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SM7 노바 LPe는 고객 층이 한정돼 있지만, 그들에게는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특별한 대우가 제공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들의 필요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그랜저 급의 준대형 모델이지만 배기량을 2.0으로 낮춰 장애인이 구입 시 세금 혜택을 완전히 다 받을 수 있고, 도넛 탱크의 적용으로 트렁크 공간을 완전히 다 사용할 수 있으며, 초반 가속감과 주행안정성 면에서 가솔린 모델에 전혀 뒤지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매력적인 달리기 실력까지 갖췄다.
LPG 승용차 시장은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제한된 영역이다. 장애인이나 국가 유공자, 그리고 렌터카나 택시 등에만 접근이 허용된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 메이커들이 선뜻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구색 맞추기 식으로 모델을 구비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와중에 LPG 승용차를 구입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 이들에겐 LPG를 선택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부분들이 존재해 왔었다. 대표적으로 LPG탱크가 트렁크에 탑재됨으로 인해 트렁크 용량에서 손해를 봐야 하고, 준대형 승용차의 경우 배기량이 2리터를 초과해 장애인이 구입할 경우 배기량 2리터 미만의 차량에 대해서만 주어지는 취득세, 등록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르노삼성이 일을 냈다. 이미 SM5 LPe 모델을 선보여 LPG 승용차 시장에 대해 적극 대응한 데 이어, 준대형 모델인 SM7 노바에도 LPe 모델을 더하면서 배기량을 2.0으로 출시한 것이다.
SM7 노바 LPe 2.0 모델이 가지는 의미는 확실하다. 장애인(1~3급, 시각장애인 4급, 국가유공자 7급까지)이 중형차보다 좀 더 크고 고급스러운 차로 LPG 연료를 사용하면서,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세제 혜택은 모두 누릴 수 있기 위해서는 2.0 엔진을 얹은 준대형 LPG 승용차가 꼭 필요했다. 그래서 르노삼성은 SM7 노바에 2.0 LPLi 엔진을 얹었고, 큰 차체에 다소 힘이 부족할 수 있는 엔진을 다양한 각도에서 손을 봐 힘에 대한 부분에서도 부족함이 없도록 했다.
사실 기자에겐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는 모델인 르노삼성 SM7 노바 LPe 모델을 시승했다. 장애인이 세제 혜택을 다 받으면서 구입할 수 있는 LPG 차량이면서 차체 크기가 준대형급이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구입시 세제 혜택 등은 앞서 언급했으니 시승을 통해서는 과연 상품성도 뛰어난 지 확인해보려고 한다.
우선 지난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훨씬 더 중후한 느낌이 강조된 ‘SM7 노바’의 디자인을 그대로 LPe 모델에도 적용해 외관상 차이가 없다.
실내에서도 디자인의 변화는 전혀 없다. 다만 일부 편의 장비들이 생략됐다. 하지만 아주 요긴하게 사용되는 기본적인 편의장비들은 꽤 넉넉하게 갖췄다.
빠진 장비로는 시프트 패들과 크루즈 컨트롤을 들 수 있고, 탑재된 장비로는 통풍 시트, 파노라마 썬루프, 하이패스, 블루투스, 후측방 차량 접근 경보 장치 등이다. 오디오도 음질이 크게 부족하지는 않았다. 뒷좌석에도 에어컨 통풍구와 열선 시트를 갖췄다.
그리고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트렁크 공간이다. 지난 SM5 LPe를 통해서 먼저 선을 보인 도넛 탱크가 스페어 타이어 공간에 자리 잡으면서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차량이면서도 트렁크 공간을 전혀 손해보지 않게 됐다. 실제로 골프백을 싣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으며,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도 실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2.0 LPG 엔진으로 이런 큰 차체를 움직이는 데 힘이 부족하진 않을까? 사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이었다. 결론은 일상적인 주행에서 전혀 부족함을 느낄 수 없었다.
SM7 노바 LPe에 얹힌 2.0 CVTC II LPLi 엔진은 최고출력 140마력과 최대토크 19.7kg.m를 발휘하고, 변속기는 6단 수동모드가 있는 엑스트로닉 CVT가 얹혔다.
가솔린 2.5 모델의 경우 최고출력이 190마력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2.0 LPLi 엔진의 140마력은 많이 부족할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 달려보니 오히려 일반 가솔린 모델보다 초반 응답성과 가속력이 더 경쾌했다. 출발이 굼뜨거나 답답한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CVT 특유의 매끄러운 가속도 일품이다.
엔진과 변속기를 저, 중속에서 힘을 많이 발휘할 수 있도록 튜닝한 때문이다. 그로 인해 중, 고속에서는 힘이 많이 부족해진다. 150km/h를 넘어서면 더 이상의 가속이 버거워질 정도다.
그렇다면 이런 세팅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만약 이 차가 일반인들이 구매하는 패밀리 세단이었다면 힘이 부족하다고 많은 비판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혜택’을 더하기 위해 평소 많이 사용하지 않는 150km/h 이상의 고속 주행 성능을 포기한 것은 결코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선택과 적용은 어느 회사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그 동안 어느 누구도 이들 소수의 필요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르노삼성이 그 일을 실현해 줬다는 데서 이들의 관심과 노력에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절대 수치 면에서 힘이 부족한 엔진을 저, 중속에서 힘을 많이 발휘하도록 세팅할 경우 연비가 나빠질 수 밖에 없는데도 SM7 노바 LPe의 복합연비는 8.6km/L로 그리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시승 중 실연비는 7km/L 정도였다. 시승이라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일반적으로 연비 운전을 하면 복합연비 수준을 달성할 수 있겠다는 평가다. 르노삼성의 특기인 CVT와의 조합이 만들어낸 성적이라 할 수 있겠다.
SM7 노바 2.5 가솔린의 연비가 10.2km/L, 그랜저 2.4 가솔린의 연비가 11.3km/L 인데, 가솔린과 LPG 가격을 환산하면 SM7 노바 LPe가 실제 유류비 면에서 훨씬 더 유리하다는 것을 쉽게 계산할 수 있겠다.
앞서 언급한 장애인 혜택 대상자가 SM7 노바 LPe 를 구매할 경우 경쟁 준대형 LPG 차량인 그랜저나 K7 LPG 모델 대비 최대 940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판매가격이 최대 350만원 가량 저렴하고 취등록세와 자동차세(5년 기준) 면제로 최대 551만원의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높은 연비에 따른 연간 39만원 가량의 유류비 절감이 가능해서다.
SM7 노바 LPe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 저속에서의 가속력과 응답성에서 경쾌한 주행을 보여 준 SM7 노바 LPe는 주행 감각 면에서도 기대 이상의 단단하고 안정적인 감각을 선보였다. 서스펜션 세팅이 일반 가솔린 모델보다 살짝 더 단단해져서 하체가 주는 만족도가 무척 높아졌다.
1주일 가량 시승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매우 안정적이고 깔끔한 하체가 주는 만족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가속 초반의 경쾌한 응답성과 어울려 정말 편하게 타고 다녔다는 느낌이 강하다.
가장 결정적인 단점은 LPG 충전과정에서 드러난다. 일단 연료탱크 용량이 적은데다 평소 타는 가솔린 대비 연비가 나쁘다 보니, LPG를 가득 채웠을 때 주행 가능 거리가 채 400km가 되지 않았다. 결국 가솔린 모델 대비 거의 2배로 자주 충전소를 찾아야 했다. 마침 집 근처, 주로 다니는 길목에 LPG 충전소가 있어서 충전소를 찾아 다니는 불편은 덜었지만, 장거리 이동이라면 충전소 찾는 일도 귀찮은 일일 수 밖에 없다.
SM7 노바 LPe는 그 동안 현대, 기아차 등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준대형 LPG 승용차 시장에서 실 수요자들의 요구를 매우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등장한 단비 같은 모델이다. 장애인이 좀 더 큰 차를 사면서 LPG와 세제 혜택을 모두 누리고, 운동성능과 연비에다 세심하게 다듬어진 주행 안정성까지 누릴 수 있어, 그 동안 받아보지 못한 자상한 관심과 배려를 제대로 받고 있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