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여전히 무궁한 성장 가능성을 가진 중국을 향한 자동차 업체들의 도전이 갈 수록 거세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5 상해 모터쇼에서 중국형 신형 투싼과 중형세단 기아 신형 K5, 그리고 대형 세단 K9을 선보이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자동차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미국을 제치고 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에 등극한 것은 지난 2012년이다, 중국의 자동차 산업수요(중대형상용차 제외)가 2012년 1,491만대를 기록하면서 1,449만대의 미국을 앞섰고, 지난해에는 1,913만대를 기록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 중 무려 22.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유럽과 미국은 이미 오랫동안 안정적인 시장 상황으로 인해 신차 판매가 저성장기인 반면 중국은 여전히 가장 큰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글로벌 업체들은 중국 내에서의 판매 확대는 물론 생산 확대에도 큰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중국 모터쇼다. 중국은 해마다 북경과 상하이에서 번갈아 가며 모터쇼가 열린다. 올해는 상하이다. 특히 2015 상하이 모터쇼는 단일 건물 기준으로 세계 최대 크기로 건립된 새로운 전시장에서 열려 성장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을 더욱 실감나게 했다.
홍차오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새 전시장은 ‘네잎클로버’를 본 뜬 구조로, 가운데에는 넓은 광장이 자리하고, 네 개의 잎마다 각각 2개의 전시장을 2층 구조로 갖추고 있어서 총 16개의 홀로 구성되어 있다. 홀 이름은 1홀에서 8홀까지이며 2층 홀은 1.2, 2.2, 3.2와 같은 식으로 표시한다. 각각의 홀 크기가 거의 킨텐스 규모여서 전체 면적이 어느 정도 일지 짐작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현대가 5.1홀, 기아가 7.2홀에 각각 전시관을 꾸미고, 현대는 올해 하반기 중국 시장에 본격 출시할 신형 투싼의 컨셉트 모델을, 기아 역시 올해 하반기 출시할 신형 K5를 선보였고, K9을 중국 시장에 공식 출시했다.
현대차는 지난 2002년 중국 국영기업 베이징기차와 함께 현지 합자사 ‘베이징현대’를 설립하고 그 해 12월부터 EF쏘나타(현지명 밍위)를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부터 아반떼XD(현지명 엘란트라)를 선보이며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으며, 이달 초에 진출 13년 만에 누적판매 1,000만대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는 단일 국가 기준으로 독일(1996년)과 미국(2011년)에 이어 세 번째로 달성한 성과인 동시에 최단 기간 내에 달성한 기록이다.
밍위와 엘란트라는 출시 직후부터 큰 인기를 얻어 진출 2년만인 2004년 판매순위 5위, 2005년에는 4위에 오르며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입지를 굳혔으며, 이로 인해 ‘현대속도(現代速度)’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기아차 역시 2002년 둥펑기차, 위에다기차와 함께 3자 합자로 ‘둥펑위에다기차’를 설립하였고, 2002년부터 국내 구형 엑센트 개조차인 ‘천리마’를 출한 후 지속적으로 모델을 확대해 나갔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시장 진출 첫 해인 2002년 31,907대 판매를 시작으로, 2006년 누적판매 100만대를 돌파했고, 2010년부터는 연간 판매대수가 100만대를 넘어서며 매년 연간 판매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1,766,084대(현대차 1,120,048대 / 기아차 646,036대)를 판매해 폭스바겐, GM에 이어 중국시장 3위의 자동차그룹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 했다.
그 동안 중국 시장의 주력 모델은 소형차였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형태 변화에 따라 최근에는 중형차와 소형 SUV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도 쏘나타와 K5 신차를 조기에 투입하고,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중국형 LF 쏘나타 신차 발표회를 갖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해, 중국 중형차 시장에서 밍위, 밍투, YF쏘나타와 함께 중형차 라인업을 강화했다.
SUV 부문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투싼의 중국형 모델 ix35에 이어, 중국 전략형 소형 SUV인 ix25를 지난 해 출시해 동급 판매 1위 모델로 성장시켰다. 기아도 중국 전략형 중형세단 K4와 소형 SUV KX3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시장에서 현재의 탑 3 메이커로 안착한 데에는 무엇보다 위에둥, 랑둥 등 소형차 중심의 현지전략 모델의 역할이 컸다. 그리고 이제는 밍투, K4, ix25, KX3 등 다양한 차급에 잇따라 현지전략형 차종을 투입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현지 전략형 차종을 투입할 예정이다.
최근 착공에 들어간 창저우공장을 비롯해 내년 상반기에 착공할 예정인 충칭공장 등 현지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는 만큼 다양한 차종을 적기에 투입해 시장 상황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기아차는 수년 내에 기존의 양산차와는 다른 콘셉트의 중국 전용 신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이 외에도 글로벌 차종을 현지 전략형으로 개조한 차량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다양한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응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황사를 비롯해 대기 오염이 심각한 중국은 최근 미국 보다 더 엄격한 연비와 배출가스규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구매세 면제 등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인해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만큼, 친환경차 라인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먼저 현대차는 올해 말에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중국 시장에 현지 생산 차종으로 투입해 중국 친환경차 시장 공략에 나서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장에 대비해 수년 내에 준중형 PHEV 전용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토요타에는 뒤지지만 폭스바겐보다 높은 판매를 유지하고 있고, 유럽과 중국에서는 폭스바겐에는 뒤지지만 토요타보다 높은 판매를 기록하고 있어, 유럽, 미국, 중국에서 모두 안정적인 성과를 기록하고 있는 메이커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안정적인 유럽과 미국 시장에 비해 성장 잠재력이 더 큰 중국을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해 나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