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SUV 전 라인업을 한 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SUV 익스피리언스를 개최하면서 전통적인 럭셔리 세단 강자인 메르세데스-벤츠의 SUV 라인업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UV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로는 랜드로버와 지프를 들 수 있다. 두 브랜드 모두 SUV 모델로만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으며, 태생부터 험로를 개척하는 모험 정신으로 가득한 브랜드들이다. 하지만 최근 SUV들은 험로 주행이나 모험보다는 도심에서의 라이프스타일에 더 비중을 두면서 가끔 가볍게 자연을 찾을 수 있는 정도의 오프로드 성능 만으로 만족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다.
때문에 프리미엄 브랜드, 대중 브랜드 할 것 없이 앞다투어 SUV 라인업 확대에 나서고 있으며, 대표적인 스포츠카 메이커인 포르쉐 마저 SUV 카이엔이 가장 많은 돈을 벌어 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등 수퍼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이고, 람보르기니와 마세라티 등 스포츠카 브랜드들까지 SUV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메르세데스-벤츠는 SUV 분야에서도 강력한 브랜드일까? 사실 이 이야기를 꺼내게 된 발단은 G클래스다. 앞서 말한 랜드로버와 지프가 태생부터 험로개척과 모험의 정신을 가지고 출발하긴 했지만, 점차 시대의 흐름에 발 맞추면서 도심형 SUV가 실제 판매의 주를 이루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도 이들을 가장 강력한 SUV 브랜드로 부르게 되는 것은 디펜더와 랭글러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타협하지 않는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의 대명사가 바로 디펜더와 랭글러다.
그런데 프리미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에도 이들에 필적할 만한 정통 오프로더가 있다. 바로 G클래스다. 1979년 등장해 G바겐 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리고 있는 G클래스는 생긴 것부터 장비에 이르기까지 뼛속까지 오프로드 SUV다. 물론 최근에 와서 온로드 주행성능도 크게 향상되긴 했지만 말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G클래스를 SUV의 정점에 두고 다양한 라인업 확충에도 힘을 쏟고 있다. BMW, 아우디와 함께 경쟁 라인업을 빼곡히 채워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 들어 SUV 라인업의 이름을 체계화하면서 라인업 관리에 들어갔다. 세단이 A, B, C, E, S 클래스로 구성되듯이 SUV는 GLA, GLC, GLE, GLS로 구성한 것이다. 여기에 BMW X6로 대표되는 쿠페형 SUV 시장을 위해 GLE 쿠페도 개발했다.
이러다 보니 SUV 라인업의 모델 수로는 BMW가 더 많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라인업에다 정점에 G클래스를 둠으로써 오히려 SUV 분야에서 BMW보다 더 강한 면모를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SUV의 생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험로 주파 능력 면에서도 전 모델에 걸쳐서 메르세데스-벤츠가 BMW에 앞선다. BMW의 경우 xDrive 시스템을 통해 SUV의 주행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xDrive는 험로 주파용이 아니라 주행 안정성 향상 용에 가까운 4륜 구동 시스템이다. xDrive에는 4WD Rock이나 Low 기어 등 오프로드를 위한 최소한의 장비도 갖추지 않고 있다. 지향하는 방향이 오프로드가 아니라는 말이다.
반면 메르세데스-벤츠의 4매틱 시스템은 험로 주파에도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라인업의 막내인 GLA만 할덱스 타입의 전자식 4륜 구동 시스템을 장착했고, 나머지는 모두 상시 4륜구동에 해당한다. 특히 G클래스의 경우에는 전륜, 센터, 후륜의 디프렌셜을 각각, 또 모두 동시에 잠글 수도 있어서 최강의 험로 주파 성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디펜더나 랭글러에 필적하는 정통 오프로드 모델까지 갖춘 프리미엄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유일하다.
한편 아우디는 일찍이 콰트로 시스템을 승용차에 도입하면서 오늘날 4륜구동 세단의 불씨를 일으킨 모델로 유명한데, 고도로 발전된 콰트로 시스템을 SUV에도 적용하면서 아우디의 SUV 모델들은 험로에서도 매우 강력한 성능을 성능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콰트로의 아우디도 디펜더나 랭글러 같은 오프로드 전용 모델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메르세데스-벤츠는 대표적인 프리미엄 브랜드이면서 동시에 SUV에서도 매우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세계최초의 럭셔리 SUV인 M클래스를 선보였음에도, 그 동안 S클래스를 비롯한 세단 모델에 마케팅을 치중하다 보니 SUV 분야에서는 BMW나 아우디에 비해 열세로 비쳐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SUV가 결코 약하지 않으며, 오히려 럭셔리 세단과 SUV 분야에서 동시에 뛰어나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겠다.
또 하나 생각해 볼 점은 포르쉐 카이엔을 시작으로 롤스로이스, 벤틀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가 형성하게 될 수퍼 럭셔러 SUV 시장에 대한 대응이다. 사실 가격 면에서 G클래스가 이들과 경쟁하기에 충분한 모델이긴 하지만 이들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카이엔과는 방향이 너무 많이 다르다. 이 부분을 당분간은 G63 AMG와 G65 AMG 등 강력한 SUV로 커버해야 하는데, 경쟁모델들이 오프로드 보다는 강력한 온로드 달리기와 럭셔리한 장비로 무장한 만큼 이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대형 SUV인 GLS도 있긴 하지만 경쟁모델들에 비해 아이코닉한 면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흔히 농담 삼아 강남 부잣집 며느리들이 가장 선호하는 모델이 카이엔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아이코닉하고 럭셔리한 SUV 모델이 필요해 보인다. 기자는 G 클래스 마이바흐, 혹은 GLS 마이바흐의 개발을 권해 본다. 물론 온로드 주행성능과 화려한 장비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