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판매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신차다. 상품성이 높은 신차가 적기에 나와 주면 그 회사의 판매는 지속될 수 있다. 그리고 신차의 상품성을 결정짓는 요인들로는 디자인, 성능, 연비, 안전, 제조 품질, 가격 등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성능, 연비, 안전, 편의 등에서 얼마나 새로운 신기술이 적용됐는지는 언제나 큰 관심거리다.
자동차 회사들이 자신들의 기술력을 총 동원해서 개발하게 되는 차는 당연히 플래그십 모델이다. 가장 크고, 가장 강력하고, 가장 화려하면서 가장 비싼 모델이다. 자동차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회사들이 기함을 내 놓을 때면 새롭게 적용된 신기술에 큰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경쟁모델 대비 어떤 점이 더 우위에 있는지도 관심거리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관심이 많이 집중되고 있는 모델은 올해 가을에 등장할 BMW 신형 7시리즈다. BMW 7시리즈는 언제나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그런데다 현재 판매중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인기가 높다 보니 새로운 7시리즈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장비로 무장하고 등장할 지, S클래스를 확실하게 견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 BMW는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새로운 7시리즈의 모습을 조금씩 공개해 오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세대 7시리즈, 혹은 그 동안 BMW는 어떤 혁신들을 선보여 왔을까?
BMW의 혁신은 태동부터 시작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역대 가장 혁신적인 모델로는 2001년에 등장한 E65 4세대 7시리즈를 꼽을 수 있겠다. 크리스뱅글이 그려낸 혁신적인 내 외관 디자인은 수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다양한 첨단 장비들은 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신기술은 iDrive다. 이제는 많은 메이커들이 이 혁신적인 장비를 모방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는데, 당시로서는 혁신이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획기적이었다. 수많은 메뉴들을 통합해 죠그 셔틀 형태의 iDrive 속에 다 담음으로 iDrive 다이얼 하나로 자동차의 거의 모든 부분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됐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거는 방식도 도입됐다. 키를 꽂은 다음 시동 버튼을 눌러서 시동을 걸어야 했던 점이 지금과 좀 다르긴 하지만 오늘날 완벽한 스마트 키 시스템이 이 때부터 태동됐다고 볼 수 있겠다.
E65 7시리즈에 적용된 ZF제 신형 6단 변속기는 ‘시프트 바이 와이어’를 채택해 또 한 번 눈길을 끌었다. 기존의 변속기들은 기어 레버를 조작할 때 레버에 연결된 케이블이 물리적으로 힘을 전달해 변속기를 조작하는 방식이었지만, 새로운 시프트 바이 와이어 시스템은 레버를 터치하기만 하면 전자 신호를 보내 자동으로 변속기를 조작하는 방식이다. 흔히 전자식 변속기라 부르는 원조가 바로 이것이다.
특히 기어 레버가 스티어링 칼럼 우측에 장착된 칼럼식이었던 점도 큰 주목을 받았다. 거대한 7시리즈를 움직이는데 조그만 레버를 손가락 만으로 까닥 움직이면 되고, 주차할 때는 레버 우측에 있는 버튼을 한 번 눌러만 주면 된다. 지금은 무척 익숙해진 기능들인데 당시로서는 혁신이었던 것이다. 그 당시 간혹 와이퍼 조작 레버를 변속기 레버로 오인해, 출발하려던 차는 움직이지 않고 와이퍼만 움직이는 해프닝도 자주 일어나곤 했었다.
스탭트로닉 형태의 수동 변속 방식은 스티어링 휠에 부착된 버튼으로 변속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후에는 대부분 시프트 패들 형식으로 다시 변화됐다.
7시리즈에 적용된 ‘시트’도 대단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최고급 자동차의 시트는 전동 8웨이에 럼버 서포트까지 더해서 12웨이 정도가 최고였는데, 새로운 7시리즈에 적용된 시트는 무려 20웨이 이상으로 조작이 가능했다. 등받이를 위 아래로 나누어 꺾이도록 조절이 가능해 어깨 부분이 자연스럽게 시트에 밀착되도록 했고, 헤드레스트에도 좌우에 꺾을 수 있는 날개를 달아 쉴 때 머리를 편안하게 지지해 주도록 했다. 시트에 냉난방 시스템이 모두 갖춰진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시트 조절 버튼들을 센터 콘솔에 모아 둔 것도 혁신적인 방식이었다.
주행하다 신호 대기 등으로 잠시 멈췄을 때 기어를 P나 N으로 바꿀지, 아니면 그냥 브레이크를 밟고 있을지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토 홀드’를 적용해 차가 정차하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잡아 줘서 운전자가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브레이크가 유지되도록 한 것 또한 운전자의 사소한 편의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장치로 호평을 받았다. 오늘날 오토 홀드는 거의 모든 브랜드들이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자동차의 문을 열 때 보통은 문이 벌어지는 각도를 일정하게 나누어 힌지에 스토퍼가 적용돼 있다. 그런데 문 열리는 폭이 어중간할 경우 옆 차에 문콕 테러를 하게 되거나 경사진 곳에서 문을 열 경우 문을 열기 어렵거나 갑자기 확 열려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7시리즈에는 도어에 에어 피스톤 형식의 무단 스톱퍼가 적용돼 있어서 문을 원하는 만큼 어디까지든지 연 후 문에서 손을 때면 연 만큼의 위치에 문을 고정해 줘서 편리한 기능도 더했다.
7시리즈는 5세대 F01(02)로 진화하면서는 지난 세대의 혁신을 안정화 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피션트 다이나믹스와 드라이빙 다이나믹스를 강조하고, 다운 사이징을 확대했다.
2003년에는 또 다른 혁신적인 장비로 무장한 5시리즈(E60)가 등장했다. 그 장비는 바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로, 국내에는 한 해 늦게 들어왔다. 이제는 기능을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익숙해진 장비이지만 당시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기능을 설명해 주고, 시승하면서 보여줬던 기억이 난다. 이 후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풀 컬러가 적용됐고, 보다 많은 정보들이 창 너머 도로 위에 보여져 안전한 운전을 돕는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가장 먼저 선보였던 BMW는 더 커지고, 증강현실까지 더해진 차세대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곧 선보일 예정이다.
BMW의 엔진에 대한 열정 또한 남다르다. ‘실키 식스’라 불렸던 직렬 6기통 자연 흡기 엔진은 언제나 최고의 엔진으로 평가 받았고, 강력한 엔진을 바탕으로 모든 BMW 자동차들이 탁월한 스포츠 주행을 실현해 냈다. E46 M3에 얹힌 직렬 6기통 3.2리터 자연흡기 엔진은 최고회전수가 8000rpm에 이르고, 최고출력은 343마력을 발휘해 자연흡기 엔진으로 리터당 100마력을 넘는 고성능 엔진으로 명성을 날렸다.
그런데 최근에는 즉각적이고 매끄러운 반응이 장점인 자연흡기 엔진에 대한 고집이 친환경이라는 벽 앞에서 무너지는 듯했다. 자연흡기 고성능 엔진의 대명사인 BMW가 터보 엔진을 얹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엔진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BMW답게 결정한 것은 강하게 밀어 부쳤다. 결국 BMW는 전 라인업에 걸쳐 직분사 터보 엔진으로 강력한 다운 사이징을 구현했다. 탁월한 주행 성능은 그대로 유지됐다.
물론 아우디, 폭스바겐이 직분사 터보엔진인 TFSI, 직분사 터보 디젤 엔진인 TDI를 가장 먼저 선보이긴 했지만, 오늘날 가장 다양한 터보 엔진으로 가장 강력한 다운사이징을 실현한 브랜드는 BMW다. 이러한 변화는 전 브랜드로 확산됐고, 심지어 페라리마저 터보 엔진 라인업을 강화하도록 만들었다.
BMW는 ‘i’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또 다른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그 동안도 다양한 모델에 알루미늄을 적극 사용해 온 BMW가 i3와 i8의 차체를 카본 파이버로 제작하는 혁신을 선보인 것이다. 이를 통해 놀라운 친환경성과 탁월한 주행 성능을 모두 실현하는 성과를 거뒀다. i브랜드를 통해 선보인 카본 파이버 차체 제작 기술은 새롭게 등장한 신형 7시리즈에까지 확대 적용됐다.
i8을 통해 선보인 레이저 헤드라이트도 혁신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보다 적은 전력으로 보다 밝고 멀리 전방을 비출 수 있고, 뛰어난 응답성과 디자인적 관용도를 확보했다. 나이트 비전과 연계해 야간 전방 보행자를 향해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장치도 획기적이다.
BMW는 모델 라인업에서도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과거 3, 5, 7시리즈가 주를 이루며 단조로운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1부터 7까지, 그리고, SUV에서도 X1에서부터 X6까지 (X2제외) 촘촘하게 라인업을 채워나가고 있고, GT와 왜건, 컨버터블, 그란쿠페 등 다양한 보디형태가 그 사이를 또 한번 메우고 있다. 그리고 ‘M’에 이어 ‘i’도 확대 중이다. 향후 8시리즈와 X7까지도 추가되면 라인업은 더 탄탄해 진다.
BMW 코리아의 드라이빙 센터도 혁신을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다. 독일도 아닌 아시아의 한국에 대규모 드라이빙 센터를 건립하고 다양한 드라이빙 프로그램 운영 등 활발하게 고객만족을 구현하고 있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 BMW 드라이빙 센터는 지난 해 9월 정식 오픈한 후 9개월만인 지난 24일 방문객 10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달성했다.
BMW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혁신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분야는 자율 주행이다. BMW는 지난 해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14(세계 가전 박람회)에서 드리프트 주행이 가능한 자율 주행 자동차를 선보인 바 있다. 차량이 미끄러지는 상황에서도 차가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은 자율 주행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줬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티저 영상을 통해 차 외부에서 리모컨 만으로 자동차를 주차하는 기능을 선보였다. BMW가 선보일 자율주행 자동차의 예고편이라고 볼 수 있다.
독일 프리미엄 3사는 저마다 자신들만의 장기를 발휘해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어 오고 있다. 지난 수년간 이들 중 가장 혁신적인 행보를 보인 브랜드는 단연 BMW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머지않아 또 다른 혁신이 공개될 것이다.
이미 연이어 출시되고 있는 신모델과 i 라인업 등을 통해 BMW는 지금까지 이어 온 혁신의 역사를 이어겠다는 의지를 뚜렷하게 천명하고 있다. 올 가을 등장할 새로운 7시리즈에는 또 어떤 놀랄 만한 신기술이 적용돼 있을 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