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는 7월 16일, 서울 반포구 세빛섬에서 차세대 V8 스포츠카인 488 GTB를 공개했다. 기존 458 이탈리아 대비 성능과 기술 면에서 많은 혁신을 이뤄낸 488 GTB는 최근 급성장중인 국내 슈퍼카 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쓸 것으로 기대된다.
이 날 신차발표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디터 넥텔(Dieter Knechtel) 아시아 극동지역 총괄 지사장과 레노 데 파올리(Reno De Paoli) 한국·일본 총괄 디렉터는 기자단과 함께 페라리의 한국 시장 방향성을 소개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특히 디터 넥텔 지사장은 “페라리는 차 자체로서의 가치 뿐 아니라 특유의 전통과 철학이 중요하다”며 488 GTB 출시와 함께 페라리만의 가치가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전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이 날 기자 간담회에서 주고 받은 질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Q. 지난 해 페라리가 한국 시장에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그 요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또 앞으로 한국 시장에서의 정책은 어떤 식으로 전개될 예정인가?
A. 우리는 한국 슈퍼카 시장의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해에는 캘리포니아 T의 판매 호조가 페라리 성장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 전반적으로 GT카(그랜드 투어러) 세그먼트가 성장 중인 시장 상황에서 캘리포니아 T가 시기 적절한 솔루션이 됐던 것으로 본다. 오늘 출시한 488 GTB가 이 여세를 몰아 스포츠카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시장에서는 파트너인 FMK와 함께 다양한 고객 체험을 준비 중이다. 서킷 체험, 고객 투어 등 고객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선보일 것이다. 업계의 트렌드가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준비한 다양한 액티비티를 통해 시장의 잠재력을 적극 활용할 것이다.
Q. 지난 해 페라리의 한국 시장 실적은 성공적이었지만, 올해에는 애스턴마틴, 맥라렌 등 많은 슈퍼카 브랜드가 한국에 진출했다. 이 처럼 시장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 페라리가 한국에서 갖는 남다른 강점이나 매력은 무엇인가?
A.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페라리는 슈퍼카로서도 가치를 지니지만, 무엇보다 페라리만이 갖고 있는 남다른 전통과 철학이 가장 큰 강점이다. 페라리 오너들은 가족 같은 친밀도를 지니고 있으며, 페라리와 함께 열정과 꿈을 공유한다. 이러한 페라리만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디에서나 페라리 오너 클럽들이 활발하게 활동 중인데, 이러한 전통과 철학이 페라리 브랜드 강화에 있어 큰 역할을 해 주고 있다.
Q. 페라리 본사에서는 희소성 유지를 위해 생산량 제한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와는 대조적으로 극동 시장에서는 페라리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수요 증가에 맞춰 생산량을 늘리는 것을 기대할 수 있는가?
A.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가파르게 성장 중인 자동차 시장이고, 페라리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페라리가 이러한 시장 성장에 따라 즉각적으로 생산을 늘릴 수는 없다. 대신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은 차량을 할당받을 수는 있겠다. 본사에서도 아태지역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나, 시장의 성장은 어디까지나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페라리는 항상 수요보다 공급이 적은 상태로 유지될 것이다.
한국 시장은 페라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시장이며, 그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성장’이라고 하면 판매 댓수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겠지만,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인 성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테일러 메이드(주문 제작) 프로그램 확대, 중고차 사업 확대 및 애프터세일즈망 강화 등을 이뤄 나갈 예정이며, 전용 서비스 센터 구축도 그 일환이다.
Q. 기존의 V8 스포츠카였던 458 이탈리아도 성공적이었지만, 488 GTB는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여러 개선이 이뤄진 신 모델, 488 GTB가 출시되면서 페라리의 소비층 변화도 기대해볼 수 있는가?
A. 458 이탈리아는 순수한 스포츠카의 감성을 강조했지만, 그 만큼 운전이 까다로워 실력있는 운전자가 아니면 다루기 쉽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488 GTB에서는 전반적인 동력성능이 대폭 향상됨과 동시에 전자 장비의 기능에도 큰 진보가 있었다. 덕분에 다소 비전문적인 운전자라도 기존 대비 훨씬 재미있는 운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자연히 이러한 변화를 통해 소비자층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Q. 488 GTB가 458 이탈리아의 부분 변경 모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이 바뀌었는가? 또 488 GTB는 스포츠 카 라인업인데 이름에는 GT가 들어간다. 이러한 네이밍 정책의 이유는 무엇인가?
A. 우선, 488 GTB는 458 이탈리아의 부분 변경 모델이 아니다. 큰 틀의 같은 뼈대는 공유하지만 루프 부분의 설계 일부를 제외하면 완전히 새로운 차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 듯 여러 수치 상의 개선이 이를 잘 보여주며, 디자인 측면에서도 아름다움과 기능성이 공존한다. 가령 터보 엔진에 적합한 에어 인테이크 형상과 주행 성능을 극대화 하는 전자 장비들이 그렇다. 이러한 변화들이 보여주듯, 488 GTB는 완전한 신 모델이다.
488 GTB의 역사는 페라리 최초의 8기통 스포츠 카였던 308 GTB에서 시작됐다. 지난 40년 간 이어져 온 페라리 V8 스포츠 카의 시초인 308 GTB가 출시될 당시에는 GT카(그랜드 투어러)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고, 때문에 스포츠 카로서의 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GT가 이름에 들어갔다. 베를리네타는 2도어 쿠페를 의미한다. 488 GTB라는 이름은 바로 그 전설적인 308 GTB를 기리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Q. 새로운 488 GTB에서는 터보 엔진이 적용된 점에 관심이 많이 쏠리고 있다. 페라리는 모터스포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F1의 터보화도 양산차 터보 탑재에 적잖은 영향을 줬을텐데, F1의 기술력이 488 GTB에 어떻게 적용됐는가? 또 앞서 V8 터보 엔진을 탑재한 캘리포니아 T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A. 굉장히 기술적인 질문이다(웃음). 캘리포니아 T와 488 GTB는 성격이 다른 두 모델이지만, 향후 터보 엔진 정책에 관한 페라리의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공유하는 부분이 있다. 과거 페라리가 터보 엔진을 사용했을 때는 초반의 낮은 응답성-터보 래그에 대한 불만이 많았는데, 새로운 엔진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해소돼 즉각적인 응답성을 체감할 수 있다.
488 GTB에는 F1 뿐 아니라 여러 모터스포츠에서 검증된 페라리의 기술력이 집대성됐다. 최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WEC(세계 내구 레이스 챔피언십)의 458 레이스카도 그 중 하나다. 이러한 레이싱 솔루션을 통해 얻어진 기술들이 직접적으로 투입되는데, 가령 F1의 DRS와 흡사한 가변식 디퓨저는 다운포스를 50%나 증가시켰고, 전반적인 공력 성능도 크게 향상됐다.
Q. 캘리포니아 T와 488 GTB가 연이어 출시되면서 향후 페라리가 터보 라인업 강화에 역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아직 V12 엔진 플래그십 모델들은 터보화 소식이 없는데, 앞으로 V12 엔진도 터보화할 예정인가? 혹은 플래그십 모델에 다운사이징된 V8, V10 엔진이 탑재되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는가?
A.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본사의 거시적인 전략적 방향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닌 점을 이해해 달라. 물론 FF와 F12 베를리네타같은 플래그십 모델들도 머지 않은 시일 내에 업데이트가 이뤄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파워트레인의 개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통 수나 터보 장착 여부에 대해 현 시점에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