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00이 지향하는 바는 명백했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를 타던 고객이 레벨을 높여서 다음 차를 선택할 때 바로 마이바흐로 넘어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마이바흐 S 600의 뒷좌석을 몇 시간 경험해 본 바에 의하면 많은 S클래스 고객들은 이제 벤틀리가 아닌 마이바흐로 고개를 돌릴 것으로 보인다. 경쟁 모델 대비뿐 아니라 이전의 마이바흐 57 못지 않은 넓은 공간과 화려한 실내를 갖췄으면서 가격은 마이바흐 5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주 저렴한(?) 가격표를 달고 있다. 벌써 시내에서 심심찮게 메르세데스-마이바흐를 만날 수 있는 이유다.
지난 서울모터쇼를 통해서 메르세데스-마이바흐가 국내에 소개됐다. 그 전에 사진으로 먼저 공개됐을 때만해도 과연 S클래스와 얼마나 차이가 날지, 단종시켰던 브랜드를 또 다시 살려 낸 이유가 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었다. 그리고 모터쇼장에서 새로운 마이바흐를 만나고 나서야 궁금증은 풀렸다.
마이바흐는 칼 벤츠와 함께 다임러 벤츠를 설립했던 고틀립 다임러의 오른팔이자 뛰어난 엔지니어 빌헬름 마이바흐가 독립해서 세운 자동차 브랜드다. 1941년까지 럭셔리카를 만들어 팔았지만 경영악화로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었는데, 그 마이바흐를 다임러 벤츠가 2002년에 수퍼 럭셔리카 브랜드로 다시 살려내게 된다.
이후 BMW가 새롭게 개발한 롤스로이스 팬텀과 함께 수퍼 럭셔리카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하게 되었지만 이 마이바흐도 다시 단종의 길을 걷게 됐었는데, 그랬던 마이바흐가 다시 살아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름이 좀 달라졌다. 사실 이전 마이바흐 때도 어떤 이들은 ‘벤츠 마이바흐’ 이렇게 부르기도 했다. 마치 미니를 ‘BMW 미니’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식 이름이 아예 ‘메르세데스-마이바흐’다. 그리고 세부 모델명으로 ‘S 600’과 ‘S 500’이 붙는다. 뭔가 복잡해진 느낌이다.
새롭게 돌아온 마이바흐를 이해하려면 먼저 ‘AMG’를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메르세데스-벤츠는 B클래스를 제외한 전 모델에 고성능 모델인 ‘AMG’를 갖추고 있다. A 45 AMG, C 63 AMG를 비롯해 S 63 AMG, G 63 AMG까지 세단과 쿠페, 카브리올레, SUV 할 것 없이 모두 고성능 AMG 라인업을 갖췄다. 기본 벤츠 모델에 고성능을 더하면 AMG가 되는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기존 벤츠 모델에 수퍼 럭셔리를 더하면 마이바흐가 된다. 그 첫 모델로 S클래스를 베이스로 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00’과 ‘S 500’을 선보인 것이다. 마이바흐 브랜드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브랜드 가치 하락이 된 셈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이처럼 마이바흐 브랜드를 격하시켜서 원하는 것은 뭘까?
그 해답을 지난 서울 모터쇼 장에서 찾았었다. 실제로 만나 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00은 기대보다 훨씬 더 고급스러웠고, 멋졌고, 당당해 보였다. 그리고 이번에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00을 다시 만났다.
마이바흐 S클래스 외관 디자인의 핵심은 C필러다. 벤츠 S클래스 롱휠베이스보다 휠베이스와 길이가 모두 200mm 늘어났는데, 그 200mm가 모두 뒷좌석을 늘이는데 사용됐다. 그러면서 C필러를 더 두껍게 디자인하고, 그 위에 마이바흐 엠블렘을 부착했다. 외부에서 보면 넓은 C 필러 위의 마이바흐 엠블렘만 볼 수 있고, 그 너머에 앉아 있는 VVIP의 모습은 가려져서 볼 수 없다. 그 외의 부분은 벤츠 S클래스와 거의 차이가 없다.
이번에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00을 시승하긴 했지만 운전석이 아닌 뒷좌석에서만 경험했다. 벤츠 코리아에서 시승차를 보내면서 운전기사를 함께 보낸 것이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는 직접 운전대를 잡고 운전을 하기 보다는 운전기사를 두고 본인은 뒷좌석에 타고 이동하기 위한 차로 개발됐다는 뜻이다. 그러니 사실 시승기라고 하기 어렵지만 딱히 적당한 말이 없으니 그냥 뒷좌석 시승기라고 하자.
마이바흐 S 600의 뒷좌석은 한마디로 정말 고급스럽다. 가장 먼저 화려한 가죽이 눈에 들어온다. 밝은 베이지색 나파 가죽으로 덮은 공간은 그냥 가죽으로 덮기만 한 것이 아니라 화려한 라인과 패턴을 적용해 정말 고급스러운 응접실 같다.
그런데 이 가죽은 ‘S 600 에디션 1’을 시승할 때 이미 접해 봤던 부분이다. 그래서 마이바흐 S 600에서 더 중요한 부분이고 핵심은 사실 공간이다. S클래스 롱휠베이스 모델보다 200mm가 더 늘어나 그야말로 VVIP를 위한 여유로운 공간이 확보된 것이다.
거기다 조수석을 앞으로 밀면 VVIP를 위한 공간은 완벽하게 극대화된다. 뒷좌석에서 쉽게 앞 조수석 시트를 조작할 수 있으며, 1개의 버튼으로 앞 시트를 밀고, 뒤 시트도 눕히는 것까지 한 번에 할 수도 있다. 앞 시트를 끝까지 밀면 시트 아래로 발판도 내려온다. 이렇게 하면 키 180cm의 기자가 앉았을 때 다리를 쭉 뻗어도 발 끝이 앞 시트에 닿을락 말락 할 정도로 넓은 공간이 만들어진다. 시트에는 히팅 뿐 아니라 당연히 냉방과 안마 기능도 갖췄다.
뒷좌석을 위한 편의장비는 완벽하게 갖췄다. 리모컨으로 차량 전체 커맨드시스템도 조절할 수 있고, 뒷좌석의 좌우 모니터를 각각 조절할 수도 있다. 안마 기능도 리모컨으로 조작한다.
뒤 창문은 물론 옆 창문도 전동으로 조절되는 블라인드를 갖췄다. 파노라마 썬루프는 블라인드를 닫을 수도 있지만, 블라인드를 연 상태에서 유리의 색을 바꿔 채광을 조절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투명한 유리 루프 상태에서 창문 조절 스위치 쪽에 있는 썬루프 조절 버튼을 눌러주면 창문이 반투명한 파란색으로 바뀌면서 선글라스를 쓴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해 준다. 천정에는 화장 거울과 LED 독서등을 갖췄다.
센터 콘솔에는 접이식 테이블이 마련돼 있고, 시트 가운데 스키쓰루가 있는 곳에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다. 옵션에 따라 냉장고와 와인바가 들어가기도 한다.
오디오는 부메스터가 장착됐다. 도어 패널에 있는 트위터는 오디오를 켜면 빙그르르 돌면서 나온다. 부메스터 사운드는 그야말로 최강이다. 천정에도 뒷좌석을 위한 커다란 센터 스피커를 장착했다.
마이바흐 S 600의 파워트레인은 벤츠 S 600과 동일하다. V12 6리터 트윈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530마력과 최대토크 84.6kg.m를 발휘하고, 0~100km/h 가속은 5초, 최고속도는 250km/h(속도제한)를 자랑한다.
마이바흐 S클래스에는 벤츠 S클래스처럼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속도 조절을 해 주는 디스트로닉 플러스에 약 20초까지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때도 차선을 유지해주는 스티어링 어시스트가 추가돼 있다. 그리고 앞의 도로를 카메라로 읽어서 요철에 따라 댐퍼를 순간적으로 조절해 노면 충격을 줄여주는 매직 라이드 콘트롤 기능도 당연히 적용돼 있어서 뒷좌석 VVIP를 위한 최고의 안락한 승차감을 실현해 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S 600을 타던 고객이 그 다음 차로 메르세데스-마이바흐를 선택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실 그 동안 S 600을 타던 고객이 차 급을 높여서 그 다음 차를 선택하려고 할 때 롤스로이스나 과거 마이바흐는 격차가 너무 크다 보니 자연스럽게 벤틀리로 눈을 돌려 왔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가 노리는 곳이 바로 그 동안 벤틀리가 독식하다시피 해 온 그 시장이다. 벤츠 S600에서 자연스럽게 마이바흐 S 600으로 넘어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격도 무척이나 저렴(?)하다. 과거 마이바흐가 7~8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그 절반도 되지 않는 ‘마이바흐 S 500’이 2억 2,960만원, ‘마이바흐 S 600’이 2억 8,960만원이다. 이러한 전략은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 벌써 도로에서 상당히 많은 마이바흐가 보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전의 마이바흐를 단종시키면서 포기했던 수퍼 럭셔리카 세그먼트를 커버할 모델도 선을 보였다. 바로 ‘마이바흐 풀만’이다. 스트레치드 리무진 형태의 마이바흐 풀만은 허리를 더 늘이고 뒷좌석을 마주볼 수 있는 2열 구조로 만들었다. 차체 길이는 무려 6.5미터에 육박하는 6,499mm나 되고, 휠베이스도 4,418mm에 이른다. 과거 마이바흐 62보다 더 길고 더 화려한 뒷좌석을 갖췄다. 물론 이전의 마이바흐나 롤스로이스 팬텀과는 성격이 다른 모델일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브랜드 전략 하에서 최선의 모델이라 할 수 있겠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00의 뒷좌석은 최고의 휴식 공간이고 달리는 사무실이다. VVIP의 생각과 결정에 따라 한 회사, 한 기관, 혹은 한 나라의 상황이 변할 수도 있음을 감안할 때 그들이 잠깐 동안의 이동 중에라도 최고의 휴식을 누려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마이바흐 S 600은 그저 좀 더 호화로운 차라기보다는 VVIP에게 최고의 휴식을 주기 위한 배려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