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대형 고급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 중인 폭스바겐은 고급차 세그먼트에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월드 프리미어 컨셉트카, C 쿠페 GTE를 선보였다. 중형 세단 파사트와 플래그십 페이톤 사이에 위치할 C 쿠페 GTE는 산하 브랜드인 아우디의 A7을 닮은 럭셔리 4도어 쿠페 스타일이 눈에 띈다.
앞서 폭스바겐은 여러 모터쇼에서 쿠페 스타일을 가미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컨셉트카를 선보여 왔다. 지난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데뷔한 크로스 쿠페 GTE를 필두로, 지난 3월에는 제네바에서 CC의 후속이 될 스포츠 쿠페 GTE를 공개했다. 이번에 등장한 C 쿠페 GTE는 ‘쿠페 GTE’라는 이름을 공유하는 컨셉트카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폭스바겐 그룹의 디자인 수장인 발터 드 실바는 “최근 몇 년간 세단(설룬) 디자인은 크게 변화해 왔다”며 “전통적인 2도어 쿠페에서 유래한 리어 디자인과 스타일리쉬하고 역동적인 세단 디자인이 결합된 C 쿠페 GTE는 유러피언 스타일을 통해 중국 소비자의 취향에 어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면부 디자인은 앞서 선보인 컨셉트카들과 마찬가지로 폭스바겐의 차세대 패밀리 룩을 잘 보여준다. 넓고 당당한 형태의 전면부 디자인은 신형 페이톤을 포함한 폭스바겐 고급 라인업의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한다.
동시에 쿠페라는 이름에 걸맞은 스포티한 비례를 자랑하는데, 긴 보닛과 높은 숄더라인, 낮고 우아한 루프 라인 등이 그 예시다. 전장이 5m가 넘는 이 웅장한 4도어 쿠페 컨셉트카는 “Golden Atmosphere”라는 은은한 금빛 전용 컬러로 도색됐는데, 고급스러움을 더할 뿐 아니라 황금색을 좋아하는 중국 관객들을 감안한 선택이기도 하다.
실내는 첨단 전자장치와 고급스러운 소재로 마감됐다. 은은한 앰비언트 라이트로 우아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도 스포티한 4도어 쿠페의 아이덴티티가 녹아 있는 점이 특징이다.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12.3인치의 대형 터치 패널이 장착돼 있다.
특징적인 점은 운전 기사를 위한 “쇼퍼 모드”가 탑재됐다는 점. 운전 기사로 하여금 스케줄을 확인하고, 또 미팅이나 약속 장소까지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안내하는 쇼퍼 모드는 장차 폭스바겐 고급 모델에 탑재될 전망이다.
C 쿠페 GTE가 단순히 고급스럽기만 한 컨셉트카는 아니다. 이름처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친환경성을 대폭 높인 점도 눈 여겨 볼 만하다. 210마력을 내는 직렬 4기통 TSI 엔진과 91kW(124마력)급 전기 모터가 결합된 파워트레인은 245마력의 시스템 출력과 51.0kg.m의 시스템 토크를 발휘한다. 8단 자동변속기와 결합된 파워트레인은 전기 모터의 특성 덕분에 초반 가속 시 매우 경쾌하며, 특히 시내에서 진가를 보여준다.
또 넉넉한 배터리 용량을 바탕으로 C 쿠페 GTE는 순수 전기 모드만으로 주행이 가능하다. 최대 50km까지 운행할 수 있으며, 전기 모드 최고 속도는 130km/h에 이른다. 높은 효율을 자랑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덕에 공인 연비는 43.47km/L(2.3L/100km)에 육박하며, 가득 주유 시 주행 가능 거리는 1,100km이나 된다. 여기에 쿠페라는 이름에 걸맞는 주행성능도 갖췄다. 뛰어난 연비에도 불구하고 정지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하는 시간은 8.6초에 불과하며, 최고 속도 역시 232km/h에 달한다.
폭스바겐이 C 쿠페 GTE 컨셉트카를 양산할 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디자인이 퍼포먼스, 친환경성과 첨단 기술력 등 C 쿠페 GTE 컨셉트카에 적용된 많은 부분들이 머지 않아 폭스바겐 양산차에 적용될 기능들이라는 사실이다. C 쿠페 GTE는 상하이 모터쇼에서 실물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