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 많은 자동차 매니아들이 반가워할 소식이 있다. 이미 알고 있는 독자들도 많겠지만, 로터스가 돌아왔다. 한동안 우리 곁을 떠나게 돼서 많이 안타까웠고, 또 많이 그리웠던 로터스가 새로운 경영진, 새로운 전시장과 함께 돌아온 것이다.
로터스를 수입, 판매해 온 엘케이오토가 새롭게 이혁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기존의 딜러 지위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로터스 한국 공식 임포터 지위를 확보하여 향 후 딜러와 서비스 망 확충을 계획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한국 소비자들에게 로터스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로터스는 지난 11월 16일 경기도 과천 선바위 역에 새롭게 전시장을 오픈하고, 새로운 모델들의 판매를 시작했다.
로터스는 그 동안 경량 스포츠카의 진수로, 화려한 디자인과 강력한 코너링 성능을 선보여 왔지만 수동 변속기만 지원되는 매니악한 구조 때문에 보다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기에 한계가 있어 왔다. 로터스 본사에서도 이런 한계를 인식하고 마침내 자동 변속기 모델을 발표하였고, 이제 국내에서도 로터스 자동변속기 모델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로터스 공식딜러로의 지위 향상과 자동변속기 모델 도입 등으로 향후 로터스의 행보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엘케이오토의 공동대표직을 맡아 새로운 로터스의 행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혁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직접 만난 그는 사진에서 본 것보다 더 훤칠한 키와 출중한 외모를 갖춘 35세의 젊은 CEO였다. 이혁 공동대표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건국대학교 부동산 대학원을 졸업한 후, 외국계 부동산컨설팅 회사인 CBRE Korea 산업용 부동산 팀에서 전문 부동산 컨설팅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2013년에 볼트, 너트, 소캣 등 화스너 제품 유통, 제조 회사인 ㈜마이크로소켓코리아를 창업하여 현재까지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최근 엘케이오토에 합류하여 공동대표직을 겸하고 있다.
먼저 그가 로터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저도 여느 남자들처럼 어려서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고, 유학 시절에는 다양한 차들을 많이 접했었는데, 특히 로터스 에스프리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들어와서 보니 대기업들이 이미 여러 자동차 브랜드들을 운영하고 있고, 마침 로터스만 외롭고 어렵게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보고 저의 자동차에 대한 열정을 로터스와 함께 이뤄보고자 했고, 이렇게 인연이 닿게 되었습니다.”
사실 새로 대표직을 맡은 만큼 부드러운 질문을 먼저 하는 것이 예의일 수도 있겠지만 진짜 궁금한 부분부터 질문했다. 과연 로터스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그 동안 몇 번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던 만큼 향후 지속적으로 사업이 영위된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고객들도 믿고 로터스를 구매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지금이 로터스같은 개성강한 브랜드의 대중화가 태동하는 시기라고 판단됩니다. 포르쉐는 말할 것도 없고 점차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수퍼카들까지 판매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사회는 다양성이 더 확대되고, 개성강한 로터스 같은 모델의 가치를 알아보는 고객들도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향후 로터스의 사업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자동변속기의 도입입니다. 지난 2009년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 아실 겁니다. 당시 로터스 모델들이 드라마에 등장하면서 매력적인 디자인의 로터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로터스 매장을 방문했지만, 결국 수동변속기 모델 밖에 없는 상황으로 인해 발길을 돌려야 했던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합니다. 실제로 많은 여성 고객들이 매장을 방문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의 발길을 잡아 둘 수 있는 자동변속기가 도입됐습니다. 로터스를 지극히 사랑하는 매니아들과 기존 고객 층에서는 반발할 수도 있는 변화지만 그들이 사랑하는 로터스가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었다는 것은 곧 그들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영국 로터스와의 관계는 어떻게 맺어가고 있는지 물었다.
“지금까지는 엘케이모터스가 그냥 일개 딜러에 불과했지만 이제 곧 정식 임포터 계약을 맺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영국 로터스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도 더 강화됐고, 향후 성장 전략에 대해서도 더 긴밀한 협조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다 수의 딜러도 모집하여 판매망을 확대하고, 정비 인프라도 확충해 나갈 계획도 세워가고 있습니다. 현재 수입차 전문 정비숖 7군데와 협약을 맺고 정비를 실시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직영 AS 센터와 서울 3곳을 비롯해 인천, 일산, 대구, 대전, 부산, 창원, 익산 등 지방에도 정비 인프라를 충실히 구축할 계획입니다.”
기자는 다시 돌직구를 날렸다. 시장에서는 로터스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의견들이 많은데, 물론 모든 여건들을 고려할 때 비싼 가격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장이 수용할 만큼 가격을 내릴 계획은 없는 지에 대해서 물었다.
“우선 가격 인하보다는 로터스의 진정한 가치를 더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단순한 이미지 광고보다는 실제로 더 많은 이들이 직접 로터스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로터스의 가치를 이해시키는 활동을 강화하겠습니다. 물론 전시장 시승뿐 아니라 트랙 주행 행사나 동호회 행사 등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드라마나 영화 등에 PPL로 로터스를 노출시키는 일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실제 구매 가능한 분들에게 차와 브랜드와 모델을 알리는데 있어서 로터스를 더 많이 경험해 보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서 이 대표는 지금 현재의 판매 가격에 대한 고객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있으며, 가격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혁 대표는 지난 1월 1일 공동대표에 취임한 후 1년을 준비해서 현재의 매장을 오픈했다. 그처럼 사업은 신중하게 진행 중이며, 내년 1, 2월 중 임포터 계약을 마무리하고 딜러 및 전시장 확충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판매 목표도 내년에는 30대를 목표로 하고, 이후 딜러십이 정비된 후에는 연간 100대 판매를 달성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참고로 로터스 최다 판매국인 일본은 연간 250 ~ 300 여대가 판매되고 있다.
급한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난 후에야 다소 뻔한 질문인, 로터스의 매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로터스에 대해서는 3번 놀란다고 저는 항상 이야기합니다. 먼저 사진을 보고 디자인이 정말 예쁘다고 놀란 후, 실물을 보면 실물이 사진보다 더 예쁘다고 놀라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직접 타 보면 완전히 빠져 들게 되지요. 이처럼 로터스는 직접 타서 운전자와 차가 한 몸이 되게 만드는 차, 진정한 운전의 즐거움을 주는 차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희소성입니다. 국내만 하더라도 이미 포르쉐 911은 정말 많이 판매가 됐습니다. 즉 너무 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는 것이죠. 반면 더욱 화려한 디자인과 강력한 성능을 갖춘 로터스는 아직 희소성이 무척 높습니다. 911 대신 에보라를 선택할 고객들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로터스는 수제차다 보니 얼마든지 고객이 원하는 대로 제작해 드릴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입니다.”
지난 번에 새롭게 바뀐 엑시지 S를 시승했는데, 차가 커지고 성능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지금까지의 로터스가 보여줬던, 한계를 가늠하기 어려운 뛰어난 코너링에 대한 매력이 다소 약해진 것이 아닌가, 너무 쉽게 오버스티어가 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물론 그런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엑시지가 엘리스와 같은 차체에 엔진만 달랐다면, 이제는 확실히 더 커진 차체에 더욱 강력한 성능을 담아서 엘리스와 차별화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포르쉐 911과 경쟁해도 부족하지 않을, 페라리 458을 넘볼 수 있는 고성능 모델로는 엑시지 S, 경량 핸들링 머신으로는 엘리스, 그리고 좀 더 편안하게 로터스의 고성능 매력을 즐길 수 있는 GT카로 에보라, 이렇게 라인업이 잘 정비됐다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내년 신차 계획에 대해 물었다.
“올해 에보라 400이 나왔는데, 국내에는 내년 초에 출시 예정입니다. 그리고 로드스터가 내년 여름에 나옵니다. 국내에는 연말 쯤 들여 올 계획입니다.”
“로터스 타고 쇼핑 갈 수 있나요? ”
“엑시지 수동으로 대형마트에 가 봤습니다. 나름 충분한 쇼핑이 가능했습니다. 물론 동행이 없어서 가능하긴 했지만 뒤 트렁크와 옆 좌석에 상당히 많은 짐을 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사로에 진입할 때 지상고가 충분히 높아 턱에 닿거나 하지 않습니다. 사실 페라리를 타고 대형 마트에 가진 않죠. 하지만 급할 때는 그런 용도로도 충분히 쓸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에보라의 경우에는 트렁크에 골프백 하나가 충분히 들어가고요, 뒷좌석에도 약간의 공간이 있어서 한 카트의 짐이 다 들어가더라고요.”
현재 로터스 라인업은 엘리스에 엘리스, 엘리스 클럽 레이서, 엘리스 S, 엘리스 S 클럽 레이서의 4개 모델, 엑시지에는 엑시지 S, 엑시지 S 클럽 레이서, 엑시지 S 로드스터의 3개 모델, 그리고 에보라 400으로 구성돼 있다. (에보라 400은 내년 초에 정식 출시된다.)
로터스가 보다 안정된 모습으로 돌아 온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멀지 않은 곳에 멋진 전시장을 마련한 것도 반갑다. 언제든지 찾아가서 로터스들을 둘러보고, 시승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분명 한국 수입차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 과정에 있다. 이제는 조심스럽게 로터스를 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해가고 있기도 하다. 거기다 로터스는 자동변속기 모델을 도입하면서 고객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준비도 마쳤다. 이런 시점에서 새롭게 로터스 호의 키를 잡은 이혁 대표는 딜러십과 판매, 정비 시스템을 다듬고, 로터스에 대한 꿈을 공유하는데 열정을 쏟고 있다. 아직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여러 면에서 로터스 호가 새롭게 출항할 수 있는 여건들이 마련되고 있는 만큼 새롭게 출발하는 로터스 호가 새로운 선장의 지휘아래 망망대해를 넘어 순항해 주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