고출력 537마력에 최대토크 66.4kg.m의 힘을 발휘하는 3.5리터 V6 트윈 터보 엔진을 장착한 RXC 터보는 포르쉐를 비롯해 많은 제조사들을 긴장 시킬 만한 차량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차들이 뉘르부르크링의 랩타임 계측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속도 제한이 없어지는 만큼 2016년의 뉘르부르크링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