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5세대 익스플로러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내 외관 디자인이 모두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진화했다. 변화의 핵심은 ‘2.0 에코부스트 2WD’ 모델이 ‘2.3 에코부스트 4WD’ 모델로 바뀐 점이다. 덕분에 보다 넉넉해진 파워로 거대한 덩치를 전혀 부담 없이 내 몰 수 있다. 거기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충돌 경고시스템을 비롯한 첨단 안전 편의 사양이 풍부하게 갖춰진 것은 경쟁력을 높이는 장치들이다. 넉넉한 공간과 탁월한 험로 주파력은 기본이다. 하지만 크게 높아져 버린 가격에 대한 부담은 2.0 2WD 시절을 그리워하게 만들 수 있겠다.
승용형 SUV의 인기에 부응해 1990년 처음 탄생한 포드 익스플로러는 프레임 바디에 왜건형 차체를 얹은 모델이었다. 그리고 1세대 익스플로러는 쥬라기 공원 1편에 등장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꾸준히 성장하면서 포드를 대표하는 SUV로 자리잡았고, 국내에서는 수입차 시장의 첨병 노릇을 톡톡히 했다. 특히 2002년 방영된 인기 한류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욘사마’ 배용준이 3세대 익스플로러를 타고 등장하면서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특히 디젤의 강세가 확실한 국내 시장에서 익스플로러는 꿋꿋이 가솔린 SUV로 입지를 굳힌 모델이다. 올해에는 수입차 판매 톱 1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고, 수입차 중 가장 많이 팔린 가솔린 모델이기도 했다.
5세대 익스폴로러는 2011년 출시됐는데, 역대 모델들에 비해 훨씬 모던하고 잘 다듬어진 디자인이 호평을 받은 것은 물론, 기존의 프레임 바디를 버리고 모노코크 바디를 적용했다. 엔진도 이전의 V6 4.0, V8 4.6 대신 V6 3.5와 4기통 2.0 에코부스트로 바꾸면서 다운사이징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그리고 이번에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발전했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지난 2.0 에코부스트 엔진보다 더욱 넉넉한 파워를 뿜어내는 2.3 에코부스트 엔진의 적용이다.
외관 디자인은 좀 더 선이 굵고 선명한 인상으로 바뀌었다. 최근 포드의 디자인 흐름을 잘 반영하고 있으면서, 개인적으로는 역대 익스플로러 모델들 중 가장 멋진 모습이라는 생각이다. 그릴 안쪽에 메쉬처럼 형성되어 있는 패턴에 자꾸 시선이 간다.
인테리어는 디자인에서 크게 변한 것이 없고, 일부 패널들의 재질이 바뀌면서 좀 더 고급스러움이 더해졌다. 직선 형태의 데시보드 덕분에 공간이 반듯하고 더 넓어 보인다.
스티어링 휠은 전동으로 틸팅과 텔레스코픽을 지원하는데, 엑셀과 브레이크 페달 위치까지 전동으로 조절 가능해 어떤 체격의 운전자라 하더라도 최적의 운전 자세를 잡아 낼 수 있겠다. 시프트 패들도 장착돼 있다.
큰 덩치, 넓은 공간에 비해 센터페시아와 계기판 모니터의 그래픽은 작고 정밀한 느낌이다. 계기판은 가운데 큰 원 하나로 아날로그 속도계를 표시하고, 좌우에 모니터를 통해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스티어링 휠의 좌우 버튼들로 조절하는 방식이 직관적이다. 모니터 위 아래 공간이 낭비되는 듯한 느낌은 아쉽다.
액티브 크루즈컨트롤도 스티어링 휠 위의 버튼들로 조절할 수 있어 무척 편리하다. 최근 현대차의 경우 쏘나타는 물론 아반떼까지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이 보급되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데, 사실 포드가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보급에 가장 앞서 왔던 브랜드라 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저속에서는 설정이 해제되는 이전 방식이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수입차 중에서는 가격 대비 편의 장비는 매우 충실하게 갖춘 편이다.
터치 스크린이 지원되는 센터페시아 모니터도 작동 편의성은 무척 뛰어나다. 네비게이션은 스티어링 휠 위에 있는 화살표 버튼을 길게 누르면 전환되며, 아틀란 내비가 적용됐다. 메뉴 홈에 가면 화면이 4개로 나눠져 표시돼 찾아 들어가기 편리하다. 오디오는 오랫동안 포드와 함께 했던 소니 시스템이 장착됐다.
인테리어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은 시트 디자인이다. 너무 미국적이고 투박한 스타일이다. 시트만 좀 더 몸을 잘 감싸주도록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해 줬어도 실내가 훨씬 더 고급스러워지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냉방 기능을 갖췄고, 2열 시트도 분리되어 각도 조절이 되는 등 편의성이 높다.
3열 시트는 트렁크 쪽에서 버튼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폴딩과 플랫 토잉, 노멀 모드로 접었다 폈다 하는 과정이 모두 버튼만 누르고 있으면 전동식으로 이뤄진다. 2열시트까지 플랫으로 펴면 굉장히 넓은 화물 공간이 갖춰진다. 캠핑으로도 충분히 좋을 공간이다. 핸드프리 리프트 게이트도 갖춰 쇼핑 때도 편리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번 페이스리프트의 핵심은 파워트레인의 변화다. 이전 모델에서는 이 큰 덩치를 2.0 터보 엔진으로 감당했었다는 사실이 큰 이슈였었다. 물론 2.0 터보 엔진으로도 충분히 넉넉한 달리기가 가능했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다. 그런데 아무래도 조금 아쉬움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번에는 좀 더 강력한 2.3 터보 엔진으로 갈아타면서 AWD를 장착했다.
2.3 에코부스트 엔진은 최고출력 274마력, 최대토크 41.5kg.m를 발휘하며, 자동 6단 변속기와 AWD 시스템을 조합했다. 지난 2.0 에코부스트 엔진보다 31마력, 4.2kg.m 늘어난 힘이다.
첫 느낌은 덩치가 이렇게 큰데도 엄청 가볍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물론 이전에는 2.0으로 커버하긴 했지만) 2.3 엔진으로도 이 정도를 커버한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 넉넉해진 힘 덕분에 일상적인 전 영역에서 주행이 무척 편안하다. 그리고 무척 조용하다. 주행하다가 잠깐 정차 했을 때 너무 조용해서 시동이 꺼진 줄 알 정도다. 그 말은 오토 스타트 스톱 기능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시프트 패들까지 사용하면 꽤나 경쾌한 주행도 가능하다. 아무래도 가솔린 엔진인 만큼 디젤 SUV에 비해 고회전까지 몰아 부치는 재미가 있다.
승차감은 미국 SUV답게 무척 안락하다. 하지만 안정감을 전혀 해치지 않았다. 중저속은 물론이고 고속에서도 직진 안정성이 뛰어나고, 급격한 차선 변경이 아니라면 충분한 안정성을 확보했다. 덩치가 크다는 것이 언제나 부담이 되긴 하지만, 그것은 공간상의 부담이고, 주행 감각 면에서는 어떤 형태로도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로 힘과 안정성에서 부족함이 없다.
AWD 시스템은 3가지의 오프로드 모드와 HDC를 지원한다. 랜드로버와 잠깐 한 솥밥을 먹은 터라 터레인 리스폰스와 같은 오프로드 변환장치가 마련돼 있다. 덩치가 커서 좁은 산길에 들어가기는 부담스럽지만, 웬만한 험로에 들어가기에는 전혀 부담이 없다. 기본 최저 지상고도 충분히 높다.
배기량이 커지고 AWD까지 더해져서 연비는 조금 나빠졌지만 분명 장단점이 있다. 그리고 이전의 6기통 시절에 비하면 연비가 더 좋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2.3 에코부스트 모델의 복합 연비는 7.9km/L인데, 실제 연비는 공인연비보다는 좋게 나올 듯하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공간, 힘, 고속 안정성, 오프로드 성능, 편의 장비 등 여러 면에서 장점이 무척 많은 차다. 이전 2.0 모델에 비해 가격이 올랐지만 여전히 가격대비 성능은 뛰어난 편이다. 그리고 가장 미국적인 SUV이면서 지금까지 가져왔던 미국 SUV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벗겨 낼 수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평소엔 당연히 도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지만, 이름처럼 대자연을 탐험하러 언제든 떠나고 싶어지게 만드는 요소들을 빼곡히 갖췄다는 점이 최고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