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게이트 사건 이후로 디젤 회의론과 함께 새로운 친환경 차량으로 하이브리드가 떠오르고 있다. 각 제조사도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과 발전에 몰두하고 있다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디젤차량에 비하여 탁월한 정숙성과 깔끔함이라는 우위를 두고 있기에 앞으로 하이브리드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가 떠오르는 현재, 기아자동차는 신형 K5 하이브리드 발표 및 시승회를 개최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악천후로 인해 기존 80km에 다다르는 시승구간이 약 60여km로 줄어들긴 했지만 새로운 K5 하이브리드를 느껴보기엔 부족하진 않았다.
외관은 하이브리드 만의 차이점이 눈에 띄었다. 그중 ‘에어로 다이나믹 디자인’으로 불리며 국내 최초로 적용된 액티브 에어그릴(에어플랩)이 단연 돋보였다. 라디에이어 그릴 자동 개폐 시스템으로 냉각수 온도와 주행 속도에 따라 라디에이터 그릴의 덮개를 자동으로 개폐하는 외장형 에어플랩이다. 이외에도 전·후면 범퍼 디자인을 슬림하게 다듬었고 하이브리드 전용 휠을 통해 고유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실내는 전형적인 하이브리드 계기판 레이아웃을 제외하고는 출시 당시 ‘BMW를 빼닮았다’는 평을 들은 신형 K5의 실내와 일치했다. 신형 K5의 인테리어는 꽤나 고급스럽다는 평을 받아온 만큼 하이브리드 모델에서도 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시트는 아쉬움이 조금 남았다. 무엇보다도 높은 시트 포지션이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스포티 하이브리드’를 외치는데 전혀 스포티 하지 않은 시트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시승 내내 ‘혹시나’ 하고 수시로 시트 포지션 버튼을 눌러볼 만큼 높은 시트 포지션을 지니고 있다.
반면에 스티어링 휠은 큰 만족감을 주었다. 신형 K5 MX 모델과 같은 스티어링 휠이다. 버튼의 조작성은 물론 그립감까지 훌륭하다. 굳이 아쉬운 점을 찾자면 스포티를 지향하는 만큼 패들쉬프트까진 아니더라도 D-컷 타입은 어땠을까? 이 정도 아쉬움은 있다.
신형 K5 하이브리드에서 가장 큰 변화는 트렁크의 변화다. 기존모델은 배터리팩이 트렁크 안쪽에 위치해 많은 공간을 차지했다. 하지만 신형으로 오면서 LF소나타와 같이 배터리팩을 트렁크 아래쪽 스페어타이어 위치로 이동시켜 무려 44리터의 공간을 더 확보했다.
시승은 자유로와 외곽순환도로, 인천 신공항고속도로, 시내구간이 포함된 코스에서 이루어졌다. 시승 출발 장소가 특이했는데 친환경 하이브리드 답게 실내에서 출발했다. 전기모터만을 이용해 약 20m 정도 이동하면 외부 도로로 이어졌다.
기존 하이브리드 모델과 마찬가지로 속도를 높이면 전기모터를 이용해 움직이고 가속이나 등판이 필요할 시에는 엔진이 돌아간다. 이때 종종 충격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 데 매우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시동이 걸렸다. 국내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신형 K5 하이브리드는 156마력을 내는 하이브리드 전용 2.0 GDI 엔진과 배터리 용량이 13.2% 늘어난 38kW(약 51마력) 배터리를 탑재해 기존 모델 대비 12마력이 올라간 총 207마력에 이른다.
주행 중에 늘어난 출력 수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초중반 전기모터에 의한 가속과 고속영역 대에서 느낄 수 있는 GDI의 성능은 기존의 하이브리드 차량보다는 훨씬 뛰어난 주행질감을 선사한다. 이와 더불어 넉넉해진 배터리 용량은 EV모드 활용 시간을 늘렸고 이와 조합된 6단 변속기는 꽤나 괜찮은 연비를 기록하게 해주었다. 연비주행을 완전히 배제한 주행에서도 12.6km/L의 연비를 기록했고 바로 이어서 연비주행을 통해서는 16.8km/L를 기록했다. 고속도로 연비만큼은 고속도로 공인연비 18.2km/L를 기록하는데 어렵지 않을 것 같다.
한편, 서스펜션에서 많은 아쉬움이 들었다. 조금 무르고 긴 스트로크로 인해 고속안정성과 코너에서의 안정성이 떨어졌다. 이는 높은 시트포지션과 합쳐서 더 크게 다가왔다. 스포티한 주행에서 서스펜션과 시트포지션의 아쉬움은 ‘스포티 하이브리드’라는 문구에 갸우뚱하게 하였다.
4년 만에 ‘스포티 하이브리드’를 외치며 돌아온 돌아온 신형 K5 하이브리드. 하지만 주행성능에서의 스포티는 조금 부족함이 느껴졌다. 이 아쉬움은 시승하는 동안 떨칠 수 없었지만, 단점으로 꼽을 만큼은 아니다. 또한, 충분히 동급 하이브리드 차량, 가솔린 차량까지도 위협할만한 매력적인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 향상된 성능, 19만 원에서 최대 47만 원까지 인하된 ‘착한 가격’, 하이브리드 자동차 구매보조금 등의 다양한 매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디젤 이란 소비자들의 물음표를 하이브리드 라는 느낌표로 바꿀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