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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세단을 닮은 SUV, 렉서스 뉴 RX 350, 450h 미국 포틀랜드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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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4세대 RX는 더욱 커진 차체에 강렬한 디자인을 더해 탁월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출력이 높아진 신형 엔진과 8단 변속기 등으로 보다 강력한 달리기를 선보이고, 새롭게 적용된 롤 스카이훅 컨트롤과 액티브 스테빌라이저 서스펜션 덕분에 요철을 부드럽게 걸러내고, 코너링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선보인다. 온로드 주행 성능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손쉽게 열리는 파워 리어 도어 등 첨단 편의 장비들도 대거 확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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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푸른 가을 하늘을 본격적으로 맞이하기 얼마 전, 늦여름의 불안정한 대기가 막바지에 이를 즈음, 기자는 한국을 떠나 시애틀을 거쳐 미국 포틀랜드에 도착했다. 시애틀에서 잠시 맞은 하늘은 이미 전형적인 한국의 가을 하늘 이상으로 파랗고 높은 하늘이었는데, 포틀랜드에서도 눈 부시게 파란 하늘과 하얀 뭉개 구름이 우리 일행을 맞아줬다.

이곳 포틀랜드까지 날아 온 이유는 4세대로 진화한 렉서스의 새로운 RX를 시승하기 위해서다. 렉서스 RX는 1998년 처음 등장했다. 최초의 여러 렉서스들이 그렇듯이 RX도 토요타 해리어에 렉서스 엠블럼을 붙여서 RX300으로 미국에 출시됐다. 국내에는 2세대인 RX330부터 수입이 됐고, 2세대 RX는 렉서스 최초로 하이브리드를 도입한 모델이기도 하다. 국내에도 RX400h로 판매됐었다.

처음 RX330을 시승했을 때가 기억난다. 생긴 것은 아주 곱상하게 생겼는데, 달리기 실력은 무척 놀라웠었다. 물론 온로드 위주의 달리기이긴 하지만 경쾌한 가속력과 부드러운 달리기가 세단 뺨치는 모델이었다. 하늘을 다 담을 듯 넓은 파노라마 루프와 탈착이 가능한 센터 콘솔도 재미있었다.

RX330의 큰 성공 이후 점차 국내에서 렉서스의 인기가 사그라들기 시작했고, 3세대 RX는 이렇다 할 실적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렉서스는 ES300h를 중심으로 꾸준한 인기를 이어갔고, 지난 해 새로운 디자인 큐를 적용한 완전히 새로운 SUV NX를 선보이면서 컴팩트 SUV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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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만난 4세대 RX는 더욱 크고 예리해진 스핀들 그릴을 적용하면서 먼저 선보인 동생 NX의 디자인을 많이 닮았다. 스핀들 그릴 안쪽은 기본형은 가로핀이 적용되고, F 스포츠 모델에는 그물망 형태가 적용된다. F 스포츠 모델은 그릴 아래에 스포일러도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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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램프는 기본형 LED 헤드램프와 프리미엄 트리플 빔 LED 헤드램프 2가지를 마련했다. 아마 국내에는 프리미엄 트리플 빔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된다. 3개의 LED 헤드램프를 감싸며 L자 형태로 배열된 주간 주행등은 방향지시등을 겸하는데, 방향지시등을 켜면 헤드램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LED가 흐르면서 주행 방향을 표시해 준다. 범퍼 좌우에 위치한 LED 안개등에는 코너링 램프 기능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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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변화는 앞모습에 이어서 C필러에서도 굵직한 흔적을 남겼다. 보통 SUV는 C필러와 D필러로 나뉘게 마련인데 새 RX는 C, D필러를 통합하듯이 굵게 디자인한 후에 필러의 아래 부분을 검게 처리해 플로팅 루프 비슷한 형상으로 만들었다. 특히 C필러의 아래 부분을 일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잘라내 역동성을 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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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떨어지는 루프 라인도 날렵하게 다듬어 전체적으로 쿠페 같은 스타일을 완성했다. 뒷모습은 상대적으로 덜 과격한데, L자형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에도 모두 LED가 적용됐다.

대담하고 예리한 선이 살아 있는 앞모습과 쿠페처럼 떨어지는 지붕 라인, 역동적인 디자인 터치의 C필러가 어우러져 신형 RX는 어느 때보다 더 강렬한 스포츠카의 이미지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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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도 많이 커졌다. 차체 크기가 4,890 x 1,895 x 1,690mm에 휠베이스 2,790mm로 이전 3세대 RX에 비해 길이는 120mm, 휠베이스는 50mm가 더 길어졌다. 차체가 길어진 것은 사진으로 봤을 때는 크게 실감나지 않았지만 실제 보습을 보는 순간 많이 길어진 차체를 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길이는 BMW X5의 4,886mm보다 살짝 더 길어진 반면 휠베이스는 X5의 2,933mm에 비해 많이 짧다. X5는 뒷바퀴 굴림 기반의 SUV인 만큼 엔진을 세로로 놓고 앞 바퀴를 차체 앞 쪽으로 끝까지 밀어 넣을 수 있는 반면, 앞바퀴 굴림 기반의 RX는 엔진 및 변속기와 앞바퀴를 연결 시키기 위해서 앞으로 밀어 넣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어서다. 이는 세단에서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휠베이스는 X5보다 짧지만 실내 공간은 경쟁모델 대비 더욱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고 렉서스는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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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디자인도 큰 변화를 이뤘다. IS, NX 이후 RC에 이르기까지 센터페시아를 계단식으로 배열하는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이들보다 한 단계 사이즈가 큰 RX는 이들과는 다른 터치가 적용됐다. 센터페시아를 크게 감싸는 알루미늄 테두리를 위시해서 운전자를 감싸는 느낌이 강하다.

전반적으로 RX의 실내는 고급스럽다. 가죽과 알루미늄의 질감은 물론이고, 플라스틱의 질감까지도 고급스럽게 잘 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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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터널과 도어 패널에는 모델에 따라 매우 우아한 터치가 적용된 패널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야마하가 새롭게 개발해 적용한 것으로, 알루미늄 패널 위에 원목을 얇게 붙이고, 레이저로 다양한 문양을 그려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패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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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RX의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한 12.3인치 대형 모니터다. 지금까지의 렉서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비례와 사이즈로 네비게이션이든, 정보든 시원시원하게 보여줘서 무척 만족도가 높았다.

헤드 업 디스플레이도 새롭게 적용됐다. 많이 봐 왔던 텍스트와 방향 표시 그래픽 외에 눈금으로 보여지는 그래픽도 있어서 보다 많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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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는 지금까지 타본 RX 중 가장 몸을 잘 잡아주는 스타일이다. F 스포츠가 적용될 경우 버킷시트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옆구리를 잡아주는 능력이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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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베이스가 늘어나면서 뒷좌석도 살짝 여유가 더해졌다. 뒷좌석 시트는 트렁크에서도 전동으로, 혹은 원터치로 접을 수 있다.

뒷문은 뒷면 엠블럼 근처에 손을 가져가면 터치 없이도 도어가 자동으로 열린다. 양손에 물건을 들고 있을 경우 발로 차는 동작을 하면 도어가 열리는 것에 비해 불편하다고 하자, 렉서스를 운전하는 여성들이 발로 차는 행동을 하는 것이 별로 우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현대 기아차의 최근 모델들은 키를 소지한 채 그냥 뒷문 근처에 서 있기만 해도 열린다는 것은 몰랐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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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RX에는 3가지 파워트레인이 적용됐다. 기존과 이름이 같은 RX350, RX450h 외에 NX를 통해서 먼저 선보인 2.0 터보 가솔린 엔진을 얹은 RX200t가 추가됐다. RX350과 RX450h는 이름은 이전과 같지만 엔진과 변속기 모두 새롭게 바뀌면서 성능이 소폭 향상됐다.

RX350에는 새롭게 개발한 V6 3.5리터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적용됐다. 최고출력 296마력, 최태토크 370Nm를 발휘한다. 지난 RX350의 277마력보다 19마력이 높아졌다. 변속기도 자동 6단에서 8단으로 업그레이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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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X450h에는 새롭게 선보인 3.5리터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 263마력(PS)을 발휘하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한 시스템 출력은 308마력(313PS)에 이른다. RX450도 이전 모델에 비해 출력과 토크가 향상됐다.

RX200t는 2.0 트윈스크롤 터보차저 엔진으로 최고출력 235마력, 최대토크 350Nm를 발휘하며, 6단 자동 변속기와 조합된다. 사실 RX200t가 상당히 기대됐는데, 아쉽게도 현재는 우핸들 차량만 개발돼 있어서 국내 출시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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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시승한 모델은 RX450h F 스포츠였다. 450h는 하이브리드 모델이긴 하지만 단순히 연비에만 집중한 모델이기 보다는 연비와 퍼포먼스를 모두 추구한 모델이다. 실제로 RS350보다 더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시승은 비교적 부드러운 주행 위주로 진행됐지만 넉넉한 파워는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가속은 시원시원했고, 변속과 하이브리드 전환은 정교하고 매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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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X450h에는 E-4 4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지난 세대 RX와 NX에도 적용된 시스템으로 엔진은 앞바퀴만 굴리고, 전기모터를 앞바퀴 쪽에 하나, 뒷바퀴 쪽에 하나를 더해, 평소에는 모든 에너지를 앞 바퀴에 보내지만, 가속할 때나 코너링 시, 미끄러운 노면 등에서는 뒷바퀴 쪽 전기모터가 동력을 뒷바퀴에 보내 4륜 구동 상태로 주행하게 된다. 따라서 동력 배분이 크게 되는 정도는 아니지만 즉각적인 동력 전환과 함께 매우 뛰어난 효율성을 갖췄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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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단순히 낭비되는 에너지를 회생시켜서 재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냉간이나 출발 시, 저회전 구간 등 엔진의 효율이 떨어지는 구간에서 전기에너지를 적극 사용함으로써 엔진 자체의 효율도 높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뛰어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것을 4륜구동으로까지 확대한 만큼 더 뛰어난 효율성과 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RX에서 사실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 생각되는 것이 ‘롤 스카이훅 컨트롤’과 ‘액티브 스태빌라이저 서스펜션’이다. 롤 스카이훅 컨트롤은 노면의 요철 충격이 센서에 전달되면 즉시 서스펜션을 조절해 충격을 흡수함으로써 요철을 보다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게 해 준다. 충격을 감지한 후에 작동하는 방식이므로 완벽하게 요철을 커버한다고 보긴 힘들지만 매우 민첩한 반응으로 기대 이상으로 부드러운 주행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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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스테빌라이저 서스펜션은 코너링 시에 스테빌라이저의 강도를 조절해 차체의 기울어짐을 줄여주는 시스템이다. 실제 시승 중 스티어링 휠을 이쪽 저쪽으로 흔들며 급 차선 변경 같은 주행을 해 봤는데 차체의 기울어짐이 놀랍도록 억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시스템들 덕분에 시승은 무척 안락했고, 코너링에서도 매우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럭셔리 세단이 아닌 SUV에 이런 기능들이 먼저 적용된 것이 놀랍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키가 크고 출렁거릴 수 있는 SUV에 더 적합한 기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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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RX350 F스포츠로 옮겨 탔다. F스포츠 모델이라 시프트 패들도 적용돼 있었다. 엔진 사운드는 한층 더 카랑카랑해졌다. 시프트 패들을 사용하면서 달리면 SUV임에도 무척이나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300마력에 육박하는 파워가 제대로 느껴진다. 역시 RX350에서도 부드러운 승차감과 안정적인 코너링 실력은 돋보였다.

RX350과 RX450h 모두 살짝 향상된 파워 덕분에 좀 더 경쾌한 주행이 가능했고, 무엇보다 롤 스카이훅 컨트롤과 액티브 스태빌라이저 서스펜션 덕분에 그러잖아도 부드러웠던 렉서스가 더 매끄럽고, 더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었던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가족과 함께 장거리 여행을 할 때 더욱 편안하고 안전하게 가족을 돌볼 수 있는 SUV가 됐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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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새 차에 적용된 많은 신 기술과 주행 감각 등을 시험하느라 짧은 시승은 정말 후딱 지나가 버리기 일수지만 렉서스를 타면서 마크레빈슨 오디오를 감상하지 않을 수는 없다. 최근 마크레빈슨 오디오는 저음과 타격감이 한층 풍성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행사장에 부스를 마련하고 마크레빈슨 홈오디오와 카오디오에 대해 설명해 준 담당자도 그 부분에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는 이야기를 전해줬다.

푸른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 아름다운 언덕과 유유히 흐르는 강가를 달리면서 마크레빈슨을 통해 노라 존스의 아름답고도 파워풀한 목소리를 감상하는 여유는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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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신형 RX는 마치 스포츠 세단 같은 SUV로 진화했다. 디자인은 더 예리하고 강렬해졌고, 더 커진 차체와 긴 휠베이스에 주행 안정성과 편안함을 극대화시킨 전자 장비까지 더해 온로드 주행 성능을 대폭 향상시켰다. 파워트레인의 개선도 물론 잊지 않았다. 더 조용하고, 더 빠르게, 그리고 더 부드럽게 달릴 수 있는 차가 된 것이다. 참으로 렉서스다운 진화다.

머지 않아 국내에도 소개될 텐데, 많은 이들이 직접 RX를 만나보고, 또 직접 타 봄으로써 얼마나 더 여유 있고, 경쾌하고, 부드러워졌는지 직접 체감해 보기를 기대한다.

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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