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해치를 갈망하는 소형차 매니아들에게 희소식이 찾아왔다. 지난 26일,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는 미니 역사상 가장 강력한 주행 성능을 자랑하는 3세대 미니 JCW를 한국 시장에 선보였다. 미니는 앞으로 미니 오너들을 위한 드라이빙 교육 프로그램과 멤버십 클럽도 운영할 계획이다.
미니는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브랜드다. 지난 2005년 한국 런칭 이후 연평균 27%의 급속성장을 이루고 있으며, 올해 한국에서 7,000대 이상의 판매를 무난히 이뤄낼 것으로 보인다.
미니의 인기가 식지 않는 데에는 개성을 추구하는 20~30대 소비자의 수입 소형차 구매 증가와 미니만의 뚜렷한 색이 잘 맞물린 덕이 있을 것이다. 미니는 굳이 분류하자면 B 세그먼트에 해당하지만 개성 넘치는 디자인과 다양한 라인업으로 여타 수입 소형차의 판매 부진이 무색하게 판매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해, 3세대 미니(코드명F56)의 출시를 시작으로 스테디 셀러인 컨트리맨의 부분변경 모델과 실용성을 높이고 소비자층을 대폭 넓힌 5도어 해치백을 연이어 선보이는 등 주력 상품들의 상품성이 대폭 개선되면서 미니의 인기가 더해가고 있다.
올해는 미니의 한국 출범 10주년을 맞는 해다. 특색 있는 10주년 기념 한정판에 이어 선보인 3세대 JCW는 10주년을 맞이한 미니가 앞으로 한국 시장에서 이끌어 나가고자 하는 ‘운전 재미’라는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모델이다.
영종도의 미니 드라이빙 센터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JCW는 당돌하고 도발적이었다. 복잡한 짐카나 코스에서 경찰차로 꾸민 포르쉐와 함께 카체이스를 벌였다. 파일런과 장애물 사이를 이리 저리 헤집고 다닌 JCW는 이내 포르쉐를 따돌리고 도망쳤다.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포르쉐의 강력한 성능에는 이의가 없겠지만, 미니는 더 작고 경쾌하다. 미니의 주장에 따르면 80~120km/h 순간 가속에서는 미니가 포르쉐 911을 따돌릴 정도로 기민하다.
JCW는 미니의 많은 라인업에 적용된 최상급 퍼포먼스 모델이다. 과거 소형차였던 미니를 튜닝해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우승을 거둔 존 쿠퍼의 설계 사상에 따라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성능을 자랑한다. 비유하자면 모회사인 BMW의 M 디비전과 같은, 미니의 하이 퍼포먼스 라인업인 셈이다.
새로운 미니 JCW는 보다 과격한 바디킷 덕에 일반 해치백과 외관부터 차별화된다. 크롬 장식과 안개등을 모두 걷어내고 공기 흡입구를 더욱 확대한 범퍼가 눈에 띈다.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JCW 뱃지가 달려 있다. 바디 컬러는 총 4종인데, 칠리 레드와 레벨 그린 등 2가지 전용 컬러가 포함된다.
뒷모습 역시 한 결 강인하다. 공기역학을 고려한 에어 스포일러가 상단에 장착되고, 공격적인 범퍼 정 중앙에는 으르렁거리는 두 발의 머플러가 자리잡고 있다. 18인치 알로이 휠과 앞바퀴에 장착된 브렘보 4-피스톤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은 JCW가 작지만 철저히 달리기 위해 설계된 차임을 증명한다. 동시에 미니의 최상급 모델인 만큼 LED 헤드라이트와 LED 테일램프 등 고급 사양도 빠뜨리지 않았다.
실내 레이아웃은 대동소이하지만 JCW만을 위한 사양이 추가됐다. 전용 스티어링 휠, 전용 인스트루먼트 디스플레이와 변속 시점을 표시해 주는 헤드 업 디스플레이 등이 추가된다. 또 탁월한 재질감과 홀딩력이 돋보이는 헤드레스트 일체형 알칸타라 시트도 인상적이다.
구경만 하는 것보다는 직접 타 보는 것이 그 차를 가장 잘 느끼는 방법일 것이다. 미니 드라이빙 센터에서는 JCW와 함께 짐카나와 트랙 주행 체험을 해볼 수 있었다. 우선은 짐카나 코스로 이동했다. 미니는 작고 민첩한 차체와 강력한 엔진 덕분에 짐카나에 최적화된 자동차다. 실제로도 파일런 사이를 이리 저리 빠져나가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새로운 2.0L 트윈파워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31마력, 최대토크 32.7kg.m의 성능을 낸다. 이는 구형 대비 출력 9%, 토크 23%가 향상된 수치다. 특히 최대토크는 1,250~4,800rpm의 넓은 실용영역대에서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짐카나처럼 가·감속이 반복되는 코스에서는 특히나 뛰어난 기량을 발휘한다.
짐카나에 이어 드라이빙 센터 트랙에 들어섰다. 이 곳 트랙은 노폭이 좁은 편이라 컴팩트한 미니와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해 온 터였다. 두어 바퀴 코스를 익히고 속도를 높였다.
신형 JCW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특징은, 주행 중에도 제법 편하다는 점이다. 특히 이전 모델 대비 서스펜션이 물러진 점이 특징적이다. 덕분에 요철을 지나더라도 허리가 저릴 정도의 충격이 올라오지는 않지만, 예전보다 롤링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이 부분은 미니를 데일리카로 사용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일이지만, 서킷 주행 비중이 높다면 환영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오버행이 거의 없다시피할 정도로 바퀴가 양 끝에 몰려있기 때문에 코너링 실력은 발군이다. 전자장비를 해제하지 않아도 코너에서 꽤 넓은 폭의 운전 자유를 허락한다. 짧은 스티어링 기어비와 더불어 연속 코너에서도 원하는 방향으로 차를 움직일 수 있다.
가속 구간에서는 폭발적인 가속력을 자랑한다. B 세그먼트에서 이런 주행이 가능한 것은 아마도 JCW 뿐일 것이다. 소형차라고 무시하지 말 것, 변속 때마다 터져 나오는 후적음은 운전 재미를 더해준다. 다만 제동 시에는 다소 불안감이 느껴졌다. 답력은 충분하지만 휠베이스가 워낙 짧고 서스펜션이 무르다보니 풀 브레이킹 시 하중이 앞으로 쏠리면서 안정감이 약해지고 차가 좌우로 흔들렸다. 스티어링 휠을 잘 잡고 있지 않으면 아찔할 수도 있겠다.
미니의 강점 중 하나는 열심히 서킷을 달려도 지치지 않는다는 것. 국적을 막론하고 순정 상태의 양산차들은 더운 날씨에 쉬지 않고 서킷을 달릴 경우 출력 저하나 브레이크 페이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달리기를 상정하고 설계된 미니는 쉬 지치지 않고 20분여 간 계속된 주행에도 성능을 유지했다.
일상 주행에서의 편의성이나 일반 도로 주행 감각은 추후 개별 시승을 통해 확인해야겠지만, 새로운 미니 JCW가 동급은 물론 미니 브랜드를 통틀어서도 가장 화끈한 ‘작은 고추’라는 데에는 이의가 없어 보인다. 4,890만 원의 가격표는 주행 성능이나 개성있는 스타일이 주는 만족감에 비하면 합리적이라고 느껴진다.
한편, 미니는 3세대 JCW 출시와 함께 다양한 액세서리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일반 미니 쿠퍼 S를 위한 JCW 프로 엔진 튜닝 키트와 가변 배기 시스템, 보다 탄탄한 주행감각을 만들어 줄 JCW 프로 스포츠 섀시 및 JCW 스타일 액세서리도 이 날 함께 런칭했다.
이와 더불어 JCW와 쿠퍼 S 고객을 대상으로 한 드라이빙 교육 프로그램인 ‘미니 드라이빙 아카데미 37′을 8월부터 실시한다. 아카데미 이수자는 ‘미니 드라이빙 클럽 37′의 회원이 되며, 멤버십 패키지 등을 받을 수 있다. 미니는 향후 드라이빙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여러 단계로 나눠 실시함으로써 미니와 함께 운전을 즐기는 고객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보수적인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남다른 행보를 걸어온 이단아, 미니가 운전 재미를 내세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까? 보다 넓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변화하는 미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어쨌든 여전히 미니가 재미있는 차라는 사실은 변함없는 만큼,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