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사태로 디젤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달 테슬라가 모델 X를 발표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러 완성차 업체들이 순수 전기차의 한계를 지적하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FCEV)를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테슬라는 그런 주장들을 비웃듯 빠르고 고급스러우며 1회 충전으로 멀리 갈 수 있는 순수 전기차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2003년 엘론 머스크가 설립한 테슬라는 지난 12년 간 전기차 전문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져 왔다. 혁신적인 전기공학자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에서 따 온 브랜드명처럼, 테슬라는 그간 단 3대의 양산모델을 선보였을 뿐이지만 자동차 업계에서 여느 브랜드보다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는다.
테슬라는 각각 2008년, 2012년, 그리고 2015년에 양산차를 한 대씩 출시했다. 세 대의 자동차는 스포츠카, 세단, 그리고 SUV로 서로 전혀 다른 성격을 띠고 있는데, 이는 테슬라 스스로 전기차 구동계가 어떤 자동차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브랜드인 테슬라의 양산차들을 모두 살펴 본다.
*테슬라 로드스터
테슬라 로드스터는 2008년에 출시된 테슬라의 첫 양산차다. 출시 당시부터 양산형 전기차의 모든 기록과 편견을 깨 버리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테슬라는 첫 양산차의 개발을 위해 영국의 스포츠카 메이커, 로터스로부터 바디를 공급받았고, 그 위에 테슬라만의 스타일링을 덧씌웠다.
테슬라 로드스터는 리튬-이온 전지를 탑재한 최초의 양산차이며, 동시에 순수 전기차로서는 처음으로 1회 충전으로 200마일(약 32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자동차였다. 오늘날까지도 레인지 익스텐더와 같은 별도의 엔진을 탑재하지 않은 순수 전기차들의 주행거리가 200km을 쉽게 넘기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당시로썬 굉장한 파격이었다.
뿐만 아니라 성능도 경쾌했다. 가벼운 로터스제 차체 덕분에 무거운 배터리와 모터를 탑재하고도 공차중량은 1,305kg에 불과했고, 전기모터는 248마력을 내는 버전과 288마력을 내는 고성능 버전 등 2가지가 제공됐다. 최상위 모델인 2.5 스포츠의 경우 최고출력은 288마력, 최대토크는 40.8kg.m에 달했다. 0-96km/h 가속은 3.7초면 끝나고, 최고속도는 201km/h에 전자적으로 제한돼 있다.
테슬라 로드스터는 “현실성 없는” 것으로 여겨지던 전기차를 현실세계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녔다. 이러한 혁신성을 높이 사 2006~2009년에 걸쳐 수십 개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로드스터는 테슬라라는 이름을 일반인들의 뇌리에 각인시킨 뒤, 2012년 두 번째 양산차인 모델 S가 시판될 즈음 단종됐다.
*테슬라 모델 S
테슬라의 두 번째 작품인 모델 S는 2008년 개발이 발표됐고, 2009년 프로토타입이 처음 공개됐다. 고객 인도는 2012년6월에 시작됐다. 스포츠카라는 다소 매니악한 장르에 비해, 럭셔리 세단인 모델 S는 모든 계층의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제품으로 다가왔고, 테슬라를 오늘날의 위치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전장이 5m에 육박하는 럭셔리 세단인 모델 S는 로드스터 이상으로 다양한 혁신이 담겼다. 친환경성을 강조하기 위해 과장스러운 디자인으로 뒤덮인 여타 전기차와 달리, 모델 S는 말 그대로 고급 세단의 스타일을 갖췄고, 여기에 테슬라만의 첨단 전자장치가 더해졌다. 가령 센터페시아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처리했으며, 차량의 운영체제가 인터넷을 통해 수시로 업데이트되며 신기능이 추가되기도 한다.
모델 S는 경쟁 럭셔리 세단 못지 않은 주행 성능을 갖췄다. 첫 출시 당시 40kWh급 배터리를 탑재한 기본형 모델은 235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며, 1회 충전으로 260km를 주행했다. 이후 배터리 용량과 모터 출력이 경이롭게 향상돼 현재는 70kWh급, 85/90kWh급 등 2가지 배터리가 탑재되며, 85/90kWh 배터리 모델에는 고성능 버전인 퍼포먼스 라인업도 존재한다.
각각의 배터리 라인업에서 후륜구동과 AWD를 제공해 선택 가능한 트림은 6종이다. 가장 기본 모델인 70은 315마력의 최고출력과 375km의 항속거리를 갖췄으며, 가장 항속거리가 긴 90D 트림의 경우 최고출력은 422마력, 항속거리는 무려 502km에 달한다. 고성능 트림인 P85D와 P90D는 항속거리가 480km으로 줄어든 대신 최고출력이 691마력으로 껑충 뛰었고, P90D 트림에서 Ludicrous 모드를 작동하면 0-96km/h 가속은 부가티 베이론과 동일한 2.8초로 줄어든다. 최고속도는 250km/h에 전자적으로 제한된다.
모델 S는 전기차로서는 유례없는 인기를 기록했다. 세계 각지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로 기록됐고, 특히 노르웨이에서는 한때 월간 신차 판매 중 10% 이상을 차지해 노르웨이 역사상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 단일 차종이자 전기차로 기록됐다. 미국에서도 올 들어 닛산 리프의 아성을 꺾고 가장 많이 판매된 전기차로 자리매김 중이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2013년에는 세계 올해의 친환경차 상을 받았고, 2013년 모터트렌드 올해의 차, 2013년 오토모빌 매거진 올해의 차, 2012년 타임지 올해의 25가지 발명품 등으로 뽑혔다. 컨슈머 리포트 지에서는 역대 자동차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카 앤 드라이버는 테슬라 모델 S를 금세기의 차(Car of the Century)로 선발하기도 했다.
*테슬라 모델 X
모델 X는 2012년 프로토타입이 공개되고 지난 달 양산형 실물이 공개된, 테슬라의 세 번째 양산차다. 모델 S와 플랫폼 및 30% 가량의 부품을 공유하는 모델 X는 스포츠카와 럭셔리 세단에 이은, 럭셔리 크로스오버로 완성됐다.
모델 X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디자인이다. 압도적인 개방감을 선사하는 파노라믹 윈드실드가 채택됐을 뿐 아니라, 2열 도어는 걸윙 타입의 ‘팰콘 도어’가 컨셉트카 그대로 장착됐다. 이 팰콘 도어는 센서 인식을 통해 양 옆에 차가 있는 협소한 공간에서도 차폭을 넘지 않고 개방이 가능하며, 승하차를 용이하게 해 준다.
실내는 독립된 7개의 시트로 구성됐으며, 17인치 터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모델 S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사용 및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테슬라는 가까운 시일 내로 자율주행 기술인 “오토파일럿” 시스템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모델 X는 쾌적한 실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화생방 무기 방호장치와 같은 등급의 “바이오웨폰 디펜스 모드” 공기청정 기능을 탑재했다. 이 밖에도 동급 최고 수준의 안전 장치를 아낌없이 투입했다.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제공한 모델 S와 달리 모델 X는 우선 2가지 트림을 제공한다 90D 모델은 앞뒤에 각각 259마력 전기모터를 탑재했고, 고성능 버전인 P90D의 경우 앞 259마력, 뒤 503마력 전기모터를 탑재해 더욱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둘 다 배터리 용량은 90kWh로, 주행가능거리는 400~414km에 달한다.
테슬라는 천천히 새로운 라인업을 계속해서 개척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늦어도 2020년 이전까지 컴팩트 세단인 모델 3가 출시되며, 아직 구체적인 윤곽이 잡히지 않은 모델 Y 또한 개발 플랜에서 언급됐다. 모델 3의 경우 BMW 3 시리즈, 아우디 A4 등과 경쟁하며 북미에서 35,000달러 이하의 가격으로 시판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