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이 잘 다듬어진 왜건은 세단보다 섹시하다. 여기 그 완벽한 증거가 있다. 가장 섹시한 왜건, 바로 메르세데스-벤츠 CLS 슈팅 브레이크다. 1세대 CLS에는 없었던 가지치기 모델 슈팅 브레이크는 4도어 스포츠세단이라는 세그먼트를 가장 먼저 선보인 CLS에 걸맞게 유려한 스타일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앞모습과 옆모습의 B필러까지는 4도어 쿠페 CLS와 같지만 그 이후부터 바디라인이 글래머러스하게 바뀐다. 지붕을 연장한 왜건임에 틀림없지만 그냥 뚱뚱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멋들어진 곡선을 가미해 우아하고 섹시한 스타일을 완성했다.
보통 왜건을 평가할 땐 공간이 넉넉한 점을 강조하고, 스타일도 좋으면 더 좋은 점수를 주게 마련인데, CLS 슈팅 브레이크는 스타일 때문에 충분히 선택할 만하고 공간은 덤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화물공간은 세단의 트렁크에 비해 많이 큰 편은 아니다. 다만 부피가 큰 화물도 싣고 내리기 편하고, 뒷좌석을 접었을 때 다양하게 화물공간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매력적이다. 트렁크 용량은 590리터이며 2열 시트를 접으면 1,550리터가 된다.
CLS 슈팅 브레이크는 국내에 250 CDI 한가지 모델이 들어오며 가격은 8,900만원이다. CLS 350의 1억 390만원보다 1,490만원이 더 싸다. 성능은 좋지만 연비는 낮은 가솔린 3.5리터 엔진의 고성능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면 무난한 파워를 지닌 250 CDI로 스타일과 공간, 연비를 모두 잡는 것은 괜찮은 선택일 수 있겠다.
그럼에도 가격은 다소 비싼 감이 있다. 이 가격에 250 CDI가 아니고 350 블루텍이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가정이지만 350 블루텍이 이 가격에 나왔다면, 아마도 좀 더 싼 가격의 250 CDI를 찾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인테리어는 기존 CLS와 동일하다. 스포티한 프레임리스 도어를 열면 가죽과 짙은 푸른색이 도는 나무로 마감한 고급스러운 실내가 반긴다. 슈팅 브레이크가 ‘그냥 왜건’이기를 거부하는 첫 몸짓이 바로 프레임리스 도어다.
편의 장비도 풍부하다. 스마트키를 가장 먼저 개발해 양산차에 적용했던 메르세데스-벤츠이지만 오랫동안 국내에는 적용하지 못했었는데, 2세대 CLS부터 키레스-고(KEYLESS-GO) 시스템이 제대로 장착돼 있어 무척 반갑다. 도어 손잡이를 살짝 누르면 도어가 잠기면서 사이드미러가 자동으로 접히는 것이 이제서야 제대로라는 생각이 든다.
오토 스타트/스톱은 시동이 꺼졌다가 다시 시동이 켜진 후 불과 몇 m를 이동하고 정차하는 경우에도 다시 바로 시동이 꺼지는 점이 좋다. BMW와 폭스바겐 등은 일정한 거리 이상을 움직인 이후에만 다시 시동이 꺼진다. 오토 스타트/스톱은 센터페시아에 있는 ‘ECO’버튼이 켜져 있을 때만 작동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오토홀드 대신 브레이크 페달로 홀드를 작동시키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브레이크를 밟아 차가 정차한 상태에서 페달을 한번 더 세게 밟아주면 HOLD가 작동해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도 정지 상태를 유지한다. 물론 엔진도 꺼진 상태로다. 출발할 때는 엑셀 페달을 밟으면 시동이 걸리고 브레이크도 풀린다.
변속기 레버는 칼럼식이다. 처음엔 좀 어색할 수도 있지만 익숙해지면 센터 터널에 있는 것보다 훨씬 편리하다. 전진 후진을 반복하며 주차하는 경우에 스티어링에서 손을 멀리 이동하지 않고 변속할 수 있는 등 편리한 점이 많다.
변속기 레버가 스티어링 칼럼으로 이동하면서 센터 터널엔 컵홀더가 메인으로 자리하고, 그 아래에 커맨드 시스템 조절 다이얼과 차량 제어 버튼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코노미 모드와 스포츠 모드 전환 버튼, 스포츠 모드와 컴포트 모드의 감쇠력 조절 버튼, 그리고 2단계 차고 조절 에어매틱 버튼 들로 CLS와 같다.
변속기를 스포츠 모드로 선택하면 시프트 패들을 이용해 수동으로 변속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어 레버를 좌나 우로 밀면 스포츠 모드가 되는 방식과는 달리 칼럼식 기어를 쓰기 때문에 버튼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는데, 버튼의 위치가 좀 애매하다는 생각이다.
시트에는 통풍 기능이 적용되었고. 뒷좌석은 당연히 6:4로 나누어 접어서 화물칸으로 확장할 수 있다. 벤츠는 통풍과 히팅을 동시에 선택할 수 있는 것도 특색이다.
슈팅 브레이크에도 CLS (4도어) 쿠페처럼 하만 카돈 오디오가 장착되어 있어 풍부하고 박력 있는 오디오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하만 카돈 오디오 시스템은 강한 비트와 섬세한 고음을 비교적 모두 잘 살려주는 편으로 요즘 많이 거론되는 가성비가 굉장히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SD카드 단자는 오디오 패널 전면에 위치해, USB 메모리 처럼 어디다 꽂아야 하는지 찾아 헤맬 필요가 없어 좋고, 깔끔하게 삽입되는 것도 좋다. 오디오 파일의 한글은 일부는 정상적으로 읽혀지고 일부는 깨지기도 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편의 장비는 아주 풍부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잘 갖춰져 있는데, 그러다 보니 이 가격에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ACC)도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파노라마 루프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 세단보다 더 긴 등을 갖고 있는 만큼 드넓은 파노라마 루프가 달리면 잘 어울릴 텐데 아쉽다.
파워트레인은 4기통 2.2리터 디젤과 자동 7단 ’7G-트로닉 플러스’의 조합이다. 이 엔진에는 같은 배기량에 170마력을 내는 220 CDI와 204마력을 내는 250 CDI의 서로 다른 2개의 이름표가 붙는다. E클래스에는 후륜구동에 220 CDI와 4매틱에 250 CDI가 적용되고, GLK에는 220 CDI, 그리고 CLS 슈팅 브레이크에는 250 CDI만 들여왔다.
CLS 250 CDI 슈팅 브레이크는 2,143cc 배기량에 최고출력 204마력/3,800rpm, 최대토크 51.0kg.m/1,600~1,800rpm을 발휘하며, 0~100km/h 가속 7.8초, 최고속도 235km/h의 성능을 낸다. 동일한 파워트레인에 4륜구동을 더한 E250 CDI 4매틱은 각각 7.9초, 238km/h로 성능이 비슷하다.
0~100km/h 가속이 7.8초라면 꽤 경쾌한 가속감이 느껴질 텐데 실제 주행에서 느껴지는 가속감은 제원에 못 미치는 듯하다. 워낙 부드러운데다 서서히 가속이 붙어나가는 스타일이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전반적으로 힘이 부족하지 않고 넉넉한 편인데도 파워풀하다는 평가보다는 여유롭다는 평가가 더 어울린다.
연비는 복합연비가 15.0km/L다. 왜건의 덩치를 생각할 때 훌륭하다.
디자인은 개인적인 취향이 서로 다르므로 CLS 슈팅 브레이크의 스타일에 대해서도 저마다 의견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대체로 디자인에 후한 점수를 주는 듯하고 필자의 의견도 그렇다.
마침 국내에는 CLS 클래스에 350 가솔린 쿠페와 250 CDI 디젤 슈팅 브레이크만 선보이고 있어, 스타일에 어울리는 달리기 성능을 원하는 이들은 350 쿠페를 선택할 것이고, 공간과 디자인에 경제성까지 고려하는 이들은 어렵지 않게 250 CDI 슈팅 브레이크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