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3 스포트백 e-tron’은 기본기가 뛰어난 정통 프리미엄 해치백 ‘A3 스포트백’을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전기차처럼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언제든지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가장 현실에 가까운 미래의 자동차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했다. 충전된 전기만으로 50km를 주행할 수 있고, 최고속도는 130km/h까지 달릴 수 있으며, 가솔린까지 사용하면 최대 950km 주행에 222km/h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다. 0~100km/h 가속은 7.6초로 환상적인 연비를 갖춘 핫해치라 할 수 있다.
최근 모터쇼의 단골 메뉴는 ‘플러그인 하리브리드 전기 자동차’(PHEV)다. 한동안 수소연료 전지차와 배터리 전기차가 주목을 받는 듯하더니 이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서서히 자리를 굳혀가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전기자동차보다는 월등히 긴 주행거리를 확보했고, 일반 하이브리드에 비해서는 충전된 전기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와 성능이 훨씬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올 하반기 현대차가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그 때에 맞춰 다양한 법적 제도들도 정비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여러 수입차 브랜드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하이브리드의 대명사인 토요타 프리우스 역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프리우스 PHV를 갖고 있지만 국내 출시 시기를 확정하지 못한 가운데 유럽 브랜드들이 먼저 PHEV 행보를 시작했다.
BMW는 i8을 국내에 소개하고, 일찌감치 가격을 공개하면서 예약 주문을 받기 시작해 벌써 190여대가 계약되었다는 소문이다. 폭스바겐은 국내 출시 여부를 확정 짓지 않은 상태에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골프 GTE 시승회를 가지면서 폭스바겐의 기술력을 자랑했다. 뒤이어 올 하반기 국내 출시 예정인 아우디 A3 스포트백 e-tron이 출시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아우디는 현재 R8 e-tron, A3 스포트백 e-tron, Q7 e-tron, A6L e-tron 등 여러 e-tron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다른 3가지 모델은 모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반면 R8 e-tron은 순수 배터리 전기차다. 아우디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제외하고, 외부의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모델에 모두 e-tron 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제주도에서 열린 시승회에서 아우디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자 올 하반기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A3 스포트백 e-tron을 만났다.
하이브리드라는 단어가 이제 좀 익숙해지는가 했더니 이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이긴 한데, 플러그를 꽂을 수 있는, 즉 전기 충전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말한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일반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전기모터와 배터리 용량을 더 키워서 외부에서 전기 충전을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여기에서 전기모터와 배터리의 용량을 더 키우고 아예 엔진을 없애면 순수 배터리 전기차가 된다. 결국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와 배터리 전기차의 중간 모델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플러그인 하이브리의 장점은 무엇일까? 순수 배터리 전기차는 주행 중 배기가스나 오염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고, 값싼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아직 장거리 주행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고,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일반 엔진 자동차에 비해 연비가 좋긴 하지만 전기로만 주행할 수 있는 구간이 너무 짧고, 속도도 낮으며, 전기차 만큼 친환경적이지 않다.
이 둘의 장점을 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일상 생활에서는 거의 전기차처럼 사용할 수 있으면서, 가솔린 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로 주행도 가능하다.
아우디 A3 스포트백 e-tron을 살펴보면, 전기가 완충되어 있을 때, 전기로만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50km에 이른다. 일상생활에서 출퇴근이나 쇼핑, 미팅 정도에는 충분한 거리다. 설령 조금 모자라더라도 가솔린 엔진이 항시 대기 중이기 때문에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많은 오너들이 일주일 내내 전기차로만 사용하고 가솔린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전기로만 가속했을 때 최대 130km/h까지 속도를 낼 수 있고, 가속력은 60km/h까지 가속하는데 4.9초가 걸린다. 당연히 일상주행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기차의 경우 장거리 주행이 필요할 때는 현재로서는 전기차는 집에 두고 다른 방법을 찾아 봐야 한다. 하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면 그냥 길을 떠나면 된다. 충전된 전기를 다 쓰면 그 때부터는 그냥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의 하이브리드로 주행하면 되니까 말이다.
아우디 A3 스포트백 e-tron은 전기와 가솔린을 합쳐서 최대 주행거리가 940km에 이른다. 한번 충전과 주유로 서울 부산을 왕복할 수 있다. 최고속도는 222km/h까지 올라가니 아우토반이라 하더라도 걱정할 것이 없다. 0~100km/h 가속에는 7.6초로 거의 핫해치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대략의 개요는 이상과 같다. 그렇다면 실제 A3 스포트백 e-tron이 정말 실용적일지는 시승을 통해 확인해 볼 일이다. 시승은 제주도 1100 도로와 차귀도, 협제 방면 해안도로 등 다양한 도로 조건에서 이뤄졌다.
우선 외관은 일반 A3 스포트백과 기본적으로 같지만 e-tron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의 가로핀이 훨씬 더 촘촘하고, S3에 적용되는 LED 헤드라이트를 적용했다. 뒷면에는 e-tron 배지가 부착됐고, 친환경차임을 강조하기 위해 머플러는 범퍼 안쪽으로 숨겨서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했다.
재미있는 것은 보통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친환경차들은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폭이 좁은 타이어를 장착하기 마련인데, A3 스포트백 e-tron은 225/40/18 사이즈의 고성능 타이어를 그대로 장착하고 있다. 효율성 못지 않게 주행성능도 놓치지 않겠다는 선택이다. 휠은 e-tron 전용 디자인 휠이 장착됐다.
인테리어도 일반 A3 스포트백과 거의 일치한다. 다만 전기모터를 사용하므로 계기판의 왼쪽 게이지가 회전계 대신 파워게이지로 바뀌었고, 모니터에는 에너지 흐름도가 표시된다. 그리고 데시보드와 기어레버, 사이드 실 등 곳곳에 e-tron 로고가 부착돼 있다. 데시보드를 위아래로 나누는 곳에 장식된 알루미늄 패널에 긁어 놓은 듯한 무늬가 있는 것도 차이라면 차이다.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25.5kg.m를 발휘하는 직분사 터보 가솔린 1.4 TFSI 엔진과 102마력(75kW), 33.6kg.m를 발휘하는 전기모터가 함께 얹히는데, 엔진과 전기 모터 사이에 클러치가 들어가고, 전기모터는 6단 S트로닉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연결된다. 하이브리드 방식으로는 병렬식이다.
배터리는 뒷좌석 아래 배치되고, 연료탱크는 리어 액슬 위쪽에 일반 A3 스포트백보다 10리터 적은 40리터 탱크가 얹힌다.
우선 시동 버튼을 누르면 엔진 시동 없이 전기 시스템이 출발 준비를 하는데, 보통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이 계기판에 ‘READY’ 불을 켜주는 것과 달리 A3 스포트백 e-tron은 수직으로 서 있던 바늘이 재빠르게 9시 방향에 있는 READY 위치로 올라간다. 그러면 출발 준비가 완료된 것이다. 배터리 충전량은 왼쪽 게이지 우측 하단에, 주유량은 오른쪽 게이지 우측 하단에 표시된다.
그리고 계기판 가운데 모니터에는 다양한 정보가 표시되는데 그 중에는 전기와 가솔린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가 표시되기도 한다. 출발전 시승차의 주행가능 거리는 가솔린 850km, 전기 51km, 총 901km였다. 앞서 진행된 시승 주행 데이터가 반영된 주행가능 거리다.
A3 스포트백 e-tron은 센터페시아의 드라이브 모드 버튼 우측에 EV모드 버튼으로 4가지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먼저 ‘EV모드’는 전기로만 주행하는 모드다. 엑셀을 꽤 깊이 밟아도 시동이 걸리지 않고 전기로만 가속한다. 이때 계기판의 파워미터에는 부하가 걸리는 정도를 바늘이 표시해 주는데 0에서 100까지 눈금으로 표시된다. 엑셀을 바닥까지 밟으면 바늘이 즉시 100까지 올라가고 가속이 경쾌하게 이뤄진다. EV모드에서는 이 모든 과정에서 엔진 시동 없이 전기모터로만 주행한다.
그런데 EV모드에서도 엑셀을 바닥까지 밟은 상태에서 힘을 줘서 한번 더 밟으면 딸깍하면서 한 단계 더 밟힌다. 이 상태에서는 부스트 상황이 되면서 즉시 엔진에 시동이 걸리고 엔진과 전기모터가 함께 힘을 뿜어낸다. 모드는 하이브리드 홀드 모드로 바뀐다.
EV모드로 계속 주행하면 가솔린으로 주행가능한 거리는 변하지 않고, 전기로만 주행가능한 거리가 계속 줄어들게 되는데, 그 거리가 0km가 되면 자연스럽게 하이브리드 홀드 모드로 전환된다.
2번째 모드는 ‘하이브리드 오토’다. 이 모드에서는 전기와 엔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최대의 장거리를 주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일상적인 주행이 아닌 장거리 주행을 시작할 때 누구나 쉽게 이 모드로 주행하면 된다.
3번째 모드는 ‘하이브리드 홀드’다. 이 모드에서는 전기와 엔진을 적절히 사용하되 현재의 배터리 충전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주행한다. 즉 주행 중 충전이 어느 정도되면 추가로 충전된 전기를 사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엔진을 구동해서 주행한다. 특별히 전기로만 주행해야 하는 구간을 위해서 충전된 전기를 아껴두는 것이다.
그런데 이 3가지 모드에서 일반 하이브리드 혹은 타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과 차이가 나는 점이 있다. 주행 중 엑셀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충전을 하지 않고 그냥 관성 주행을 최대한 유지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브랜드인 토요타의 경우 아주 짧은 순간이어도 엑셀에서 발을 뗄 때마다 충전을 한다. 말 그대로 티끌 모아 태산을 이룬다는 자세다. 그런데 이 차는 그렇지 않다.
그러면 A3 스포트백 e-tron은 왜 이때 충전을 하지 않을까? 충전을 한다는 이야기는 운동 에너지의 일부를 전기에너지로 바꾼다는 뜻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강하진 않아도 약간의 제동이 걸리게 된다. 아우디는 충전하기 위해 약간이라도 제동을 하는 대신 전혀 제동 없이 관성 주행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실제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인지는 지금으로서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브레이크를 살짝 밟으면 즉시 충전을 시작한다. 그리고 브레이크를 조금씩 깊이 밟을 수록 충전되는 양도 늘어난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이상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으면 실제 브레이크가 작동하면서 제동하게 되는데 이 상황이 되면 충전되지 않고 손실되는 에너지가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제동을 할 때는 브레이크를 깊이 밟지 않고 최대한 긴 거리에 걸쳐서 제동하는 것이 좋다. 충전 때는 파워미터에서 바늘이 9시 방향 아래로 내려가면서 충전 정도를 표시해 준다.
4번째 모드는 ‘하이브리드 차지’다. 주행하면서 열심히 충전하도록 하는 모드다. 즉 회생제동 순간 뿐 아니라 엔진 힘으로도 충전을 해 준다. 이 모드에서는 주행하면서 충전하는 속도가 전원을 연결해서 충전하는 것보다 더 빠르다고 한다. 그리고 이 모드에서는 다른 모드에서와는 달리 엑셀에서 발을 떼는 순간 즉시 충전을 해 준다.
시승 중 4가지 모드를 번갈아 사용해 가면서 각각의 특성을 살폈다. 주행 상황, 혹은 주행 이후의 상황까지도 고려하여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처럼 다양한 모드를 잘 활용하면 효율성을 최대로 끌어 올릴 수도 있고, 다이나믹한 주행을 즐길 수도 있다. 반면 이렇게 다양한 모드를 갖추다 보니 다소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쉽게 효율성 위주로만 설정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이처럼 세분화해서 상황에 따라 최적화된 주행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아우디의 철학인 셈이다.
파워트레인과 중량, 무게배분 등이 기존 A3 스포트백과 달라지긴 했지만 운전재미가 뛰어난 A3 스포트백의 주행감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친환경적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지만 운전재미까지 손해보지는 않겠다는 의지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다.
아우디 A3 스포트백 e-tron은 평소에는 전기자동차처럼 충전된 전기로만 주행할 수 있으면서 언제든지 장거리 여행도 떠날 수 있는,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는 자동차다.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운전의 재미도 잘 살려내고 있는 것 또한 큰 매력이다. 거기다 마음먹고 달리면 핫해치가 부럽지 않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운전의 재미도 중시하는 이들이라면 다양한 EV모드를 사용하면서 두 마리 토끼, 혹은 꿩과 알을 다 먹는 재미가 솔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