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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많다, 쌍용 티볼리 1.6 가솔린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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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이 일을 냈다. 지난 1월 출시한 티볼리가 말 그대로 ‘대박’을 친 것이다. 타이밍도 좋았던 것이, 마침 르노삼성 QM3와 푸조 2008 등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보이며 B-세그먼트 SUV에 대한 관심이 절정에 이른 시기에 출시되면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가솔린 엔진이 먼저 출시됐지만 때마침 국제 유가 하락으로 유류비 부담도 덜었다.

티볼리 덕분에 쌍용차 공장에는 활기가 돌고 있다. 티볼리 열풍에 힘입어 쌍용차의 지난 1~5월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37.1%나 성장했다. 국산차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티볼리 하나만 놓고 보자면 지난 5개월 간 내수에서만 14,000대가 넘게 팔렸다. 지난 해 돌풍을 몰고 온 르노삼성 QM3가 연간 18,000대 가량 팔린 것을 생각하면 티볼리의 기세는 무서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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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의 흥행이 순전히 운 때문만은 아니다. 요즘 소비자들, 특히나 첫 차를 고르는 20, 30대 소비자들은 까다롭기 그지없다. 한정된 예산으로 고르는 첫 차에서 실수는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자연히 디자인이나 성능, 실속, 편의사양에 이르기까지 꼼꼼히 살피기 마련이다. 티볼리의 성공은 그렇게 까다로운 젊은 소비자층에게서 이뤄낸 만큼 더욱 값지다.

도대체 무엇이 이 당돌한 신예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출시된 지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티볼리를 시승하면서 살펴 보기로 했다. 출시 전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았고, 또 실제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는 티볼리의 ‘소문난 잔치’에 얼마나 상이 잘 차려져 있는 지, 직접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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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가 티볼리죠? 차가 수입차처럼 예쁘네!” 시승차를 받은 지 얼마 안 돼 옆 차선의 운전자가 말을 걸어왔다. 디자인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티볼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호감형 인상이다. XIV 컨셉트카로부터 이어진 디테일이 조밀한 전면부와 심플한 후면부가 다소 언밸런스라는 평도 있지만, 근육질로 다듬어진 면과 강한 인상의 ‘쇼울더 윙 그릴’이 적용된 노즈 디자인은 도로 위에서 오롯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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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컨셉은 도심에서의 역동성을 강조한 ‘어반 다이나믹’이다. 쌍용의 의도가 잘 전달됐는지, 티볼리를 보면 마치 호기심 가득한 눈을 반짝이는 악동같다. 작지만 군살 없고 탄탄한 디자인으로 이리 저리 도심을 뛰어다닐 것만 같다. 디자인 컨셉과 차의 캐릭터가 잘 겹친다는 점이 티볼리에 매력을 더해주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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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거의 풀 옵션에 가까운 차량으로, 추가 선택이 가능한 범퍼 가드 등의 액세서리가 적용되고 동급에서 찾아보기 힘든 HID 헤드램프가 적용됐다. 티볼리는 전 모델에 프로젝션 헤드램프와 LED 리어램프가 기본 적용돼 있다. 액세서리류는 차에 볼륨감과 디테일을 더해주지만 과한 크롬은 좀 덜어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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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의 전장*전폭*전고는 4,195*1,795*1,590(mm), 휠 베이스는 2,600mm다. QM3보다는 크고 트랙스보다는 조금 작다. 전형적인 SUV를 축소시켜놓은 듯한 트랙스나 해치백과의 모호한 경계에 서 있는 크로스오버 QM3와 비교했을 때, 각진 근육질 차체에 미니나 쏘울같은 패션카를 연상시키는 투톤 루프와 블랙 컬러 A, B 필러 등의 디테일은 티볼리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뚜렷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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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답지 않게 세련된 외관도 참신하지만 인테리어는 가히 충격적이라 할 만하다. 난해했던 지난 날의 쌍용 인테리어는 잊자. 티볼리의 인테리어 구성은 세련되고 깔끔하다. 마감재 또한 텅텅거리는 플라스틱 일색의 경쟁 모델에 비해 품질이 좋은 연질 파츠가 대거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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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운전석 주변의 디자인은 박수를 쳐 주고 싶을 정도다. D컷 스티어링 휠이라니! 형상도 근사하고 그립감도 좋다. 그립 부분에는 타공 가죽도 적용됐고, 동급 최초로 열선 기능도 내장됐다. 스티어링 휠이 너무 기울어져 있어 드라이빙 포지션을 잡기가 애매한 게 흠이지만 우수한 형상과 재질감, 기능성이 그런 단점을 잊게 만들어준다. 스티어링 휠 우측의 기능 없는 두 개의 버튼을 채울 수만 있다면 더 없이 좋을 텐데.

스티어링 휠 뒷편의 계기판 클러스터도 제법 근사하다. 디자인 자체도 멋진데, 계기판 설정을 통해 클러스터 조명 색을 바꿀 수 있다. 중앙의 디스플레이가 컬러가 아닌 점은 아쉽지만 기능성과 시인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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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는 최신 경쟁모델들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QM3나 트랙스보다 디자인은 물론 기능성이나 직관성도 더 좋은 것 같다. 웬만한 기능을 분리된 버튼으로 배치해 터치스크린 속 복잡한 메뉴를 들락거리지 않아도 된다. 블랙 하이글로시 재질에 붉은 색 선처럼 디자인된 버튼은 참신하고 멋스럽지만, 조작감은 개선이 필요하다. 조작감 자체도 조악하고 버튼이 눌렸는 지, 안 눌렸는 지 구분도 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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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 역시 합격점이다. 시트 포지션이 높지 않아 운전의 이질감이 적다. 무엇보다 탄탄한 볼스터가 자세를 잘 잡아주고, 오래 운전해도 불편하지 않다. 쌍용이 이렇게 잘 만드는 회사였나? 새삼스레 다시 보게 된다. 시승차는 운전석과 동승석 모두 2단계 열선 기능이 탑재돼 있고, 운전석은 통풍 기능도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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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 공간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등받이가 경쟁모델 대비 누워있어 피로감이 덜 하다. 2열 시트에도 열선 기능이 내장돼 있고, 앞좌석 뒷편에 포켓 대신 고무 밴드를 달아 소품을 수납할 수 있게 해 놓은 것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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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용량은 423L로 동급 최고 수준이다. C 필러가 앞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트렁크가 꽤 깊숙하다. 쌍용의 주장에 따르면 시트를 접지 않고도 골프백 3개 수납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직접 실험해보지는 않았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경쟁 모델보다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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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판중인 티볼리의 심장은 1.6L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 한 종류. 향후 1.6 디젤의 추가가 계획돼 있고, 4륜구동도 적용 예정이라고 한다. 어짜피 작은 체구에 작은 엔진인 만큼 가솔린이라도 부담이 적다. 오히려 초기 구매 비용의 메리트가 있다.

가솔린 엔진의 최고출력은 126마력, 최대토크는 16.0kg.m이다. 직분사가 대세인 요즘 흔치 않게 MPI 방식이 채택됐다. MPI임에도 제원 상 출력은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카본 빌드업같은 문제로부터 자유롭다는 메리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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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이 처음으로 독자개발한 1.6L급 가솔린 엔진이라 아직 기술적 완성도와 내구성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지만, 일단 표면 상의 엔진 자체는 나쁘지 않다. 다만 MPI 방식임에도 소음, 진동이 심한 편이고, 고회전에서는 거부감이 생긴다. 가솔린의 메리트인 정숙성을 살리지 못하는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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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쟁 모델인 QM3는 디젤 터보를, 트랙스는 가솔린 터보를 탑재하고 있다. 이들에 비하면 티볼리의 초반 토크가 부족하지만, 1,300kg에 불과한 소형 SUV에게는 충분한 성능이다. 꾸준한 가속감이 경쾌한 편이고, 아이신 6속 자동변속기와의 궁합도 좋다. 재빠른 변속은 물론, 다운시프팅 시에 어느 정도 회전수 보상도 이뤄진다. 패들 시프트나 기어노브 조작을 통한 변속이 안 되고 황당한 토글 시프트 버튼을 사용한다는 점만 빼면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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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단에서는 부족한 출력을 보완하고자 짧은 기어비를 채택해 도심에서의 발진이 가뿐하다. 그런데 3단부터 기어비가 쳐지면서 가속이 둔해지나 싶더니, 4단 부터는 거의 가속을 포기해야 하는 지경이다. 80km/h가 넘으면 속도를 올리는 것이 힘겹다. 효율을 위한 세팅이겠지만, 추후에 기어비를 변경해 보다 경쾌한 주행을 이어갈 수 있게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쨌든 일상적인 주행에 지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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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감탄한 부분이 핸들링과 코너링이다. 버튼을 통해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을 조정할 수 있는데, 스포츠 모드에서는 확연히 묵직하다. 별 이질감 없는 스티어링 감각이 퍽 만족스럽다. 더군다나 기대 이상으로 탄탄한 하체 세팅 덕분에 이리 저리 빠져나가는 주행 감각이 재치있다. 와인딩 로드에서도 충분히 재미를 볼 수 있는 하체에 브레이크 답력도 수준급이다. 밋밋한 출력과 기어비가 다시 한 번 아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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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 연비는 자동변속기 기준 복합 12.0km/L, 도심 10.7km/L, 고속 14.0km/L이다. 연비를 고려하지 않은 일상주행 실연비는 도심 9km/L 가량으로 공인 연비보다 낮았지만, 고속도로에서 15km/L을 기록해 만회했다. 최종적으로 복합 11km/L 가량을 기록했는데, 운전 습관에 따라 공인 연비만큼은 충분히 기록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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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를 사흘 간 시승하고 내린 결론은, 티볼리의 성공에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매력적인 내·외관 디자인과 세그먼트를 뛰어넘는 풍부한 편의사양, 우수한 공간활용도와 부족함 없는 파워트레인까지. 비록 아직 미숙한 감성 품질과 파워트레인 세팅 등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첫 술에 배 부르랴. 앞으로 고쳐나가면 될 부분인 만큼 큰 걱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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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의 열풍은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과 유럽 등지에서 런칭했고, 야심찬 쌍용은 티볼리를 앞세워 북미 진출도 노리고 있다. 힘들었던 시기를 이겨내고 탄생한 티볼리의 ‘효도’가 퍽 대견하다. 마힌드라와 손을 잡은 뒤의 첫 작품이 성공을 거뒀으니 향후 마힌드라의 지원 또한 강화될 것이고, 쌍용의 자금줄이 트이면서 정상화도 이뤄질 것이다. 티볼리는 그 물꼬를 텄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의미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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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면에서는 티볼리의 성공에 도취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티볼리가 B-세그먼트 SUV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신차 효과가 끝난 뒤에도 꾸준히 지금같은 판매가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지난 5월 쌍용의 내수 전체 판매량은 늘었지만 티볼리를 제외한 모델들의 판매는 꾸준히 감소세다. 특히 노후된 렉스턴, 체어맨 등의 모델 체인지가 시급하다. 이런 상황에서 티볼리의 신차효과마저 끝난다면 다시 침체기를 겪을 수도 있다.

또 최근 이슈가 된 엔진 오일 소모 문제 등, 아직 미숙한 소형차 개발 과정에서 드러난 초기 결함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고객들이 쌍용에게 등 돌리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위기 속에서도 고객들의 믿음으로 버텨 온 쌍용이었던 만큼, 일련의 이슈에 대한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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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근사한 잔치라고 소문났던 티볼리는 실제로도 먹을 것이 가득한 한정식같은 차다. 하지만 쌍용 집안이 잔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티볼리의 성공에 만족해선 안 된다. 연이어 출시 예정인 디젤, 4WD, 롱바디 등을 통해 티볼리의 인기를 이어가면서 부지런히 신 모델 투입을 준비해야 한다. 티볼리가 SUV 명가 재건의 바람을 불러왔으니 이제 열심히 노를 저을 때다. 재흥을 꿈꾸는 쌍용의 열정에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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