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량을 기준으로 하는 현행 자동차세 대신 차값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가격이 비싸지만 배기량이 작은 차량에 대한 균등한 과세를 위함이다.
21일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배기량 기준으로 부과하는 현행 자동차세를 자동차의 가액 기준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일부개정안을 마련, 공동발의를 거쳐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행 지방세법은 배기량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저배기량의 디젤 또는 터보 엔진을 탑재한 고급차나 수입차가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값비싼 차의 소유자가 저가의 자동차 소유자에 비해 오히려 자동차세를 적게 내는 조세부담의 역진성이 발생하고 있다.
가령 BMW 520d(1995cc)는 현대차 쏘나타(1999cc) 보다 가격이 2~3배 정도 비싸지만 배기량이 비슷해 자동차세는 40만 원대로 비슷하다.
뿐만 아니라 현행 자동차세의 과세 기준은 50년 전에 만들어져 기술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6,000만 원 대의 전기자동차 BMW i3는 내연기관이 없어 배기량을 측정할 수 없다보니 과세표준에서 ‘그 밖의 승용차’로 분류되어 연간 13만원의 자동차세만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 승용자동차(비영업용)의 과세표준은 배기량 1,000cc 이하는 cc 당 80원, 1,600cc 이하는 cc 당 140원, 1,600cc 초과는 cc 당 200원이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차량가액 1,500만원 이하는 자동차가액의 8/1,000, 차량가액 1,500만원 초과 3,000만원 이하는 12만 원+(1,5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4/1,000), 차량가액 3,000만 원 초과 시에는 33만원+(3,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20/1,000)에 따라 납부하게 된다.
이에 따르면 신차가 955만 원, 배기량 998cc인 기아차 모닝 기본형의 경우 현행 79,840원인 연간 자동차세가 76,400원으로 낮아진다. 차량가액 2,245만 원, 배기량 1,999cc인 현대 쏘나타 2.0 CVVL은 현행 399,800원에서 224,300원으로 낮아져 전반적으로 국산차들은 현재와 비슷하거나 소폭 인하될 전망이다.
반면, 신차가격에 비해 배기량이 적은 BMW 520d(차량가액 6,390만 원, 배기량 1,995cc)의 경우 현행 399,000원에서 1,008,000원으로 2배 이상 껑충 뛴다. 여기에 30%의 지방교육세가 추가되면 차이는 더 커진다.
개정안과 같이 법이 도입될 경우, 신차 가격대비 배기량이 작은 수입 디젤 모델들이나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들은 세금 인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가격대비 배기량이 낮은 독일차는 크게 불리해 지지만, 가격대비 배기량이 큰 국산 대형차나 미국차, 가솔린 엔진 탑재 모델 등은 유리해 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번에 공개된 개정안은 어디까지나 개정안일 뿐이므로 국회에서 조정되거나 부결될 가능성도 있지만, 낡은 세법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만큼 어떤 형태로든 법이 바뀔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세계적으로 다운사이징 추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다운사이징 엔진에 불리한 개정안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심재철 의원은 “현행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는 자동차세는 조세형평성에 맞지 않는만큼 차량 가격에 맞춰 내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서 “중저가 차량은 현행보다 세금을 줄여주고 고가의 차량은 더 내는 방식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