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는 7월 15일, 지난 서울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신형 K5의 공식 출시 행사를 갖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지난 2010년 이후 전 세계에서 140만 대 이상 판매된 K5의 명성을 완전히 새로운 2세대 모델과 함께 이어나갈 계획이다.
특히 이번 신형 K5는 초기부터 두 가지 디자인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져 많은 화제를 모았다. ‘두 개의 얼굴, 다섯 가지 심장’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대로, 국산차 최초로 소비자가 추가 비용 없이 두 가지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는 듀얼 디자인이 적용된 것. 같은 모델에서 트림에 따라 다른 디자인이 적용된 경우는 있었지만 고객 취향대로 디자인을 고를 수 있는 것은 신형 K5가 처음이다.
각각 SX, MX로 명명된 두 가지 디자인은 스포티함과 모던함을 강조했다는 것이 기아차의 설명이다. SX 디자인은 역동적인 스타일을 선호하는 30대 소비자를, MX 디자인은 중후하고 차분한 스타일을 원하는 40~50대 중장년층 소비자를 주 타겟으로 설정했다.
우선 MX 디자인부터 살펴보자면, 출시 전 선보였던 스포츠스페이스 컨셉트카와 유사한 전면부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심플한 직선으로 구성된 디테일 사이로 육각 형태의 LED 안개등을 장착, 미래적인 분위기도 물씬 풍긴다. 헤드라이트에는 ‘L’자 형태의 LED 주간주행등(DRL)이 내장돼 있다.
반면 SX 디자인의 경우 과감히 안개등을 삭제하고, 대신 보다 공격적인 에어 인테이크 형상을 갖췄다. 메탈릭 재질의 삼각형 에어 커튼이 와이드한 분위기를 풍기고, 기아차의 패밀리 룩인 호랑이 코(타이거 노즈)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강조하는 볼륨감 있는 범퍼의 형상이 작은 터치의 차이로 분위기를 크게 바꿔놓는다.
후면부의 차이는 전면부 보다는 적지만, 마찬가지로 분위기에는 차이가 있다. MX 디자인은 심플한 검은 색 리어 디퓨저가 탑재되고, 싱글 머플러 팁이 적용된다. 전반적으로 구형 K5의 깔끔한 뒷모습을 계승한 스타일로 볼 수 있다.
SX 디자인의 경우 범퍼 디자인이 보다 과격하다. 밝은 톤의 스포츠 리어 디퓨저가 적용돼 훨씬 스포티한 분위기를 풍기며, 가로로 더 긴 리플렉터가 부착되면서 차체가 넓어 보이는 스탠스가 완성된다. 2.0 터보 모델의 경우 듀얼 머플러가 적용돼 스포츠 세단 다운 공격적인 뒷태를 갖췄다. 반면 기존 K5의 경우 2.0 터보 모델에 트렁크 립 스포일러가 부착됐었으나, 신형 K5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모터쇼 현장에서는 MX 디자인 모델에 크롬 타입 휠이 적용된 바 있으나, 최종 시판 모델에서는 크롬 휠 대신 SX·MX 관계 없이 같은 디자인의 18인치 알로이 휠이 장착됐다. 입체적인 디자인의 18인치 휠은 반광처리돼 고급스러우면서도 스포티한 인상을 준다.
신형 K5의 가장 큰 특징인 전면부 에어 커튼 디자인은 두 디자인의 인상 차이에 큰 영향을 미친다. MX 디자인은 차분한 세로형 덕트가, SX 디자인은 공격적인 삼각형 덕트가 적용됐다. 디자인과 무관하게 에어 커튼은 동일한 기능을 발휘하며, 공기의 흐름으로 앞바퀴를 덮어 공력성능을 향상시킨다. 그 결과 신형 K5의 공기저항계수(Cd)는 0.27에 불과하다.
북미 사양의 경우 두 가지 디자인에 따라 시트의 재질과 디자인에 차이가 있었으나, 국내 사양에서는 동일한 형태의 시트가 탑재돼 인테리어에서 큰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반면 북미 사양과 달리 대형 세단에서나 볼 수 있었던 동승석 워크인 스위치가 중형 세단 최초로 탑재되면서 동승자와 후열 탑승자의 편의성이 크게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가로 직선을 강조하면서도 운전석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조작 편의성을 높였다. 불필요한 버튼을 줄이고 재질감이나 조작감을 크게 개선했다. 또 8인치 스마트 내비게이션 시스템에는 정전식 터치가 적용돼 감도를 높였다는 것이 기아차의 설명이다.
비행기 레버를 연상시키는 가로형 변속기 레버 디자인도 근사하다. 두 모델이 동일한 형태지만 디자인적 완성도가 높다.
인테리어의 차별화가 없다고 실망하기는 이르다. MX 디자인은 전통적인 원형 스티어링 휠이 적용된 반면 SX 디자인에는 D-컷 타입 스티어링 휠이 장착된 것. 현대 쏘나타의 경우 2.0 터보 모델은 전용 디자인 계기판 클러스터도 적용됐지만, K5는 디자인과 무관하게 동일한 클러스터를 장착하고 있다.
멀티펑션 버튼의 배치는 동일하지만, D-컷 타입 스티어링 휠은 훨씬 두툼해 그립감이 뛰어나고 그립 부분에 타공 가죽이 적용됐다. 또 스티어링 휠 하단에 K5 로고가 부착됐다.
또 MX 디자인에는 일반 플라스틱 페달이 적용됐지만, SX 디자인은 메탈 페달이 적용된 것도 차이점이다. 전반적인 인테리어 레이아웃은 차이가 없지만 운전석에서는 차와 소통하는 스티어링 휠과 페달의 차이로 인해 감성적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신형 K5의 전체 판매 중 SX 디자인이 약 60%, MX 디자인이 약 40%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쟁 중형 세단보다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가 강한 만큼 소비자들도 스포티한 디자인을 선호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또 2.0 CVVL, LPi, 1.7 디젤 등 3가지 파워트레인의 경우 두 가지 디자인을 모두 선택할 수 있지만, 1.6 터보와 2.0 터보 등 고성능 라인업의 경우 SX 디자인만 선택할 수 있는 만큼 전반적으로는 SX 디자인의 인기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8,500여 대의 사전 계약을 받아 순조롭게 판매를 시작한 신형 K5의 가격은 2,245~3,125만 원이다(LPi, 선택 사양 제외). 올해 국내에서 4만 6천 대 판매를 목표로 하며, 내년부터는 연간 6만 대 이상 판매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