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아우디 TTS는 직선이 더욱 강조된 디자인으로 날렵함이 돋보이고, 변화의 핵심인 버추얼 콕핏은 시선의 이동을 최소화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도록 돕는다. 2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뿜어내는 293마력은 그냥 작고 예쁜 스포츠카였던 TT를 고성능 스포츠카의 반열로 끌어 올렸다.
아우디의 소형 스포츠카 TT가 3세대로 성장했다. 작고 예쁘면서도 나름 잘 달렸던 1세대 TT는 모든 자동차를 통틀어서도 가장 예쁜 자동차 중의 하나로 기억될 만큼 디자인이 매력적인 차였다. 1.8터보로 180마력, 혹은 225마력을 발휘했던 성능도 크게 부족하지 않았다. 팁트로닉 변속기가 도입되면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고, 말년에는 V6 3.2 엔진과 세계 최초의 듀얼클러치 변속기 DSG를 장착한 3.2 DSG 모델도 소개됐었다. 처음 접했던 DSG는 그냥 브레이크만 밟아도 알아서 기어를 내리고 회전수를 높여줬었고, 시프트 패들을 사용하면 전광석화처럼 힐앤토를 구사하는 실력이 놀라웠었다. 지금이야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것들이지만 사실 그 때만해도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오늘날처럼 이렇게 성장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었다.
2세대 TT는 성능이 높아졌고, TTS와 TT RS까지 소개됐지만 1세대 TT를 너무 좋아한 탓인지 개인적으로는 관심이 많이 식어 버렸었다. 1세대 TT의 디자인을 이어받았지만 좀 더 직선이 강조된 모습이 아무래도 성에 차지 않았나 보다. 하지만 TT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모델이 되기 위한 진통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3세대 TT가 등장했다. 2세대 TT에서 어느 정도 면역이 생겨서인지, 그리고 최근 아우디의 디자인 흐름과 호흡을 잘 맞춰서인지 2세대 TT보다 디자인이 더 쉽게 와 닿는다. 어쩌면 신형 R8과 어딘지 닮아 보여서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TT는 직선이 더 강조됐다. 헤드램프와 6각형의 싱글프레임 그릴은 날카로운 직선이 예리해 보이기까지 한다. 숄더 캐릭터라인도 곧게 뻗어 있다. 하지만 옆에서 보면 여러 개의 반원을 매력적으로 배치한 모습이 여전히 TT다. 지붕의 선도 그렇고, 불룩하게 튀어 나온 펜더도 그렇다. 다른 모델들에서도 자주 하는 이야기지만 TT가 애기의 모습에서 건장한 청년의 모습으로 부쩍 성숙한 느낌이 든다.
이전 모델에서 싱글프레임 그릴 안에 자리하고 있던 아우디 4링 엠블럼은 엔진 후드 끝으로 올라갔다. R8과 같은 스타일이다. 덕분에 그릴이 깔끔해지면서 좀 더 시원한 느낌이 든다.
TTS는 사이드 미러가 은색이고, 그릴 안쪽에도 은색 핀들로 채워져 있다. 물론 TTS 엠블렘도 달았다. TT가 일반 LED 헤드라이트인 것과 달리 TTS에는 메트릭스 LED 헤드라이트가 적용됐다.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는 좌우 각각 25개의 고광도 LED 램프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면서 운전자 시야를 더 밝고 넓게 확보해 주며, 맞은 편과 전방 차량을 동시에 8대까지 감지하며 맞은편 운전자나 보행자의 시야는 방해하지 않도록 해 준다.
방향지시등은 진행하는 방향으로 라이트가 흐르는 방식이 앞, 뒤 모두에 적용됐다. 뒷면에는 팝업식 스포일러가 장착됐고, 좌우에 각각 듀얼 파이프 배기구가 자리했다.
사이즈는 1세대에서 2세대로 성장하면서 약간 커졌고, 2세대와 3세대는 큰 차이가 없다. TTS의 사이즈가 4,200 x 1,840 x 1,355mm에 휠베이스 2,468mm로 2세대와 휠베이스는 같고, 길이가 2mm 길어지고, 너비는 2mm 좁아지고, 높이는 10mm 커진 정도다. 거의 똑같다고 보면 되겠다.
실내는 2+2의 구조를 하고 있어 동급 모델들에 비해 공간상 여유가 있다. 실내 디자인 역시 이전 모델보다 직선이 더 강조됐지만 기본적인 TT의 터치는 잘 살아 있다.
그리고 3세대 TT에서는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 바로 버추얼 콕핏의 적용으로 인해 센터페시아에 모니터가 사라진 것이다. 얼핏 보면 예전에 모니터가 없던 시절, 아주 단순한 라디오 하나 달랑 있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분위기다.
TT를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버추얼 콕핏은 한 마디로 계기판 전체가 하나의 대형 모니터로 이뤄졌으며, 다양한 형태의 그래픽을 지원할 뿐 아니라, 아예 내비게이션까지도 품은 모니터 형태의 계기판을 말한다. 물론 계기판이 모니터로 구성된 모델은 이미 있어 왔지만 재규어도, 메르세데스 S클래스도 계기판은 계기판일 뿐이었다. 그런데 아우디는 센터페시아 모니터의 기능을 계기판으로 다 옮겨 온 것이다.
사이즈도 크다. 12.3인치 크기의 모니터는 해상도가 1,440×540 픽셀이다. 그래픽이 화려하고 선명하긴 한데, 요즘 모바일 디스플레이들과 비교하면 해상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조작은 운전대 좌측에 있는 ‘VIEW’ 버튼을 누른 후 좌우 화살표 버튼과 다이얼을 돌리면서 할 수 있다. 물론 오른손으로 센터터널에 있는 MMI를 통해서도 조절할 수 있다. MMI 다이얼 윗면은 터치 패드여서 손으로 쓴 글씨를 인식할 수 있는데, 인식률이 BMW보다 나은 것으로 보인다.
화면은 기본적으로 가운데 큰 원으로 회전계를 보여주고, 그 안에 속도, 원 밖 좌우에 네비게이션이나 주행 정보 등을 보여주는 방식이 있고, 화면 전체를 정보창으로 사용하면서 좌우에 조그만 원 2개로 회전계와 속도계를 보여주는 방식이 있다. 후자의 경우 네비게이션을 메인으로 실행하면 화면 전체가 네비게이션인 것처럼 보인다.
버추얼 콕핏의 가장 큰 목적은 주행 중 시선의 이동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네비게이션이나 오디오, 공조장치 등을 작동시키기 위해 시선을 센터페시아 쪽으로 옮기지 않아도 된다. 당장은 지금까지의 시선처리와 달라서 조금 불편할 수도 있지만 금방 익숙해지고 나면 확실히 편리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기술적으로는 과도기라 볼 수 있겠다. 최종적으로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모든 기능이 통합될 것이다.
버추얼 콕핏이 모든 기능을 다 가져간 만큼 센터페시아에 있던 모니터는 사라졌다. 데시보드가 무척 깔끔해 보인다. 디자인을 간결하게 가져간 김에 에어컨 조작 패널도 아예 공기 배출구와 통합했다. 비행기 엔진 노즐을 닮은 3개의 공기 배출구 가운데 조그만 모니터를 더해 에어컨을 조절하도록 한 것이다. 공기배출구 아래쪽에는 통풍구를 닫는 레버가 있고, 테두리를 돌려서 바람의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최소한의 기능들만 버튼으로 남겨 뒀다. 데시보드 좌우 끝에 있는 공기 배출구에도 시트 열선 버튼을 넣었다. 참 기발하고도 치밀하다.
실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사실 운전대다. 가운데 패드 동그라미가 작고, 림이 앞쪽으로 돌출된데다, 림이 두툼하지 않고 날씬하면서 근육질 형태여서 손으로 잡았을 때 림의 날이 손바닥에 압력을 가하는 느낌이 특이하다. 설명이 복잡한데, 만져보면 전혀 다른 부피감과 단단함이 긴장감을 더한다.
오디오는 뱅앤올룹슨이 적용됐는데, 무대가 차 앞에 펼쳐진 듯 뛰어난 사운드를 제공한다.
TTS에는 다이아몬드 스티치가 더해진 버킷타입 시트가 적용돼 시각적으로도 화려하고, 몸도 잘 잡아준다. 거기다 시승차는 색깔까지 빨간색이어서 더욱 화려하고 정열적이다. 시트 뒤에는 간이 시트가 마련돼 있어서 아주 잠깐 사람이 타거나 간단한 짐을 놓기에 좋다.
3세대 TT는 국내에 TT 쿠페와 TT 로드스터, 그리고 TTS가 선을 보였고, TT 쿠페와 로드스터에는 2.0 TFSI 220마력 엔진이 얹혔다. 고성능 버전인 TTS에는 같은 2.0 TFSI 엔진으로 최고출력 293마력/5,400~6,200rpm, 최대토크 38.8kg.m/1,900~5,300rpm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듀얼클러치 6단 S트로닉이 적용됐고, 콰트로도 기본으로 탑재됐다.
TTS에 얹힌 293마력 엔진은 최근 폭스바겐 골프 R과 아우디 S3 세단을 통해서 먼저 만나 본 엔진이다. TTS와 함께 세 모델이 모두 같은 MQB 플랫폼, 같은 파워트레인을 얹은 형제차인 것이다. 그렇다면 TTS는 앞서 시승한 이들과 어떤 다른 모습을 보여줄까?
0~100km/h 가속은 4.9초로 S3 세단과 같다. 골프 R은 5.1초였다. 이전 TTS는 2.0 TFSI로 265마력을 발휘했고, 0~100km/h 가속은 5.2초가 걸렸다.
가속력은 경쾌하다. 요즘 워낙 고성능 스포츠카들이 많아서 4.9초가 시선을 확 끌지 못하는 분위기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가속력이다. 특히 동급에서는 BMW Z4 sDrive 35is가 340마력으로 4.8초, 메르세데스-벤츠 SLK 350이 306마력으로 5.6초, 포르쉐 박스터 S가 315마력으로 5.0초를 기록한다. 아우디가 TTS로 이들과 대적할 강력한 스포츠카를 완성한 것이다. 이들 중 가격은 TTS가 가장 저렴하다.
터보 엔진이라 기어 변속 시 배기에서 터지는 맛이 있긴 한데, 실내로 엔진이나 배기 사운드가 강력하게 유입되는 스타일은 아니고 비교적 조용한 스타일이다. 사운드 덕분에 전체적으로 매끄럽고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
TTS는 체감상으로 S3 세단과 골프 R보다 좀 더 빠른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디자인이 주는 긴장감에다 좀 더 단단한 하체가 더해져서 일 것으로 보인다. TTS는 기본적으로 승차감이 단단한 편이다. 시내에서는 살짝 튀는 느낌이 든다. R8에 적용돼 높은 안정감과 함께 뛰어난 승차감을 제공했던 마그네틱 라이드가 TTS에도 적용된 것으로 아는데, 기대보다 승차감이 딱딱한 느낌이어서 조금 아쉽다.
하지만 TTS를 몰고 산길에 들어서면 그 진가는 빛을 발한다. 정통 스포츠카라 할 수는 없는 차체 비례임에도 알루미늄 경량 차체와 강화 언더보디 구조 덕분에 무게 중심이 낮고, 아우디의 자랑 콰트로 시스템이 더해져 매우 뛰어난 코너링 실력을 자랑한다. 뉴트럴이 한계가 무척 높다.
산길에서는 드라이브 모드를 다이나믹으로 바꾸고, 시프트 패들로 고회전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줘야 제맛이다. 코너 진입 시 전광석화처럼 기어를 내리며 회전수를 맞춰주는 실력이나, 코너 탈출 시 안정적이고 빠르게 가속해 가는 실력이 일품이다.
255/30ZR20 요코하마 어드반 스포츠 타이어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 물론 승차감이 딱딱한데도 일조했을 것이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S3 세단과 골프 R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던 오버스티어가 TTS에서는 약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4륜구동 시스템도 같은 것을 사용하는데 어떤 차이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덕분에 더 경쾌한 몸놀림으로 다가온다.
3세대 TTS는 아우디의 새로운 디자인 흐름을 따르면서 초대 TT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은 많이 희석됐지만, R8과도 살짝 비슷해지면서 R8의 보급형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성능도 강력해져서 컴팩트 스포츠카로서 전혀 부족함이 없다. 승차감이 살짝 딱딱하긴 하지만 평소에 자가용으로 타고 다니면서 시원시원한 달리기 성능과 뱅앤올룹슨 오디오의 멋진 사운드를 늘 즐길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시승 내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