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모터쇼의 주인공은 일본 브랜드들이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번 모터쇼에서 월드 프리미어 컨셉트카를 공개했다. “비전 도쿄”라는 이름의 새로운 컨셉트카는 넉넉한 공간 효율성을 갖춘 자율주행차로, 미니밴 형태의 디자인 스터디 모델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전에도 해외 모터쇼에서 여러 차례 디자인 스터디를 위한 컨셉트카를 선보인 적이 있다. 가령 2012년 LA 모터쇼에서 공개한 “에너지포스(Ener-G-Force)”나 2013년 선베일에서 공개한 AMG 비전 그란투리스모, 2014년 북경모터쇼에서 공개한 G-코드 등이다. 이런 컨셉트카들은 단순한 쇼카로 끝나지 않고 향후 메르세데스-벤츠 디자인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비전 도쿄 컨셉트도 이러한 컨셉트카의 흐름을 이어간다는 것이 메르세데스-벤츠의 설명이다.
비전 도쿄 컨셉트는 구조적으로는 올해 초 CES에서 공개된 F015 럭셔리 인 모션 컨셉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위에는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MPV 바디를 탑재했다. 메르세데스-벤츠에 따르면 비전 도쿄 컨셉트는 붐비는 도심의 도로 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생활공간의 형태로 설계됐다. 특히 1995년 이후에 태어난 Z세대를 위한 차로, 운송수단일 뿐 아니라 디지털 연결을 통한 만족도 확대에 집중했다.
외관은 최근 여러 메르세데스-벤츠 컨셉트카에서 선보인 바와 같이 긴 휠베이스를 통해 넓은 공간을 확보하는 비례를 갖췄다. 특히 차체와 양 측면의 창문이 같은 색으로 도색돼 탑승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 주면서 너무 따갑지 않은 적당한 양의 햇빛이 차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 준다.
차체 하단과 휠, 라디에이터 그릴 등에는 푸른 색 조명이 들어와 존재감을 강화해주며, 동시에 친환경적인 구동 시스템을 상징한다. 완전한 자율주행 시스템의 구현을 위해 차체 상단의 핀에는 360도 카메라와 각종 센서가 집약돼 있다.
비전 도쿄 컨셉트카는 마치 요트처럼 운전석을 감싸는 형태의 유리창을 채택했으며, 라디에이터 그릴에 해당하는 전면부의 조명은 정보를 표시하거나 용도에 따라 조명을 전환하는 등 폭 넓은 활용도를 자랑한다. 가령, 차량 내부에서 음악을 재생 중이라면 외부 디스플레이에는 음향 패턴이 표시된다. 붉은 LED 조명으로 둘러싸인 후면 유리의 디자인도 독특하다.
비전 도쿄 컨셉트의 전장*전폭*전고는 4,803*2,100*1,600mm로 전형적인 중형MPV에 속한다. 이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연구에 따라 일본의 거대도시에서 5인이 안락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꾸며진 공간으로, 일본 도로법규에 맞게 차량 좌측에 승하차를 위한 스윙 도어가 장착됐다. 탑승자들은 분리된 좌석에 앉지 않고 마치 응접실같은 원형 소파에 앉는다. 이 독특한 좌석 설계는 모든 탑승자들이 불안감 없이 자율주행을 누릴 수 있도록 해줄 뿐 아니라,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
승객석 뒷편에는 대형 LED 스크린이 탑재돼 어플리케이션과 지도,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미디어를 재생할 수 있으며, 3차원 홀로그램 영상 또한 제공한다. 운전자 또한 탑승객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자율주행 중에는 운전석의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 차체는 충돌사고 시에도 안전하게 탑승객을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구동계는 F015 럭셔리 인 모션 컨셉트카와 동일한 연료전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고전압 배터리는 부피를 최소화했고, 수소 연료탱크는 튼튼하고 가벼운 CFRP로 만들어져 경량화와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친환경적인 연료전지 시스템 덕분에 비전 도쿄 컨셉트카는 단 한 방울의 석유도 소모하지 않고 980km까지 운행이 가능하다. 이 중 190km는 충전된 전력으로, 나머지 790km는 수소 연료전지를 이용해 주행한다.
다임러 AG의 디자인 총괄인 고든 바그너는 “메르세데스-벤츠 비전 도쿄는 미래 거대도시를 위한 달리는 라운지에 대한 제안이다”라며, “비전 도쿄의 순수하고 감각적인 스타일링은 현대적인 럭셔리에 대한 메르세데스-벤츠의 새로운 해석”이라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자인 스튜디오 네트워크는 앞으로도 비전 도쿄와 같은 디자인 스터디 컨셉트카를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