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A 그룹에서 고성능 및 스포츠 모델을 담당하는 닷지가 아메리칸 슈퍼카 ‘바이퍼’의 로드고잉 레이서 버전을 선보였다. 과거 수많은 모터스포츠에서 명성을 쌓아 온 이름을 이어받은 닷지 바이퍼 ACR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공도 주행용 아메리칸 슈퍼카가 될 전망이다.
바이퍼 ACR은 이번이 3세대 째다. 2세대 바이퍼 쿠페에 처음으로 ACR 사양이 등장한 이래로 3세대 바이퍼에서는 ACR과 공도 주행이 불가능한 ACR-X 사양이 출시됐으며, 이번 4세대 바이퍼에서도 그 위용을 드러낸 것. ACR은 ‘American Cup Racing’의 약자로, 공도 주행이 가능한 합법적 범위 내에서 극한의 레이싱 튜닝이 가미된 바이퍼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수식어다.
닷지와 SRT 브랜드의 CEO인 팀 쿠니스키스는 “바이퍼는 언제나 ‘트랙을 달릴 수 있는 스트리트카’ 보다는 ‘공도를 달릴 수 있는 레이스카’에 가까웠다”며 “새로운 바이퍼 ACR은 역사 상 가장 빠른 공도 주행용 바이퍼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바이퍼 ACR의 개발에 있어서 공도 주행보다는 레이싱에 더 촛점이 맞춰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아메리칸 르망 시리즈를 비롯한 다양한 모터스포츠에 바이퍼를 출전시키면서 얻은 데이터는 ACR 개발에도 많은 영향을 줬다. 특히 개발진은 단순히 산술적인 성능을 높이는 것보다는 에어로다이내믹과 브레이킹 성능, 타이어 그립력 향상에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다.
한 눈에 보더라도 바이퍼 ACR의 에어로 파츠는 예사롭지 않다. “익스트림 에어로 패키지”라고 이름 붙여진 이 바디 키트는 직선주로에서의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의 다운포스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거대한 조절식 리어 윙과 카본 리어 디퓨저, 분리식 프론트 스플리터 등으로 구성된 바디 키트 장착 시, 285km/h로 주행 중 약 1톤의 다운포스가 형성된다.
극한의 주행을 가능케 하기 위해 브레이크 성능도 대폭 향상됐다. 바이퍼 ACR에는 브렘보가 새로 개발한 카본 세라믹 매트릭스 브레이크 시스템이 장착된다. 앞, 뒷바퀴에 각각 390mm 2-피스 로터와 6-피스톤 캘리퍼, 360mm 2-피스 로터와 4-피스톤 캘리퍼가 조합된다. 브레이크의 강력한 제동력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ACR 전용으로 세팅된 ABS와 ESC가 탑재되며, 분리 가능한 브레이크 덕트가 장착돼 냉각 효율을 극대화한다.
섀시 컨트롤 시스템과 하이 그립 타이어는 바이퍼 ACR의 모든 성능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바이퍼 ACR을 위한 전용 규격의 금호 V720 타이어가 장착되며, 타이어 사이즈는 전륜 295/25/19, 후륜 355/30/19 사이즈다. 이는 현존하는 공도용 양산차 중 가장 강력한 그립력을 발휘하는 조합이다.
자세제어장치(ESC)는 5가지 모드(모두 작동, 스포츠, 트랙, 젖은 노면, 모두 해제)를 제공해 상황에 맞는 주행이 가능하다. 더불어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차체와 감쇄력 및 차고 조절이 가능한 빌슈타인 쇽업소버 시스템은 드라이버가 원하는 대로 차량의 세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팀 쿠니스키스는 “바이퍼 ACR은 서킷에서 한 두 바퀴만 달리기 위한 차가 아니다. 하루 종일 서킷을 달려도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 레이스 머신”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강력한 바이퍼 ACR의 심장은 상징적인 8.4L V10 OHV 엔진이 그대로 탑재되며,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일반 바이퍼 대비 소폭 향상된 645마력과 83kg.m을 마크한다. 하지만 전용 배기 시스템이 장착돼 배기압이 낮아졌고, 결과적으로 수치 상으로 보이지 않는 리스폰스 향상이 이뤄졌다는 것이 엔지니어의 설명이다.
퍼포먼스에 치중해 디자인적 요소를 포기한 예전의 아메리칸 스포츠카는 잊어라. 바이퍼 ACR의 인테리어는 레이싱에서 영감을 받은 알칸타라와 카본 파이버 재질로 치장됐다. 뿐만 아니라 주문 제작도 가능하다. 8,000개의 외장 컬러, 24,000개의 외장 스트라이프 컬러와 11종의 휠, 16가지 인테리어 트림과 7가지 에어로 패키지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3가지 브레이크 패키지와 4가지 서스펜션 옵션을 선택할 수 있어 총 2,500만 가지 조합이 가능하다는 것이 닷지의 설명이다.
도로 위를 지배할 사상 최강의 살무사 레이서, 바이퍼 ACR은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공장에서 100% 수제작으로 생산된다. 본격적인 판매는 올해 3분기부터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