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처음 등장한 골프는 6세대까지 이어져 오면서 해치백의 교과서, 혹은 해치백의 전설이 되었다. 그런데 그 전설이 또다시 새롭게 진화했다. 7세대 골프가 한국에 상륙했다.
올해 긴 장마가 예고된 것과는 달리 마른 장마가 한창 진행되다가 마침 본격적인 호우가 시작된 즈음 기자들이 부산 경마공원에 모였다. 부산과 거제도 일원에서 7세대 신형 폭스바겐 골프를 시승하기 위해서다. 점심 식사 후에 신차에 대한 소개 등 간단한 신차발표회를 가졌다. 그런데 행사를 진행한 공간은 마주가 아니면 들어 올 수 없는 곳으로 마주들이 경마를 관람하는 라운지였다. 평소 경마를 즐기지 않는 기자에게 경마장이 낯설긴 했지만 적어도 이 곳이 얼마나 특별한 곳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으며, 새로워진 골프를 위해 폭스바겐 코리아가 아주 특별한 장소를 섭외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특별한 곳에서 간단한 신차발표회를 마치고 가장 먼저 한 것은 7세대 골프에 처음 적용된 최신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MCB)’ 시연이었다.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1차 충돌 후에 통제되지 않은 상태로 자동차가 튀어나가다가 2차, 3차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데, 신형 골프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이 기능을 개발해 장착했다.
에어백 센서가 충돌을 감지하면 즉시 0.6바 정도의 압력으로 주차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골프를 빠르게 정지 직전의 10km/h까지 감속시킨다. 운전자가 충돌에 미처 대응하지 못한 순간 차가 속도를 충분히 줄여 주므로 운전자는 1차 충돌 후 상황에 비교적 유연하게 대응 해 추가적인 회피나 정지 혹은 재 주행을 결정하면 된다.
이 기능은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를 직접 몇 초간 당기고 있을 때도 비슷한 수준으로 작동하는데, 기존의 기능을 좀 더 충돌 상황에 적합하게 개선한 기능으로 보인다.
그 후 본격적인 시승에 들어갔다. 조를 나누어 2.0 TDI 블루모션과 1.6 TDI 블루모션을 차례로 타 볼 수 있었는데 부산 경마공원을 출발해 가덕도와 거가대교를 지나 거제도로 들어간 후 거제도 일대의 다양한 도로에서 새로워진 골프를 경험했다.
7세대에 해당하는 신형 골프는 우선 외관 디자인이 직선을 강조한 형태로 완전히 새로워졌다. 하지만 디자인에서 강조하는 비례와 자세, 그리고 골프가 7세대에 걸쳐 이어 온 디자인 정체성을 잘 유지해 누가 봐도 쉽게 골프임을 알 수 있지만 어찌 보면 어디가 달라졌는지 쉽게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 보인다. 어쨌든 신형 골프는 차체에 적용된 많은 선들이 직선에 가깝게 바뀌면서 선과 각이 살아 있는 샤프하고 모던한 스타일로 진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폭스바겐이 개발해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신형 MQB 플랫폼을 적용해 만든 첫 모델이면서 6세대에 비해 휠베이스가 59mm 길어지고 폭은 13mm 늘어나 2열 실내 공간과 트렁크 공간이 많이 확대된 것이 큰 특징이다. 더불어 경량화에도 성공해 무려 100kg이나 감량했다. 이처럼 기본 골격에서 몸무게를 많이 뺀 덕에 시판 차에는 더 많은 장비를 추가하고도 6세대에 비해 트림에 따라 20~40여 kg이 줄어 들었다.
신형 골프는 크기가 4,255 x 1,799 x 1,452 mm이고 휠베이스가 2,637mm로 약간 길어지고, 넓어지고, 키는 낮아졌으면서 실내가 많이 넓어졌다. 참고로 현대 i30는 크기가 4,300 x 1780 x 1,470mm에 휠베이스가 2,650mm로 골프에 비해 아주 살짝 더 큰 편이다.
직접 실내로 들어가 보면 넓어진 뒷좌석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인이 크게 바뀐 것도 환영할 만하다. 골프에는 최초로 센터페시아가 운전자 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형태가 도입되었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는 블랙 하이그로시 트림이 많이 사용되었다.
이번에는 가죽시트와 네비게이션 등이 적용되지 않은 기본형에 가까운 모델이 출시되었고, 오는 9월에는 가죽, 전동시트, 네비게이션, 스마트 키 등이 적용된 프리미엄 모델이 더해질 예정이다. 그래서 이번 골프는 가죽시트는 아니지만 역시 골프답게 근육질의 세미 버킷형 스타일에 가운데 부분을 알칸타라로 꾸며 시각적인 느낌과 밀착감이 좋은 투톤 시트가 시선을 끈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도 모두 아래 부분을 평편하게 다듬은 D컷 스티어링 휠이다.
실내를 고급스럽게 꾸미면서도 달리기가 즐거운 골프의 핵심 본질은 잘 강조한 것 같다. 하지만 기존 골프들에 비해 많이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보수적인 느낌이 강하다. 역시 폭스바겐이다.
또한, 잘 알려진 것처럼 골프의 기본형 시트는 관절 부분의 다이얼을 돌려서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운전 자세를 정교하게 조정하는데 유리하다는 것이 폭스바겐의 설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함께 타는 편하게 가족과 골프로서는 불편함이 크다. 이런 정교한 기능은 GTI에나 주고 패밀리카 골프에는 간단한 레버형이 있으면 좋겠다는 게 기자의 변함없는 주장이다.
신형 골프에는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MCB)가 적용된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와 오토 홀드, 오토 스타트/스톱, 브라이빙 프로파일 셀렉터, 블루투스 오디오 등이 기본으로 적용됐다. LED 주간 주행등이 더해진 바이제논 헤드램프와 파노라마 썬루프, 듀얼 배기 파이프, 듀얼 존 오토 에어컨 등은 2.0 TDI 블루모션에 장착되었다.
오토 스타트/스톱은 주행 중 정차로 시동이 꺼졌다가 살짝 움직이기 위해 시동을 건 경우에도 이동 후 다시 시동이 꺼졌고, 오토 홀드와 동시에 적용이 가능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주차 브레이크가 잡혀 있고, 시동이 꺼진 상태를 유지했다.
드라이빙 프로파일 셀렉터는 기어 레버 좌측에 있는 ‘드라이브 모드’ 버튼을 누르면 센터페시아 모니터에 노멀, 에코, 스포츠, 인디비주얼 버튼이 나타나는데 이것을 터치 스크린으로 선택하면 된다. 스포츠 모드가 되면 스티어링 답력이 무거워지면서 응답성이 빨라지고, 변속기를 제어해 낮은 기어의 높은 회전수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에코 모드에서는 주행 뿐 아니라 라이트와 에어컨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에너지를 아끼기 위한 짠돌이 모드로 운영된다.
먼저 1.6 TDI 블루모션을 시승했다. 엔진은 최고출력 105마력/3,000~4,000rpm, 최대토크 25.5kg.m, 0~100km/h 가속 10.7초, 최고속도 192km/h의 성능을 내고, 7단 DSG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결합해 복합연비 18.9km/l(고속: 21.7/ 도심: 17.1)의 뛰어난 효율을 자랑한다. 6세대 모델과 엔진과 연비는 같지만 가속성능과 최고속도가 조금 향상됐다.
실제 주행 감각은 파워트레인보다는 차체가 커진 부분에 대한 변화가 크다. 가속감이 좋아졌다는 것은 거의 느끼고 힘들고, 하체는 여전히 탄탄하고 핸들링이 민첩하지만 휠베이스가 늘어난 만큼 요철에 대한 반응이나 직진 감각 등에서 살짝 더 안정적이고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세계적인 소형차의 아이콘인 골프도 역시 조금씩 자라고 있다.
1.6 TDI가 18.9km/l에 이르는 놀라운 연비가 큰 자랑거리라면, 2.0 TDI는 연비도 물론 여전히 좋지만 본격적인 달리기의 즐거움이 더 큰 매력이다. 엔진은 기존 140마력에서 10마력 높아진 150마력/3,500~4,000rpm과 최대토크 32.6kg.m/1,750-3,000rpm의 파워에, 0~100km/h 가속 8.6초, 최고속도 212km/h의 성능을 발휘하고, 6단 DSG와 결합해 복합연비 16.7km/l(고속: 19.5/ 도심: 15.0)를 달성했다. 6세대의 9.3초, 207km/h보다 상당히 빨라졌고, 연비도 16.2km/l보다 높아졌다.
1.6 TDI 블루모션에서 2.0 TDI 블루모션으로 차를 옮겨 타자 그 성격의 차이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모든 상황에서 가속에 여유가 있고, 원할 때는 언제든지 파워풀한 가속을 즐길 수 있다. 6세대 모델에서 140마력 TDI를 타다 170마력 GTD를 타면 분명 빨라지긴 했는데, 과격함보다는 부드러움이 더 크게 다가왔었는데, 이번 150 TDI도 기존에 비해서 충분히 빨라졌으면서도 모든 상황에서 좀 더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는다.
2.0 TDI 블루모션은 정말 달리기가 즐겁다. 모든 영역에서 파워풀한 토크를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있고,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선택하면 코너가 이어지는 산길에서도 예리한 핸들링과 경쾌한 재 가속으로 달리는 즐거움이 증폭된다. 사실 국내에서 골프가 지금처럼 인기를 얻게 된 그 장본인이 바로 140마력짜리 2.0 TDI 였다는 점을 상기하면 여전히 이 모델의 매력은 넘쳐난다.
반면 1.6 TDI 블루모션은 동급 국산 경쟁 모델인 현대 i30에 비해 편의 장비 등에서 가격 경쟁력이 많이 모자라지만 그럼에도 탄탄한 달리기의 기본이 되는 차체와 허풍이 전혀 없는 1.6 TDI 엔진, 정교함과 효율성의 극치인 7단 DSG, 스타트/스톱 시스템의 첨단 효율성 등 세대가 지나도 여전히 해치백의 교과서인 골프가 줄 수 있는 매력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