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스타일의 4도어 쿠페 아우디 A7이 출시 4년 만에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돌아왔다. 페이스리프트라 살짝 손봤을 뿐인데 스타일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엔진은 힘이 더 세졌고, 네비게이션이 계기판 가운데 모니터를 통해서도 표시되는 버추얼 콕핏이 탑재되는 등 각종 편의 장비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메르세데스-벤츠가 CLS를 내 놓으면서 4도어 쿠페라는 세그먼트가 처음 만들어졌다. 중형 세단을 베이스로 키를 낮추고, 도어를 프레임리스로 바꾸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채택해 좀 더 젊은 고객들에게 정확히 어필하면서 이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CLS에 이어 아우디가 A7을 선보였고, BMW는 초기에 5시리즈 GT 모델로 4도어 쿠페 시장에 대응하는 듯했지만 결국 6시리즈 그란 쿠페를 내 놓으면서 정식으로 경쟁에 뛰어 들었다.
이렇게 되자 이들 독일 프리미엄 3사의 4도어 쿠페는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꾸며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비슷한 방향을 향하게 됐는데, 그렇다면 이들 간에는 서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콰트로 시스템으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아우디는 이 세그먼트에서도 콰트로를 무기로 하고 있지만, 점차 메르세데스와 BMW도 4매틱과 xDrive라는 4륜구동 시스템을 도입해 아우디를 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기계적으로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인 아우디의 콰트로가 좀 더 적극적이라는 차이 정도가 있겠다.
그리고 CLS와 6시리즈 그란쿠페는 트렁크가 독립된 노치백 쿠페 스타일인 반면, A7은 해치백처럼 열리는 패스트백 스타일인 점이 다르고, 6시리즈 그란쿠페와 A7과는 달리 CLS는 4도어 쿠페 외에 왜건 형인 CLS 슈팅 브레이크를 추가로 라인업하고 있다는 점도 조금 다른 점이다. 하지만 저마다 중형 세단보다는 좀 더 윗급으로 포지셔닝 하면서 첨단 기술과 사양은 대형 세단에 필적하는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뉴 아우디 A7은 무엇보다 세련되게 변신한 스타일이 가장 돋보인다. 외관 변화의 핵심은 헤드램프다. 세단 대비 날렵한 앞 모습에 어울리게 더 가늘고 예리하게 다듬어진 헤드램프는 뉴 A7 디자인의 백미다. 특히 메트릭스 LED 헤드램프가 적용돼 다양한 야간 주행 상황에서 최적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서울 시내처럼 수 많은 차들과 사람, 광원들이 널려 있는 곳에서는 특별히 메트릭스 LED 헤드램프의 진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어두운 골목이나, 한적한 도로 등에서는 전방의 상황 변화를 놓치지 않고 밝은 시야를 유지해 주므로 야간 사고를 확실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처음 시동을 걸 때 메트릭스 LED 헤드램프의 화려한 데모 퍼포먼스는 언제나 멋지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보다 선명해졌고, 아래 쪽에는 좌우로 가로 핀이 뻗어나가는 스타일로 바뀌었다. 헤드 램프와 함께 리어 램프도 보다 선명하고 샤프한 스타일로 업그레이드 됐고, 알로이 휠도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됐다.
실내도 큰 변화는 없다. 외관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기어 레버 디자인이 바뀐 정도이고, 기능적으로는 계기판 가운데 모니터를 통해서 네비게이션이 지원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인테리어 역시 원래 디자인적 완성도가 무척 높은 터라 여전히 디자인에서는 만족도가 매우 높다.
기어 레버 아래에는 MMI를 조절하는 장치가 자리하고, 좌측에는 터치패드가 자리잡았다. 네비게이션 목적지 검색 등에서 손가락으로 패드에 글을 쓰면 차가 자동으로 인식해 준다.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인식률이 높았다. 비교적 복잡한 한글도 잘 인식했다. 하지만 다이얼이나 터치패드로 목적지를 입력하는 방식은 여전히 불편하다. 모니터 터치로 입력하는 방식이 아무래도 가장 편리하다.
이번 페이스리프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 중의 하나인 버추얼 콕핏은 아우디 뉴 TT를 통해 선보인 후 다양한 모델로 확산되고 있다. 이로써 A7의 경우 센터페시아 모니터와 계기판,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에서 모두 네비게이션을 확인할 수 있다. 굳이 뭐 이렇게나 많이 네비게이션을 보여 줄 필요가 있을까? 특히 HUD에 네비게이션이 지원되면 계기판에서까지 보여 줄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네비게이션은 주로 운전자가 확인하면 되는 기능이므로 계기판에 네비게이션이 지원되면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미디어 용이나 동승자를 위한 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가끔 모르는 길을 갈 때 센터페시아 모니터로 네비게이션을 꼭 봐야 할 경우 다른 기능 사용하기가 불편했었다. 그리고 HUD에 네비게이션이 지원된다 하더라도 HUD에는 방향과 거리 등을 기호로만 제공하므로 가끔 정보가 부족할 때가 있는데, 계기판에서는 지도가 함께 표시되므로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결국 계기판에 네비게이션이 추가돼서 나쁠 것은 없는 셈이다.
이번 뉴 A7은 페이스리프트이면서 엔진 성능이 향상된 부분 또한 만족도가 무척 높다. A7 50 TDI에는 V6 3.0 TDI 엔진이 얹히는데, 기존 245마력에서 27마력 높아진 최고출력 272마력과 최대토크 59.2kg.m를 발휘한다.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어울려 0~100km/h 가속을 5.7초에 끝낸다. 이전 245마력 3.0 TDI가 6.5초였던 만큼 훨씬 빨라졌음을 쉽게 체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디젤 세단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강력한 가속력이 돋보인다.
같은 3.0 TDI 엔진으로 320마력을 발휘하며, 0~100km/h 가속에 5.2초 밖에 걸리지 않는 ‘A7 55 TDI’가 있지만 일상에서 사용하기에는 A7 50 TDI로도 사실 넘치고도 남는다. 그렇게 볼 때 A7 55 TDI는 스포츠카 급의 달리기에 초점을 맞춘 고객을 위한 차라고 볼 수 있겠고, A7 50 TDI는 보다 뛰어난 연비와 함께 여유로운 일상용 자동차에 초점을 맞추면서 충분히 강력한 달리기도 즐기고자 하는 고객을 위한 차로 보면 되겠다.
A7 50 TDI의 넉넉한 토크를 평소에도 좀 더 다이나믹하게 즐기려면 기어 레버를 아래로 한번 더 당겨서 ‘S’ 모드로 전환하면 된다. S모드에서는 변속기의 시프트업을 늦춰서 좀 더 고회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변속기를 제어해 준다. 만약 60km/h로 달릴 때 D 모드에서 6단에 기어가 들어가 있다면 S 모드에서는 5단 혹은 4단에서 더 높은 회전수로 주행한다. 이 때에는 충분히 높은 토크로 주행 중이어서 엑셀 페달을 살짝 만 밟아도 즉각적으로 가속이 이뤄진다.
이런 S 모드는 많은 메이커들이 설정하고 있지만 각 메이커들마다 S 모드를 운용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그 중 아우디와 폭스바겐 계열이 S 모드를 가장 적극적으로 세팅하는 편이다. 물론 S 모드로 계속 주행하면 연비가 뚝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따라서 가끔, 잠시라도 신나게 달려 보고 싶을 때 S 모드는 매우 편리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다.
S 모드만 하더라도 고속에서 비교적 강하게 감속하면 기어를 내릴 때 순간적으로 회전수를 높여서 보정해 준다. 그냥 브레이크만 밟았을 뿐인데 ‘붕~’하면서 회전수를 맞춰주는 변속기가 무척이나 대견하다. 프로 레이서의 정교한 힐앤토를 브레이킹 만으로 즐기는 셈이다. 그리고 회전수를 높일 때 회전상승이 무척 빠르고, 정교하게 맞춰주는 점도 여전히 인상적이다.
아우디 모델들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 드라이브 셀렉트는 효율, 승차감, 자동, 다이내믹, 개별의 5가지 모드가 있는데, 다이내믹으로 설정하면 승차감이 가장 단단해지긴 하지만 다이내믹 모드도 평소에 타기에 부담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이내믹 모드가 가장 마음에 든다. 따라서 가끔 장거리 여행을 할 때나 특별히 좀 여유를 즐기고 싶을 때에나 ‘자동’으로 설정해 주는 것만으로 충분할 듯 하다.
‘개별’을 선택하면 엔진/변속기, 에어 서스펜션, 스티어링, 어뎁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4가지 요소를 승차감, 자동, 다이나믹 중에서 각각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다이나믹하게 세팅 가능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고속 주행 안정성은 특별히 언급할 필요를 못 느낄 정도로 늘 뛰어났었다. 더불어 산길 주행에서도 안정감은 탁월하다. 드라이브 셀렉트를 다이내믹으로 설정하고 시프트 패들을 사용하면서 산길을 달려보면 디젤 모델임에도 역동적인 주행이 인상적이다.
A7은 패밀리 세단으로 사용하기에 크게 부족하지 않은 넉넉한 공간을 갖고 있으면서, 세련된 스타일과 뛰어난 주행감각을 동시에 갖춘 모델이다. 다른 4도어 쿠페 모델들도 마찬가지지만 프레임리스 도어를 열고 차에 타고 내릴 때면 매번 스포츠카 느낌이 물씬 나는 점에서도 만족도가 무척 높다. 그러다 보니 젊은 층을 중심으로 그 인기가 날로 더해지고 있다.
이번 뉴 A7 50 TDI는 더 세련되게 다듬어진 디자인이 무척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업그레이드 된 엔진 성능과 차별화된 계기판 네비게이션 등 편의 안전 장비 면에서도 만족도가 높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함께 소개된 뉴 A6 또한 같은 면에서 경쟁력이 무척 높아졌다. 사실 A6도 A7 못지않게 멋있어졌다. 결국 공간과 실용성을 생각하면 뉴 A6, 개성과 스타일을 생각하면 뉴 A7을 선택하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