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폐막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메이저 브랜드들의 각축전이 벌어졌지만, 한 편에서는 군소 브랜드와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는 신생 브랜드들의 홍보 경쟁도 치열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브랜드들은 카로체리아 형태의 소규모 생산 방식으로, 스포츠카나 슈퍼카를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브랜드가 바로 보르그바르트(Borgward)이다. 보르그바르트는 BX7 컨셉트라는, 거의 양산형에 가까운 SUV를 이번 모터쇼에 출품했다. 이미 자동차 산업계가 어느 정도 고착화된 상황에서, 개발도상국 외의 국가에서 대중차 브랜드가 새로 런칭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사실 보르그바르트는 완전히 새로 등장한 브랜드는 아니다. 1919년 독일 브레멘에 본거지를 세운 보르그바르트는 경영난으로 생산을 중단한 1961년까지 독일 자동차 산업에 큰 획을 그은 회사다. 창업자인 칼 보르그바르트의 손자, 크리스티안 보르그바르트가 지난 2005년 스위스 루체른에 보르그바르트를 재건했고, 10년 만이자 생산 중단 54년 만엔 올해 프랑크푸르트에서 첫 결과물인 BX7을 선보인 것이다.
보르그바르트는 20세기 초에 혁신적인 기술력과 우아한 디자인으로 경쟁이 치열한 유럽 시장에서 나름의 확고한 입지를 세웠다. 특히 에어 서스펜션과 자동변속기 분야에서는 독일 내의 기술을 선도하는 위치에 있었고, 컴팩트 카부터 중형차에 이르는 다양한 모델을 선보였을 뿐 아니라 상용차와 군용차 분야에서도 활약했다. 오늘날 독일의 대표적인 대중차 브랜드인 오펠과 폭스바겐의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에 밀려났지만, 여전히 보르그바르트를 추억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어쨌든 새롭게 시작하는 보르그바르트는 첫 모델로 SUV를 내놓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SUV의 점유율이 갈 수록 높아지는 것을 고려한 라인업이다. BX7은 우아한 날개 형태의 디자인과 보르그바르트의 패밀리 룩을 융합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프리미엄(Accesible Premium)”을 지향한다.
전면부에서는 가장 먼저 보르그바르트의 상징적인 팔각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눈에 띈다. 웅장한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새롭게 디자인된 마름모꼴의 보르그바르트 엠블렘이 위치한다. 헤드라이트는 HID 타입이 적용됐으며,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은 브랜드의 상징인 다이아몬드 형태의 백라이트가 적용된다. 특히 오프로더이면서도 도심에서의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 스키드 플레이트를 제외한 범퍼 하단이 일반 승용차처럼 바디 컬러로 도색된 점이 특징이다.
인테리어에는 전통적인 장인정신과 첨단 기술을 동시에 녹여내 프리미엄의 가치를 강조했다는 것이 보르그바르트의 설명이다. 대쉬보드에는 나파 가죽과 알루미늄 트림이 적용됐으며, 보르그바르트 특유의 윙 라인이 적용돼 외관 스타일링의 연장선을 이룬다. 대쉬보드에는 12.3인치 터치 스크린을 장착, 운전자의 편의성을 강조했으며, 스포츠 시트를 비롯한 대부분의 실내에 가죽을 아낌없이 적용했다. 또 스마트폰과의 연결성을 강화해 스마트폰으로 차량의 많은 기능을 연동할 수 있다.
파워트레인으로는 우선 2.0L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 적용돼 최고출력 224마력, 최대토크 30.6kg.m을 발휘할 예정이다. 이 엔진은 0-100km/h 가속을 10초 이내에 마치며, 최고속도는 200km/h에서 제한된다. 보르그바르트는 장기적으로 PHEV를 추가해 업계 트렌드에 대응할 계획이다.
그 밖에 2-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전면 에어백과 1, 2열 사이드 커튼 에어백이 탑재되며, 전좌석 3점식 안전벨트가 기본 적용된다. 또 주행 안전장치도 동급 최고 수준으로 강화해 충돌경보 및 능동 제동, 차선이탈경보 및 차선유지보조 시스템, 70km/h 이내에서 작동하는 보행자 충돌 경보 시스템과 표지판 인식 기능,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횡풍 보정 시스템, 운전자 피로 경보 시스템 등이 풍부하게 적용된다.
보르그바르트는 BX7과 더불어 보다 스포티한 스타일의 BX7 TS(Touring Sport) 컨셉트카도 공개했다. 반세기의 세월을 뛰어넘어 21세기에 화려하게 컴백한 정통 프리미엄 브랜드, 보르그바르트의 귀추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르그바르트의 첫 양산차 BX7의 구체적인 출시 시기는 미정이지만, 컨셉트카의 완성도로 미루어볼 때 가까운 시일 내로 도로 위에서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