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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마추어와 관중은 “찬밥 신세”? KSF의 불편한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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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4~26일, (주)이노션월드와이드가 주관하는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의 2015년 시즌 개막전이 전남 영암의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에서 치뤄졌다. KSF는 국내 최대규모의 원메이크(one-make, 단일 차종과 동일한 사양으로 치뤄지는 경기) 레이스로서, 올해 개막전에는 5개 클래스 117대의 차량이 출전했다.

불꽃튀는 접전이 벌어지는 프로 레이스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아마추어 레이스가 공존하는 KSF는 국내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대회 중 하나지만, 개막전 현장에서 바라 본 KSF는 썩 달갑지만은 않았다. 프로 선수들은 여느 대회 못지 않은 환경에서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지만, 대조적으로 변변한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아마추어 선수들과 거의 방치되고 있는 관객들의 모습은 국내 최대규모 대회가 맞는 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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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F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2003년부터 시작된 아마추어 레이스, ‘클릭 스피드 페스티벌’이 나온다. 현대의 소형 해치백인 클릭으로 치뤄진 대회는 부담없는 비용과 뛰어난 접근성으로 진입장벽이 높았던 국내 모터스포츠에서 아마추어의 등용문 역할을 했다. 2005년부터는 쎄라토 전이 신설되면서 명칭이 ‘스피드 페스티벌(SF)’로 바뀌었고, 드라이빙 스쿨 등 모터스포츠 초심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다. 2011년 프로모터가 현재의 이노션으로 바뀌면서 지금의 KSF 체제에 돌입하고 프로 클래스가 신설됐지만, 그 뿌리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아마추어 모터스포츠 이념에 있다는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현행 KSF 역시 아마추어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개막전의 경우 전체 출전 차량 117대 중 프로 클래스인 제네시스 쿠페 10, 제네시스 쿠페 20 클래스는 각각 7대, 20대, 준 프로 클래스인 벨로스터 터보 마스터즈는 17대가 출전했다. 반면 아마추어인 K3쿱 챌린지와 아반떼 챌린지에는 각각 42대, 32대가 출전해 전체 참가자 중 60% 이상이 아마추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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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아마추어 참가자들이 상당수를 이루고 있음에도, KSF 측은 연습 주행을 비롯한 많은 대회 스케줄을 평일로 편성해 참가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참가자들은 직장인, 학생 등으로 평일에 일정 참가가 어렵지만 전혀 배려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 올해 역시 1차전 연습주행을 월요일로 편성하고, 사전 필수교육 일정을 타 모터스포츠 행사와 중복되는 날로 계획하는 등 배려 없는 스케줄에 대한 참가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대형 트럭과 버스, 지원 차량 등을 동원하며 피트(pit)를 운용하는 프로 팀들과 대조적으로, K3쿱과 아반떼 챌린지 참가자들의 경우 지원 차량이 동행하더라도 수 백 미터 떨어진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고 짐을 옮겨야 한다. 100명이 넘는 선수들이 있음에도 휴식 공간이라고는 몇 개의 테이블만 가져다 놓은 천막 뿐이라 많은 선수들이 건물 아래 그늘에 낚시용 의자 따위를 펼쳐놓고 쪼그려 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기본적인 휴식 공간조차 부족한 것이다.

수 십 개의 피트가 있지만, 제네시스 쿠페 클래스 외에는 피트조차 지원되지 않아 도합 90대가 넘는 벨로스터 터보, K3쿱과 아반떼 차량에 문제가 발생하면 단 한 칸의 피트에서 운영되는 ‘모비스 존’에서 정비를 받아야 한다. 당연히 여러 참가자들이 줄을 서고, 현장 여건 상 경정비 이상의 작업에도 한계가 있다. 타이어 교체를 돕는 직원이 기기 조작이 미숙해 새 타이어를 파손시켜 아마추어 선수들이 타이어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기도 했다. 정비 불량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레이스 프로모터가 기본적인 정비 여건조차 갖춰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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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KARA(대한자동차경주협회) 공인 대회인 KSF는 FIA(국제 자동차 연맹)가 인증하는 안전 장구를 필수 착용해야 한다. 특히 화재로부터 드라이버를 지켜주는 방염 레이싱 슈트는 물론 레이싱 슈즈, 헬멧, 한스 등과 더불어 방염 내의와 양말까지 착용해야 한다. 모두 합치면 수 백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안전장구들이다. 하지만 정작 대회 중에는 장구류의 인증 여부 및 착용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유사 시에는 인명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또 KSF 운영 측은 참가 댓수가 많은 K3쿱과 아반떼 챌린지 레이스를 대회 맨 마지막에 배치하고 있다. 아마추어 레이스가 대회의 하이라이트라는 이유지만, 선수들에 대한 푸대접을 생각하면 설득력이 없다. 한 참가자는 “수십 대의 경기용 차가 패독에 서 있는 모습이 바로 그림이 되는데, 아마추어전이 일찍 끝나면 참가자들이 모두 돌아가 버려 ‘그림’이 안 나오지 않겠나”며 “우리는 그저 경기장 그림을 만들어 주는 들러리일 뿐”이라며 스케줄에 대한 자조 섞인 불만을 표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과거 스피드 페스티벌은 누구나 부담없이 출전할 수 있는 대회였고 즐길 거리도 풍성했는데, 이제 와서는 선수의 경제적 부담은 부담대로 늘고 푸대접을 받으니 거의 마지 못해 참가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프로 선수들의 화려한 경쟁 이면에는 이처럼 불편한 그늘 속의 아마추어 선수들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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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F의 명성과 달리 별다른 홍보도 없이 치뤄진 대회였기에, 개막전임에도 관객은 100명도 채 되지 않았다. 대다수는 출전하는 가족이나 친구를 응원하는 관중이었지만 스탠드도 개방되지 않았고, 피트동 옥상에서 경기를 구경하거나 모델들과 사진을 찍는 것 외에 관객을 위한 컨텐츠나 부대행사도 없는, 말 그대로 ‘방치’ 수준이었다. 얼마 전 첫 대회가 개최된 또 다른 아마추어 대회, ‘핸즈 모터스포츠 페스티벌’이 초대 공연이나 경품 추첨 등의 부대 행사를 치른 것과 대조적이다. 5월에 개최되는 송도 시가지 서킷 레이스에서는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된다고 하지만, 관객이 많이 몰리는 송도에서만 반짝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꾸준히 경기를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전문가는 “프로모터의 역할은 출전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고 관객들이 대회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프로 클래스에 몰두한 나머지 대다수 선수들을 외면하고 제대로 된 여건도 만들어 주지 못할 뿐 아니라 관객까지 방치하는 것은 프로모터가 제 구실을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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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KSF를 운영하는 이노션은 현대차그룹의 광고대행사다. 모터스포츠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려는 현대차가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계열사에 운영을 맡긴 것. 하지만 수 년간의 대회 진행에도 불구하고 단발성 행사에서 발전하지 못하고 운영의 미숙함을 드러내면서 지켜보는 이들 사이에서는 “현대차가 제 식구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부실한 프로모터를 선정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KSF가 지난 12년 간 쌓아 온 명성과 권위 덕분에 대다수 아마추어 선수들이 출전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변하고 있다. 적잖은 기업과 프로모터들이 모터스포츠의 잠재력에 기대를 걸고 다양한 아마추어 레이스를 개시하고 있는 상황. 실제로 많은 아마추어 선수들이 KSF의 홀대에 못 이겨 대회를 옮기고 있는 실정이다.

KSF가 이처럼 내·외부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총체적 부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 권위는 빠르게 추락할 것이고, 이는 결국 모회사인 현대차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다. 진정한 프로와 아마추어의 공존을 꿈꾼다면 프로 선수들에 대한 백업은 기본이요, 풀뿌리 레이서인 아마추어 드라이버들에 대한 탄탄한 지원이 필요하다.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KSF 운영의 전면적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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