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국 중서부 경제개발 중심지인 충칭(重慶)시에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중국 내륙에 본격 진출한다.
현대자동차는 23일 중국 충칭시 량장신구 국가경제개발구역에서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충칭시 쑨정차이(孫政才) 서기, 김장수 주중 대사, 황치판(黄奇帆) 충칭시장, 쉬허이(徐和誼) 베이징기차 동사장을 비롯 현대차그룹 및 충칭시, 베이징기차 관계자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충칭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현대차의 5번째 중국 생산거점인 충칭공장은 연산 30만대 규모로, 충칭시 량장신구 국가경제개발구역 내 187만㎡의 부지에 29.3만㎡ 규모로 건설된다. 프레스, 차체, 도장, 의장라인은 물론 엔진공장까지 갖춘 종합공장으로, 현대차와 베이징기차가 공동으로 10억달러를 투자, 2017년 상반기 C급 중국 전략차종과 SUV 차종을 순차적으로 양산한다.
정의선 부회장은 기공식 인사말에서 “중국 중서부 지역의 경제 중심지로서 중국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충칭시에 신공장을 설립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는 신공장을 통해 서부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여 중국의 동부와 서부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전국 규모의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충칭시 황치판 시장은 “ 현대차 충칭공장은 중국의 서부대개발, ‘창장 경제벨트’ 건설, 내륙 개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내륙 지역 자동차 시장의 거대한 잠재력을 활성화하며, 서부지역의 내수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중국 정부 정책 및 자동차 시장 성장세를 감안, 중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생산 거점을 면밀히 검토해 왔으며, 자동차 수요 기반과 중국 동·서부를 연결하는 지리적 이점 등을 고려해 충칭을 신규 거점 건설 지역으로 낙점했다.
충칭시는 인구 3천만명, 면적 8.2만㎢(대한민국의 83%)의 세계 최대 규모 도시이자 중국 중서부의 유일한 직할시로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국가개발 전략인 ‘창장(長江;양쯔강) 경제벨트’의 주요 도시다.
창장 경제벨트는 중국 정부의 중부 내륙 도시화 프로젝트로, 상하이를 비롯한 동부 연해지역과 충칭 등 중서부 내륙지역의 9개 성 및 2개 직할시를 포함하는 205만㎢, 인구 약 6억명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이게 된다.
중국 정부는 창장 수로를 기반으로 철도, 도로, 공항, 석유관 등 인프라 건설은 물론 중서부 지역에 국제 경쟁력을 갖춘 산업단지를 건설해 창장 지역의 광범위한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고 지역간 경제 발전 격차를 줄인다는 목표다.
※ 중국 3대 국가개발전략 : 일대일로(육해상 新실크로드 구축), 창장경제벨트(중부 내륙 도시화 사업), 징진지(베이징, 텐진, 허베이) 공동개발
이에 따라 광둥성이나 산둥성에 비해 자동차 시장수요가 1/3에 불과한 중국 내륙 성들의 자동차 판매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충칭공장 부지인 충칭시 량장신구 국가경제개발구역은 국제 공항(9km) 및 고속도로(5km)와 인접해 있고 개발 구역 내 도로, 전기, 용수를 비롯한 산업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창안포드, 창안스즈끼, 상하이GM오릉 등이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등 완성차 공장 입지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수요는 매년 8%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중국 중서부 지역 자동차 대중화, 징진지 개발로 인한 수요 상승 등으로 2016년 승용차 판매가 2천만대를 넘어서고, 현대차 충칭·허베이 신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2018년에는 지난해 대비 37% 급성장한 2,3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글로벌 메이커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완성차 관세가 22.5%에 달하는 고관세 시장인 중국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글로벌 메이커들은 앞다퉈 중국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 중국 시장 변화에 주도적 응전… 新성장 동력 확보
정의선 부회장은 이날 중국 현지 임직원들에게 “중국 고속 성장시대와는 전혀 다른 중국 시장의 거센 변화에 직면해 있다”면서 “중국 경제의 중고속 성장 전환은 물론 중국 로컬업체들의 약진 등 현실을 직시하고 4대 전략 강화로 중국시장의 변화를 앞서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어 “우리는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한 뒤 “신공장 건설을 새로운 기회로 삼아 제2의 성공신화를 써 나가자”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구체적으로 ▲생산거점 다변화 ▲중국 전략차종 다양화 ▲고객 밀착 관리 체계화 ▲친환경차 시장 본격 진출 등 4대 전략을 집중 추진한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대폭 높인 소형 SUV와 소형 세단부터 고급 대형차까지 생산 판매 라인업을 재 구축한다.
우선 ▲생산거점 다변화와 관련, 베이징과 옌청 2곳이었던 승용 생산거점을 허베이와 충칭 등 4곳으로 확대한다. 창저우공장과 충칭공장을 완공하게 되면 현대차그룹은 중국 북부, 동부, 중서부를 아우르는 생산 거점을 확보한다.
두 지역은 중국의 새로운 경제 정책하에서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현대차그룹은 신규 자동차 구매증가에 대응, 경제성 있는 중국 전략 소형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두 공장 가동에 맞춰 생산할 중국 전략 신차를 개발하고 있다.
동시에 각 공장간 생산 차종 이관 및 생산량 조절이 유연한 생산체계를 가동하고, 각 공장별 물량과 수익을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볼륨 차종뿐 아니라 중대형 및 SUV 차종을 적절히 추가 투입해 생산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한다.
두번째, 매년 중국시장에 특화된 신차를 4~5개씩 투입, ▲중국 전략차종을 다양화한다. 중국 시장 수요를 세분화하고, 낮은 가격대부터 고급차까지 라인업을 새롭게 재편성해 고객층에 맞는 차량을 선보인다.
특히 중국 로컬 메이커들의 판매 확대를 방어하고 신규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강화한 소형차와 소형SUV를 개발, 출시한다. 글로벌 메이커와 로컬 메이커 사이의 틈새시장과 신규 수요층을 적극 공략한다.
점점 증가하는 대체 구매자를 타깃으로 중대형 고급차와 함께, 터보엔진 적용을 확대해 고성능 수요도 충족한다.
세번째 ▲고객군별 밀착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 현재 1,700개인 딜러를 2016년 2,000개까지 확대하고 중국 도시별 고객 성향 및 선호 차급을 면밀히 분석, 맞춤형 판매 전략을 펼친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서부 지역과 소도시 딜러를 집중 확보해 판매 공백 지역도 최소화 한다.
구체적으로 자동차 보급률이 높은 동부 연안지역 및 대도시는 재구매율을 높이고, 개발이 본격화되는 중서부 내륙 지역은 첫차 구매 고객을 겨냥한 다양한 마케팅을 실시한다.
딜러 및 A/S시설도 표준화 고급화 하며, 2016년초부터 디지털 쇼룸 운영을 비롯한 디지털 기반의 고객 관리 시스템도 겸비한다.
마지막으로 ▲중국 친환경차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중국 환경차 시장은 중국 정부의 연비 규제 확대 및 친환경차 지원 정책으로 2020년 200만대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말 베이징현대에서 생산하는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필두로 중국 현지 생산 하이브리드 차종을 확대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친환경차 라인업도 증강한다.
■ 로컬 메이커 선전 vs 글로벌 메이커 고전 … 현대·기아차 상대적 선방
올해 들어 중국 자동차 시장은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최대 시장인 승용세단 수요가 감소(-3.8%)하고, 저가형 SUV 시장은 크게 증가(112%)하면서 중국 로컬 메이커들이 선전하고 글로벌 합자회사들이 상대적으로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1위였던 이치폭스바겐은 -7.6%, 상하이GM, 둥펑 닛산 등 주요 합자메이커들도 각각 -5.7%, -9.9%의 실적을 나타냈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출시한 현지 전략 소형 SUV ix25, KX3 및 주력 차종 랑동(국내명 아반떼), K3 등의 지속적인 판매 호조로 전년동기 대비 1.4% 감소하는데 그쳤다.
이에 반해 지난해 10위와 11위였던 창안기차와 창청기차는 각각 62.9%와 36.2% 증가하며 7위와 8위로 상승했다. 이들 로컬 메이커들은 저가 SUV 수요층을 적극 공략하며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폭스바겐과 GM이 올해 초 일부 차종에 대해 가격인하를 단행하는 등 글로벌 메이커들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100%가 넘는 공장 가동률로 안정적 수익 기반을 갖춘 만큼 무리한 가격 인하 대신 지난 2007년 경험을 토대로 장기적 투자와 적기 신차 출시로 중장기 전략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진출 초기 고속 질주하던 현대차그룹은 2007년 위기를 맞았다. 자동차 수요가 정체되고, 글로벌 메이커간 점유율 확대 출혈 경쟁이 악화되면서 현대차는 전년 5위에서 8위로 하강했다. 점유율도 7.0%에서 4.6%로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의 중국시장 경쟁력, 특히 당시 건설중인 2공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현대차는 중국 수요 증가를 정확히 예측하고, 경쟁력 구비에 힘을 쏟았다. 2공장 건설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전략차 개발에 매진했다. 2008년 2공장에서 현대차 최초의 중국 전략차 위에둥을 생산했고, 다음해 폭발적인 C차급 성장세의 효과를 누렸다. 2008년 29만대에서 2009년 57만대로 무려 93.6% 판매가 증가한 것이다. 이후 중국 전략 차종 개발을 확대해 중국시장 4위 메이커로 자리잡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과거 중국 시장 수요가 팽창하는 기회의 순간에 현대차그룹은 적합한 차종과 생산 규모를 완비하고 있었다”면서 “결국 중국 고객이 원하는 차량을, 고객이 원하는 규모만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느냐가 중국 시장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18년 중국수요 2,300만대 … 글로벌 메이커 생산확대 경쟁
2018년 중국 2,300만대를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메이커들이 사활을 건 규모의 경제 실현에 나서고 있다.
현재 중국시장 1위 메이커인 폭스바겐은 2018년까지 신공장 건설과 신차 개발을 위해 182억 유로를 투자한다. 2017년 439만대, 2018년 500만대 생산체제가 목표다.
GM도 2017년까지 120억 달러를 투자해 생산규모를 290만대까지 확장한다.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메이커들도 신규 공장 건설에 예외가 아니다.
현재 195만대 규모의 현대차그룹도 2016년 현대차 141만대, 기아차 89만대 등 230만대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2018년에는 총 27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한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폭스바겐, GM 등과 업계 선두를 놓고 진검 승부를 벌일 토대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