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서울모터쇼를 통해서 국내에 소개된 토요타 프리우스 V는 기존의 프리우스와 동일한 스마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으로 탁월한 연비를 제공하는 동시에 보다 넓어진, 확실하게 넓어진 실내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모두 적합하도록 했다. 현대 i30 사이즈에서 카렌스 사이즈로 확대됐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앞모습 디자인도 더 세련돼졌다. 가격은 110만원 더 비싸다.
토요타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대명사다. 하이브리드를 위해서 설계되고, 개발된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로 1997년 일본에서 첫 판매를 시작하면서 당시까지 생소했던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을 전세계에 알렸고, 현재 3세대까지 진화하면서 가장 친환경적인 차로 자리매김해 오고 있다.
준중형 해치백 사이즈인 프리우스의 공간 활용성을 높인 프리우스 V는 2011년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통해서 첫 선을 보였으며, 이번에 한국에 소개된 프리우스 V는 지난해 LA 오토쇼를 통해서 소개된 개선형 모델이다.
우선 가장 궁금한 크기부터 살펴보면, 차체 크기가 4,645 x 1,775 x 1,600mm에 휠베이스 2,780mm로 기존 프리우스의 4,480 x 1,750 x 1,505mm, 휠베이스 2,700mm에 비해 길이 165, 너비 25, 높이 95, 휠베이스 80mm가 늘어났다. 무엇보다 실내 공간이 놀랍게 넓어졌음을 수치로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다.
현대 아반때의 휠베이스가 2,700mm이고, i30가 2,650mm, 기아 카렌스가 휠베이스 2,750mm이므로 카렌스보다 더 넓은 실내 공간을 갖췄다. 굳이 급으로 비교하자면 i30 정도의 해치백이던 모델이 카렌스 급의 MPV로 커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쉐보레 올란도는 휠베이스가 2,760mm, BMW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가 2,670mm, 시트로엥 C4 피카소가 2,785mm다.
그 만큼 실제로 실내에서 느끼는 공간감은 무척 넓어진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좌우 폭도 불과 25mm 넓어졌지만 실감이 나고, 실내 앞뒤 거리는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뒷좌석 공간이 여유가 넘친다. 2열 시트 슬라이드는 15mm씩 최대 12단계로 조절이 가능하다. 짐이 많지 않을 경우 2열 시트를 뒤로 최대한 밀면 무릎 공간은 대형 세단 수준으로 확보되고, 등받이가 뒤로 눕는 각도도 무척 커 최대한 눕힐 경우 편안한 소파에 몸을 기댄 자세로 쉴 수 있다. 컴팩트 SUV와 MPV를 통틀어 가장 여유 있고, 변형의 폭이 넓은 수준의 뒷좌석일 것으로 짐작된다.
트렁크 공간도 더 넓어졌다. 기본 968리터에서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905리터까지 확대된다. 트렁크 바닥에도 수납 공간이 마련돼 있고, 바닥이 비교적 낮아 짐을 싣고 내리기가 편리한 것도 장점이다.
디자인은 기존 프리우스, 프리우스 V와는 조금 달라졌다. 앞 공기 흡입구가 많이 넓어지고, 헤드램프 위쪽 라인과 이어지는 그릴의 홈이 커다란 ‘V’자 형태를 이루는 등 최신 토요타의 디자인 언어인 ‘킨룩’을 이루고 있다. 코 부분의 토요타 엠블럼과 그 아래 공기 흡입구가 입체적으로 배열되면서 앞모습이 훨씬 더 다이나믹하고 시원시원한 느낌이다.
헤드램프에는 토요타 최초로 상 하향 등에 모두 LED 램프가 적용됐고, 주간 주행등은 범퍼 가장 자리 쪽에 세로형태로 LED를 배치했다.
옆모습을 보면 전체적으로 차체가 커졌지만 형상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연비를 고려하여 휠도 사이즈가 16인치로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새로운 휠 디자인은 세련됐다.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도 좀 더 선명해졌고, 루프 스포일러는 세련된 스타일과 공기역학적 기능을 모두 만족시킨다.
인테리어는 프리우스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스티어링 휠은 디자인이 동일한데, 센터페시아 디자인이 프리우스, 프리우스 C, 프리우스 V가 서로 조금씩 다른다. 프리우스 V는 데시보드, 센터터널과 독립되어 돌출된 센터페시아를 갖췄으며, 좌측에 세로로 금속패널을 더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는데, 그 패널에는 시동 버튼과 주차 브레이크 버튼, 그리고 기어 레버 등이 위치해 있다.
스티어링 휠 너머에는 계기판이 없고, 센터페시아 상단에 계기와 각종 주행 정보가 자리하는 방식은 모든 프리우스에 동일하다. 센터페시아에는 소프트 재질의 플라스틱 커버를 적용해 기존 프리우스에 비해 한층 부드럽고 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실내는 검정색과 회색 2가지 색상이 적용되고, 시트는 모두 직물이다. 공간을 극대화한 2열과 달리 1열 시트는 옆구리 지지대도 높아서 몸을 잘 잡아준다. 시트 포지션은 2열이 조금 더 높아 2열에서도 시야 확보가 용이하다.
모니터는 터치스크린을 지원하며 네비게이션은 한국형 아틀란 지도가 적용됐다. 터치스크린이라 조작이 편리하긴 하지만 오디오를 비롯한 다양한 메뉴들이 스크린 바깥에 조그맣게 배열돼 있는 점은 조금 불편하다. 특히 오디오 볼륨 조절을 다이얼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버튼을 눌러서 해야 하는 점이 많이 불편하다. 그나마 스티어링 휠에 볼륨 조절 버튼이 있어서 다행이다.
오디오는 6개의 스피커로 구성돼 있어 보다 선명한 사운드를 제공하고, 지붕에는 2단으로 나눠진 파노라마 루프가 적용됐다. 유리 지붕이 열리진 않지만 개방감은 무척 좋다.
기어 노브는 프리우스와 작동법은 같은데 노브의 크기가 좀 더 작아졌다. 조작법은 여전히 재미있다
파워트레인은 기존 프리우스와 같다. 엔진과 함께 2개의 전기모터가 어떤 순간에도 필요에 따라 발전을 할 수 있는 직병렬 혼합식으로, 99마력을 발휘하는 엣킨슨 사이클 가솔린 4기통 엔진과 82마력을 발휘하는 전기모터가 적용됐다. 변속기는 별도의 장치 없이 전기모터가 변속기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e-CVT가 적용됐다. 시스템 최고 출력은 136마력이다.
연비는 복합으로 17.9 (도심 18.6 / 고속도로 17.1) km/L를 발휘해 기존 프리우스의 21.0 (21.7 / 20.1)km/L에는 못 미치지만 커진 차체를 감안하면 여전히 매우 매력적인 연비다.
주행 모드도 3가지를 갖췄다. 센터터널 컵홀더 옆에 EV, ECO, POWER 모드 버튼이 마련돼 있다. EV모드에서는 최대한 오랫동안 엔진 시동을 걸지 않고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일정 속도 이상 올라가거나 엑셀을 깊이 밟으면 자동으로 EV모드는 해제된다.
에코모드는 기본 모드라 볼 수 있는데 연비 주행에 최적화 되어 있다. 맨 아래 파워 모드 버튼을 누르면 엔진과 전기모터의 힘을 함께 사용해서 최대의 파워를 발휘하도록 해 준다.
시승은 잠실 제 2 롯데월드에 위치한 토요타 커뮤니케이션 공간인 ‘커넥트 투’에서 출발해서 올림픽도로와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거쳐서 춘천 제이드 가든을 왕복하는 구간에서 이뤄졌다.
일부 구간에서 가속을 시도해 봤을 때 초반 가속에서 크게 답답한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저회전에서 더욱 강한 토크를 발생하는 전기모터의 용량이 쏘나타 하이브리드 등 타 브랜드 병렬식 하이브리드 모델의 전기모터 용량에 비해 훨씬 커, 엔진 출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짐에도 초반 가속력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반대로 고속으로 올라가면 아무래도 가속력이 많이 떨어진다. 프리우스 V는 프리우스에 비해서 확실히 좀 더 힘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시승에서 가속력을 위주로 한 테스트는 불과 한 두 번으로 마무리했고, 그 외의 전 구간에서는 매우 일상적인 주행으로 시승했다. 실 연비가 어느 정도 나오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연비만 높이기 위해서 무리한 저속 주행은 전혀 하지 않았고, 일상적인 교통 흐름을 충실히 따라가면서, 하이브리드 차량의 특성을 최대한 잘 반영할 수 있도록 급가속과 급제동을 피하고 배터리 충전과 사용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릴 수 있도록 주행했다.
결과적으로 실 연비는 서울에서 춘천까지 구간에서 20.9km/L, 춘천에서 서울 구간에서 25km/L를 기록해 평균 22.95km/L를 얻었다. 춘천이 서울에 비해 고도가 높은 만큼 춘천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구간에서 연비가 더 높게 나왔다. 평균으로 볼 때 복합연비인 17.9에 비해서는 월등히 높게 나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번 시승은 하이브리드 차량의 특성을 최대한 잘 반영해서 주행하긴 했지만 모든 도로에서 주행의 흐름을 방해할 정도로 느리게 주행하지 않았고, 고속도로에서는 실제 주변 흐름과 비슷하게 100 ~ 130km/h, 국도 구간에서는 60 ~90km/h 전후로 주행한 결과다.
이제는 많은 이들이 이해하고 있듯이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주행 습관에 따라 연비 차이가 크게 날 수 있다. 급가속과 급제동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최대 적이다. 물론 모든 차들이 급가속 급제동에 취약하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그 차이가 더욱 크게 나타난다. 부드럽게 가속하면서 엔진 시동을 걸지 않고 전기모터로 주행하는 구간을 최대로 늘여야 하고, 속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멀리서부터 엑셀에서 발을 떼고 탄력 주행을 유지하면 엔진이 정지된 상태에서 발전량을 최대로 끌어 올릴 수 있다.
모니터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보여지는 이런 과정들을 잘 이해하고 배터리와 전기모터 사용을 극해화 하면 연비 높이기 게임을 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도 있다.
서스펜션 감각은 기존 프리우스보다 더 세련된 느낌이다. 휠베이스가 80mm나 늘어난 것은 분명 주행감각에 좋은 작용을 했다. 안정감과 안락함에서 확실한 진보를 느낄 수 있다.
프리우스 V는 가격이 3,880만원 한가지다. 프리우스의 상위 트림 3,770만원보다 110만원 더 비싸다. 차 급이 달라질 정도로 커진 차체를 감안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지급되는 정부보조금 100만원도 받을 수 있다.
프리우스 V 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과 함께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간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기존 프리우스와 차의 급을 달리하면서 기아 카렌스, 쉐보레 올란도, BMW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와 경쟁할 수 있는 컴팩트 MPV급으로 성장했다. 거기에다 실 주행 연비는 공인 복합 연비를 훌쩍 뛰어넘는다. 평상시 연비에 관심이 많으면서 가족들과 여유 있는 나들이를 원하는 이들에게 무척 추천할 만한 새로운 대안이다. 물론 혼자 출퇴근에 사용하더라도 지구에 좀 덜 미안할 수 있을 만큼 친환경적인 점에도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