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가 세계 최초로 10단 자동변속기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정속 주행 시 엔진 회전수를 26% 줄이고, 6% 이상의 연비 향상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혼다는 동경모터쇼 개막 이틀 전인 지난 26일 도치기현에 위치한 혼다 R&D 프루빙 센터로 세계 여러나라 기자들을 초청해 ’2015 혼다 미팅’을 개최하고, 현재 혼다가 보유한 최신 기술과 개발 중인 다양한 미래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직접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 날 혼다는 세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10단 자동변속기를 기자들에게 공개하고, 이 변속기가 장착된 차량을 시승할 기회도 제공했다.
혼다는 그 동안 독자적으로 다양한 변속기를 개발해 왔다. 2년 전 혼다 미팅 때는 역시 세계 최초로 8단 DCT를 선보였는데, 독특하게도 토크 컨버터가 결합된 DCT였다. 하지만 토크 컨버터가 결합된 8단 DCT는 아직까지 양산차에 적용되지 않은 반면,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NSX에 9단 DCT를 얹어 지난 1월 북미모터쇼에서 공개했다. 9단 DCT 역시 당시 세계 최초였다.
이번에 소개된 10단 자동변속기 역시 혼다의 독자개발로 이뤄진 것으로, 토크 컨버터의 직경을 줄이고, 혼다 최초로 유성기어를 적용하면서 매커니즘을 최적화해 컴팩트한 사이즈를 구현했으며, 전진과 후진 변환의 마찰을 줄이고, 엔진 스타트/스톱과 시프트 바이 와이어를 적용했다.
핵심은 기어 단수를 10개로 나눈 것으로, 저단과 고단 간의 기어비가 넓게 확장됐고, 기어간 간격은 고단으로 갈수록 더욱 촘촘하게 다듬었다. 이를 통해 가속성능 14%, 응답성 30%, 연비 6%, 정속 주행 시 엔진 회전수 26%를 향상 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술에 대한 소개에 이어 10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시험용 레전드(어큐라 RLX)를 R&D 센터 내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직접 시승했다. 4km에 이르는 타원형 오벌 프루빙 그라운드를 2랩 주행하는 간단한 시승이었다.
기어 단수가 무려 10개나 되는 만큼 본선에 합류해 속도가 조금씩 올라가면서 기어 단수도 순식간에 높아졌다. 1단에서 출발하는가 싶더니 즉시 2단으로 올라가고, 불과 20km/h 정도의 속도인데 벌써 4단을 지나고 있으며, 80km/h에 이르자 최고 단수인 10단에 도달했다. 변속 느낌도 정말 부드러워 변속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기어를 이렇게 잘게 쪼갠 결과 100km/h로 주행할 때 엔진 회전수는 불과 1,500rpm에 불과하다. 기존의 6단 변속기라면 1,920rpm으로 주행하던 속도다. 그 만큼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된다.
재미있는 것은 단순히 연비 향상만을 위해 기어비를 조절한 것 이상으로 다이나믹한 주행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10단 기어에서 100km/h의 속도로 주행하다 킥다운을 하게 되면 기어는 즉시 4단으로 떨어진다. 4단에서 100km/h로 주행하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지만 10단에서 순식간에 4단으로 떨어진다는 것이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다. 이번 10단 변속기는 다운시프트 시 상황에 따라 2단 혹은 3단을 건너 뛰면서 변속이 가능하다. 80km/h로 주행할 경우에는 3단까지 떨어진다.
연비를 높이는 것은 모든 자동차 회사들의 숙명과도 같은 과제다. 이를 위해 전방위 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 중 변속기 다단화는 매우 효과가 뛰어난 방법 중 하나다. (현대자동차도 10단 변속기를 개발 중이라는 소문이 지속적으로 돌았었다.) 아직까지는 6단 변속기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서서히 7단 혹은 8단 변속기가 자리를 꿰차고 있는 지금, 혼다가 또다시 변속기 다단화에 불을 지폈다. 물론 10단 변속기는 우선적으로 중대형 승용차에 얹히긴 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를 통한 연비 개선의 효과는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