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적인 디자인으로 부활한 혼다 NSX는 V6 3.5 가솔린 직분사 트윈터보 엔진과 전기모터 3개가 결합된 차세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으로 무장했다. 통합출력은 573마력에 이르지만 초반 가속력은 그보다 훨씬 더 높은 출력을 가진 수퍼카들 이상으로 폭발적이다. 주행감각은 무척 부드럽고 여전히 편안한 것이 최초의 NSX가 가졌던 지향점과 동일하다. 좌우 앞바퀴에 각각 장착된 2개의 전기모터가 코너링 시 서로 다른 속도로 최적의 코너링 성능을 만들어낸다. 전혀 새로운 수퍼카의 탄생을 환영한다.
혼다는 2년마다 동경모터쇼 개막 전에 세계 여러 나라 기자들을 자사 R&D 센터에 초청해 혼다의 최신 기술을 선보이는 혼다 미팅을 실시하고 있는데, 올해도 10월 26일 토치기 현에 위치한 R&D 프루빙 센터에서 2015 혼다 미팅이 개최했다. 이날 소개된 혼다의 기술은 재미, 안전, 환경, 자율 주행이라는 각각의 지향점에서 현재 혼다가 보유하고 있거나 개발 중에 있는 최첨단 기술들이었다.
파워트레인에서는 다양한 V-TEC 직분사 터보 엔진 라인업과 세계 최초의 10단 자동변속기, 9단 DCT가 소개됐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차 급에 따라 1 모터, 2 모터, 3 모터 시스템과 함께 혼다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최신 기술도 선을 보였다.
이미 일본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를 시작한 수소 연료전지차 토요타 미라이에 발 맞춰 혼다는 새로운 FCV (수소연료 전지차) 모델을 이틀 뒤 동경모터쇼에서 선 보일 예정인데, 이날 혼다 미팅에서 기술 소개와 함께 실제 주행 체험까지 제공했다.
안전과 관련해서는 트래픽 잼 어시스트가 소개 및 실연 됐고, 자율 주행 시스템은 2020년을 목표로 개발 중인 가운데, 운전자의 개입 없이 미리 설정된 지점간을 매우 빠르고 안정적으로 주파해내는 뛰어난 레인 트래킹 실력을 선보였다.
이날 진행된 여러 세션 중 기자들이 가장 기대한 것은 완전히 새롭게 다시 태어난 NSX 시승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시승회가 아니고 혼다의 기술을 소개하는 세션 중 1.0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은 시빅과 10단 자동변속기를 얹은 레전드, 1.5 가솔린 터보를 얹은 제이드, 그리고 최근 국내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는 S660과 더불어 혼다의 새로운 수퍼카 NSX 체험이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체험은 R&D 센터 내에 있는 약 4km 거리의 프루빙 그라운드를 각 모델 별로 2랩 씩 주행하는 수준이었다. (행사가 보안 구역인 연구소에서 진행된 관계로 허락된 공간 외에는 촬영이 엄격히 제한된 관계로 주행 사진등을 촬영할 수 없었다.)
R&D 센터에 도착하자 빨간색 오리지널 NSX가 기자들을 맞았다. 막 도착한 기자들은 플레시 세례를 연신 퍼부어 댔다. NSX는 1989년, 당시 멕라렌과 함께 F1 전성기를 구가하던 혼다가 그에 걸맞은 도로용 수퍼카로 개발해 선을 보였고,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경제위기 등의 여파를 넘지 못하고, 2세대 모델에 대한 기약 없이 20005년 단종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올해 NSX는 부활했다. 그 사이 여러 차례 출시 소식이 들려왔지만 우여곡절 끝에 지난 1월 북미모터쇼를 통해서 마침내 양산모델이 공개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출시 시기는 미정이다. 아마 내년 초 정도에 정식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기자는 위에 열거한 모델들을 차례로 타고 난 후 가장 마지막에 NSX를 시승했다. NSX는 좌핸들의 어큐라 버전과 우핸들의 혼다 버전이 각 1대씩 준비됐다. 혼다와 어큐라의 NSX는 배지 외에는 다른 점이 없고, 시승차의 경우 혼다 버전 카본 리어 스포일러를 더한 것으로 차별화했다. 기자는 우핸들 운전에 크게 부담이 없는 터라 혼다 버전을 시승했다.
양산 버전은 컨셉트카의 디자인을 많이 유지했지만 루프 라인이 조금 더 미드십 수퍼카스럽게 변했다. 특히 데크 끝 부분이 살짝 치켜 올라간 스타일로 변해 조금은 더 역동적인 라인을 완성했다.
NSX는 1세대 모델이 알루미늄 모노코크에 미드십 구조로 선을 보여 기술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을 자랑하며, 세계 최초의 풀 알루미늄 수퍼카로 명성을 날렸다. 이번 NSX도 여러 면에서 혁신적인 모습을 많이 갖췄다.
첨단 알루미늄 복합 소재를 폭 넓게 사용해 차체는 더욱 강화됐고, 뛰어난 에어로 다이나믹 성능을 실현했다. 미드십 구조는 유지하면서 전기모터를 더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으로 진화하면서, 앞 바퀴 좌우에도 각각 전기 모터를 더해 마치 레일 위를 달리는 듯한 정밀한 핸들링을 자랑하는 ‘스포츠 하이브리드 SH-AWD’ 구조를 완성했다.
우선 미드십에는 V6 3.5 직분사 트윈터보 엔진을 얹고, 그 뒤에 전기모터, 그 뒤에 새롭게 개발한 9단 DCT 변속기가 자리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유사하다. 그런데 앞 바퀴에 각각 전기모터를 하나씩 더해 4륜 구동을 이룬데다 2개의 모터가 주행 상황에 따라 각각 제어되기 때문에 매우 뛰어난 핸들링과 회생제동을 선보이게 됐다.
엔진과 전기모터의 통합 출력은 573마력에 이르지만, 초반 가속 시 3개의 전기모터가 강력한 토크를 발휘하면서 동급 최고 수준의 매우 강력한 가속력을 갖추게 됐다. 뿐만 아니라 즉각적인 응답성의 ‘Zero Delay’를 구현했다.
다른 기자들이 시승하는 NSX가 출발할 때의 모습을 보면서 오늘날의 수퍼카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이 생겼다. 출발을 하는데 차가 소리 없이 미끄러진다. 상황에 따라 시동이 걸리는 경우도 있는데, 시동이 결려도 그냥 승용차처럼 부드러운 엔진 사운드가 전부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주위의 모든 시선을 끌어 들이는 강렬하고 시끄러운 엔진 사운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실내는 비교적 화려하게 디자인됐다. 하지만 NSX가 수퍼카라면 상대적으로 무척 얌전한 스타일이라 할 수 있고, 그냥 스포츠카라고 하면 비교적 차분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이라 할 수 있겠다. 카본과 알칸타라를 좀 더 많이 사용해서 GT 레이싱카처럼 꾸민다면 엄청 멋져질 것 같다.
스티어링 휠은 근육질이 잘 발달했고, 시프트 패들은 전투 의지를 불태우게 한다. 그 너머 계기판은 수퍼카의 그것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센터터널 변속기 주변이 실내에서 가장 핵심 포인트다. 기어 레버가 없는 대신 불룩하세 솟아 오른 언덕 라인이 무척 섹시한데,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다이얼을 시작으로 변속 버튼들이 배열 돼 있다. 드라이브 모드는 콰이어트, 스포트, 스포트 +, 트랙의 4단계로 조절된다.
시트도 디자인이 멋지고 몸을 잘 잡아 준다. 운전석에 앉으면 좌우 앞바퀴 펜더가 불룩하게 솟아 있어서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를 하게 한다.
전체적으로 실내는 라인이 무척 화려하고 멋지긴 한데, 수퍼카에서 기대하는 강렬함은 덜하다. NSX가 태생적으로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인테리언 디자인은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다.
시동을 걸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출발 준비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면서 여전히 조용하다. D/M 버튼을 눌러 기어를 D로 옮기고, 피트를 나선다. 본선에 합류할 즈음 엑셀을 강하게 밟았다. 순간 그 부드러웠던 차가 갑자기 돌변하면서 마치 시트로 등을 후려친 것처럼 등을 밀면서 앞으로 뻗어나간다.
3개의 전기모터와 결합된 통합출력 573마력에 4륜 구동이 더해진 결과다. 혼다 측에서는 0~100km/h 가속 시간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소식에 의하면 2.5초 정도를 목표로 개발했고, 실제 3초 이하의 실력을 갖췄을 것으로 전해진다.
시승이 워낙 제한된 수준이이서 새 NSX가 도대체 얼마나 빠른지 감을 잡기가 쉽지 않았지만 혼다측이 이야기한 것처럼 포르쉐 911 터보보다 가속력면에서는 더 빠른 수준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혼다 R&D 센터의 프루빙 그라운드는 총 길이가 4km 정도이고, 최고속도는 250km/h 정도의 설계로 만들어졌지만 실제 시승에서는 180m/h까지만 가속하도록 주의가 전달됐다. 시승이라기 보다는 기술 체험 수준인 것이다. 180km/h까지 가속은 그야말로 강력하다. 최고속이 얼마인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전체적인 통제에 따라 그 이상 가속은 하지 않았다. 다만 속도를 낮췄다가 가속하기도 하고 중고속에서 운전대를 이리저리 흔들어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오벌 코스인 프루빙그라운드 주행이어서 에리한 핸들링을 제대로 경험해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다른 세션에서 4개의 전기모터로 그야말로 환상적인 코너링을 선보인 4-모터 EV의 거동에서 힌트를 삼는다면, 앞바퀴 2개의 전기 모터가 서로 다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가는 SH-AWD 시스템의 NSX가 얼마나 강력한 코너링 성능을 갖추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로 바꾸자 차는 더 과격해진다. 엑셀을 끝까지 밟으면 사운드도 무척 강렬해 진다. 하지만 V6와 V8 혹은 V10의 엔진 사운드 차이는 여전히 느껴진다. 그냥 6기통 급의 스포츠카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강렬하고 멋진 사운드지만 8기통 혹은 10기통의 경쟁자와 비교하면 거친 야수 같은 맛이 살짝 아쉽다.
뭔가를 느끼기도 전에 피트인해야 할 시간이다. 드라이브 모드를 ‘콰이어트’로 바꿨다. 유령처럼 움직이는 완벽한 전기차로 바뀌었다. 묘한 기분이 든다. 어쩌면 오늘날의 수퍼카는 이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시승은 끝나 버렸고, 이제는 새 NSX가 정식으로 출시되고, 또 한국에도 들어올 날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다시 만날 수 있는 처지가 됐다. 속히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시승이 끝나고 나서 다시 NSX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NSX는 과거 1세대가 등장했을 때 페라리에 많이 비유됐다. 이번 NSX는 아직 가격도 공개되지 않은 만큼 정확한 경쟁상대를 고르기도 쉽지가 않다. 짐작으로 포르쉐 911 터보나 아우디 R8 V10, 페라리 488 정도가 물망에 오른다. 하지만 페라리는 가격 면에서 두 모델과 큰 차이가 난다. NSX도 페라리 488 정도의 가격으로 나오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가격이나 성능 면에서 앞의 두 모델 정도가 경쟁 상태가 될 전망이고, 그러면 메르세데스-AMG GT S, 애스턴마틴 밴티지 V12 등도 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과연 NSX는 이들 중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서게 될까? 워낙 짧았던 시승인지라 기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초반 가속 성능 면에서는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을 것으로 보인다. 코너링 실력도 3모터 SH-AWD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 평소 안락한 주행성에서는 R8과 선두를 다툴 것으로 보이고, 연비와 친환경 성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 어쩌면 살짝 컨셉이 겹치기도 하는 BMW i8은 성능 면에서 저만치 따돌릴 수 있다. 반면 수퍼카에 기대하는 가슴 저미는 짜릿함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워 보인다. 디자인과 엔진 사운드 면에서 살짝 아쉽다.
결국 지난 NSX에 대한 동경과 디자인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도, 라이프 스타일, 수퍼카의 새로운 해석에 대한 공감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가격 등에서 판가름 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