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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에 ‘플러그-인’하는 하이브리드 핫해치, 폭스바겐 골프 GTE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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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친환경” 코드 없이는 자동차를 선보일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심각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해가 갈수록 강력한 배기가스 규제를 적용하고 있고, 완성차 업체들 역시 그러한 변화에 발 맞춰 더 적은 연료로 더 멀리 갈 수 있는 차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동차의 본질은 “속도”라는 사실이다. 자동차의 탄생과 발전의 역사는, 먼 곳에 더 빨리 도달하기 위한 인간의 피나는 노력과 그 궤를 함께 한다. 친환경을 핑계로 자동차가 느려진다면, 그것은 진보가 아닌 퇴보이다.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에 따르더라도 속도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야 말로 지속 가능한 개발이요, 기술의 진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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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이 지난 서울모터쇼를 통해 국내에 처음 선보인 골프 GTE는 이러한 시대의 변화 속에서 친환경과 운전의 즐거움을 동시에 잡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핫해치다. 기존의 GTI, GTD 등 GT 시리즈의 고성능 골프와 큰 틀을 공유하되, 충전을 통해 전기만으로 주행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도심 효율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200마력대의 시스템 출력을 확보해 주행 성능을 포기하지 않았다.

당장 국내에 시판되지는 않지만, 폭스바겐이 지향히는 미래형 E-모빌리티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시승 기회를 가졌다. 도심과 고속화도로를 아우르는 코스에서 골프 GTE를 시승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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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상은 영락없는 골프다. 둥그스름하고 균형잡힌 차체는 글로벌 베스트셀러 답게 C-세그먼트 해치백의 표준적인 형태다. 폭스바겐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카라고 해서 유난스럽게 꾸미지 않고 디테일 업을 통해 그 아이덴티티를 다져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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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부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보이는데, 우선 라디에이터 그릴부터 양쪽 헤드램프까지 가로지르는 컬러 가니쉬가 븕은 색인 GTI, 회색인 GTD와는 달리 파란 색으로 돼 있다. 또 LED 헤드램프와 “C” 형태로 안개등을 두르고 있는 LED 주간주행등이 특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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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을 상징하는 GTE의 파란 색은 차체 곳곳에 숨어있다. 옆에서 바라보면 브레이크 캘리퍼가 파랗게 도색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용 디자인의 알로이 휠은 측면 스탠스에 무게감을 더해주고, 프론트 휀더에 부착된 GTE 엠블렘이 이 차가 평범한 골프가 아니라는 것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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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부에서는 큰 특징이 보이지 않는데, GTE 엠블렘과 LED 테일램프, GTD를 닮은 트윈 머플러 팁 정도가 차별화된다. 겉 보기에는 유난스럽지 않은 점은 고성능 골프 라인업의 성격을 그대로 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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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에 앉으면 시트가 꽤 타이트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세미 버킷 타입의 시트는 탑승자를 잘 홀딩해 준다. 실내 곳곳에 들어간 스티치도 으레 붉은 색이 사용되는 여타 스포츠 모델과 달리, 파란 색 스티치를 둘러 색다른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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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역시 골프 GTI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계기판과 중앙의 모니터에서 차이점을 찾을 수 있다. 계기판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맞는 데이터를 쉽게 볼 수 있도록 돼 있는데, 타코미터가 작은 다이얼로 축소된 대신 에너지 소비량과 배터리 충전량을 확인할 수 있는 인디케이터가 설치된 점이 특이하다. 많은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타코미터를 아예 삭제하지만, GTE는 스포츠 모델의 본질을 잊지 않은 것이다. 그 밖에도 계기판 디스플레이를 통해 전력 소모량이나 전기 모드 주행 가능 거리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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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에 장착된 터치 스크린은 폭스바겐의 표준 형태지만 에너지 흐름도와 하이브리드 모드 셀렉터 등이 추가됐다. 시승차의 경우 국내 수입 사양이 아닌 독일 사양으로, 내비게이션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승 간에는 별도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고 스크린을 통해 에너지 흐름을 계속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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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하이브리드보다도 많은 전력을 충전해 사용하기 때문에 골프 GTE의 트렁크는 일반 모델보다 좁다. 일반 모델의 스페어 타이어가 들어가는 트렁크 하단 공간에 배터리를 가득 채웠기 때문. 최근 대다수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트렁크에서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배터리를 스페어 타이어 공간으로 집어넣고 있다. 장차 이런 흐름은 대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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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시승차의 경우 차선유지보조장치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이 탑재됐는데, 시승차가 독일 사양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 정식 출시 시에도 이러한 고급 편의사양이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국내 사양 GTI와 GTD에는 이 기능들이 적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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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GTE의 파워트레인은 1.4L TSI 엔진과 전기모터, 그리고 6단 DSG 자동변속기로 구성된다. 엔진 출력은 150마력, 전기모터 출력은 102마력에 달하며, 두 동력원이 조합된 시스템 최고출력은 204마력, 시스템 최대토크는 35.7kg.m이다. 다운사이징 엔진과 출력이 넉넉한 전기 모터의 조합으로 형제들과 비교하면 GTI보다는 낮지만 GTD보다 높은 제원 상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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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이기 때문에 100% 전기 주행(E-모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EV 모드를 지원하는 하이브리드도 많지만, 골프 GTE의 경우 8.7kWh급 배터리를 장착해 E-모드로 최장 50km 주행이 가능하다. 한국인들의 평균 출퇴근 주행거리는 약 36km에 불과하니 전기로만 출퇴근도 가능하겠다. 몇 주 동안 아예 엔진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GTE의 엔진에는 특별한 강화 코팅이 이뤄졌다는 것이 폭스바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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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하이브리드의 여러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골프 GTE는 다양한 주행 모드 옵션을 제공한다. 기본적으로 시동을 걸면 전기로만 주행하는 E-모드가 적용되는데, 시프트 노브 옆의 E-모드 버튼을 누르면 하이브리드 배터리 정지(Battery Hold) 모드가 된다. 이 상태에서는 하이브리드로 주행하지만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도 회생 제동이 거의 걸리지 않아 회생 제동으로 인한 이질감을 최소화 한다. 일반 승용차처럼 운행이 가능한 것. 배터리 충전 모드를 선택하면 회생제동이 작동하면서 엔진 브레이크가 보다 강하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하이브리드 오토 모드에 두면 상황에 따라 여러 모드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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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중 D에 위치한 시프트 레버를 밑으로 한번 당겨주면 B 모드가 되는데, 이는 회생 제동을 강력하게 걸어 탄력주행 시 적극적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충전 모드다. 주행 모드와 별개로 언제나 작동시킬 수 있다. 강한 회생 제동은 일상 시내주행에서 풋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도 정차가 가능할 정도인데, 내리막 등에서 잘 활용하면 배터리 충전량을 늘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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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여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같다. 하지만 이 차는 고성능을 자처한다. 평소에는 환경을 지키다가도 스트레스가 쌓이는 날이면 GTE 모드로 전환하고 단숨에 내달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시프트 노브 옆에 버튼이 위치하는데, GTE 모드를 켜면 엔진이 적극적으로 작동하고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우렁찬 엔진 소리를 만들어 준다. 아쉽게도 스포츠카 못지 않은 GTI의 배기음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나름대로 그럴싸한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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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모터는 구동을 시작하는 순간 33.7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고 고회전으로 갈 수록 파워가 떨어진다. 초고속 주행에서는 아쉬움이 있을 지 몰라도, 시내에서는 E-모드로 주행해도 전혀 출력 부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102마력의 전기 모터가 넉넉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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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앳킨슨 사이클 엔진을 탑재했다면 엔진 리스폰스가 이 정도로 호쾌하지 못했을 것이다. 변속기도 마찬가지다. 6단 DSG는 GTI의 그것보다는 반응 속도가 떨어지지만, 답답한 CVT보다는 훨씬 낫다. 효율을 충분히 챙기면서 이처럼 퍼포먼스에 부족함이 없는 조합이야말로 GTE 최대의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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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GTE의 0-100km/h 가속 시간은 7.6초고, 제원 상 최고 속도는 222km/h다. 초반 토크가 좋기 때문에 실제 체감은 0-100km/h 구간대에서 더 빠르고, 고속으로 올라갈 수록 더뎌진다. 특히 일정 속도 영역을 넘어서면 전기 모터가 거의 힘을 보태지 못해 가속감이 많이 떨어지는데, 제원 상 최고 속도까지 올라가는 것은 인내심이 필요해 보인다. 이 차의 홈 코스로는 고속도로보다 가·감속이 연속돼 전기 모터의 순간 토크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와인딩 로드가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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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골프보다 200kg 가량 무겁지만, 오히려 무게 중심이 낮아지고 무게 배분도 좋아졌다. 무거운 배터리가 트렁크 하단으로 들어갔기 때문. 코너링이나 급격한 차선 변경 시에도 뒷쪽이 가벼운 느낌이 들지 않고 부담 없이 빠져나간다. 기본적으로 스포츠 모델인 GTI, GTD의 탄탄한 하체를 공유하기 때문에 핫해치의 재미있는 코너링은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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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 연비는 유럽 기준 66.6km/L이다. 아직 한국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연비 기준에 준한 연비가 발표되지 않아 수평 비교는 어렵지만, 전기 모드로만 주행할 때 연료를 전혀 소모하지 않는 점은 명백하다. 시승 시작 시 배터리가 50% 이하로 충전돼 있었지만 북악 스카이웨이를 포함한 경사로와 시내 주행을 거쳤음에도 10km 이상 E-모드 주행이 가능했다. 출퇴근 거리가 짧다면 정말 폭스바겐의 주장대로 몇 주동안 시동을 걸 일이 없을 것이다. 충전은 전면부 엠블렘 뒤의 충전 단자를 통해 이뤄지며, 충전 시간은 가정용 콘센트 사용 시 3시간 45분, 전용 충전기 사용 시 2시간 15분이다. 콤보 방식 충전 규격이며, 급속 충전은 지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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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골프 GTE는 의심의 여지 없이 내일의 표준이 될 핫해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이미 주행거리와 충전속도에 한계가 있는 순수 전기차의 효과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매 모터쇼마다 쏟아져 나오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신차들이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증명한다. 골프 GTE는 그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고성능과 ‘펀 투 드라이브(Fun to Drive)’라는 자신만의 오롯한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고 있다. 혹자는 BMW i8도 있다고 반문할 지 모르지만, i8은 누구나 살 수 있는 “골프”가 아니다. 골프 GTE가 의미를 갖는 것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는 가격의 퍼포먼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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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특히 다소 처지는 고속 성능에 미련이 남는다. 세그먼트의 선구자인 1세대 골프 GTI가 200km/h의 벽을 넘어 아우토반 1차선에 입성한 핫해치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GTE만의 경쾌한 중속 영역 퍼포먼스도 좋지만 고속에서의 뒷심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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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첫 술에 배 부르랴, 골프 GTE는 지루하고 따분하다고 여겨져 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는 장르에 퍼포먼스라는 양념을 더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부족한 점들은 차차 기술의 진보가 해결해 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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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측컨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들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이번에야말로 업계의 판도가 뒤바뀔 지도 모를 일이다. 일반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의 부족한 점들이 현실적인 선에서 대부분 보완됐으니 말이다. 이제 남은 건 국내 제도가 변화에 발맞춰 확립되고 내일의 자동차들을 맞이하는 일 뿐이다. 이르면 내년 초 국내에 투입될 골프 GTE가 그러한 변화의 선봉에 서 있다.

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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