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럭셔리카로 명성을 떨치다 1940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마이바흐’ 브랜드를 2002년 다시 살려 울트라 럭셔리 브랜드로 키웠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으로 인해 결국 브랜드를 폐지했던 다임러가 마이바흐를 메르세데스-벤츠 아래에 두는 방식으로 다시 한번 더 살려 냈다.
국내 판매가 기준으로 6~8억원 수준의 울트라 럭셔리 브랜드였던 마이바흐가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라는 다소 복잡한 이름으로 되살아난 데 대해 그 정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또 그렇게 하고도 경쟁력이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서울 모터쇼에서 ‘마이바흐 S-클래스’를 선보이면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 프레스 컨퍼런스가 거의 끝나갈 무렵, 메르세데스-벤츠 부스 메인 무대 위에는 컨프런스 때 함께 있었던 AMG GT는 사라지고 마이바흐 S600만 넓은 무대를 차지하고 있다. 마이바흐를 좀 더 자세히 소개하는 시간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품 담당 올리버 브리츠(Oliver Britz) 이사가 마이바흐에 대해 상세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가 얼마나 커졌고, 어떤 장비들이 더해졌고, 얼마나 고급스러운 차인지 많은 설명들이 있었지만, 사실 가장 궁금한 것은 마이바흐의 정확한 포지션이었다. 과거 독립 브랜드로 울트라 럭셔리 시장을 양분했던 마이바흐가 메르세데스-벤츠 아래로 들어간다는 것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가 하는 것이다. 올리브 이사는 프리젠테이션을 통해서 현재 메르세데스에는 AMG라는 서브 브랜드가 있는데, 마이바흐 역시 AMG처럼 서브 브랜드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즉, 메르세데스-벤츠에 있는 여러 모델들을 고성능 모델로 개발하면 AMG가 되고, 울트라 럭셔리로 개발하면 마이바흐가 되는 것이다. S-클래스를 예로 들면 일반 S350, S500, S600 등의 모델들이 있고, 고성능 버전으로 S63 AMG, S65 AMG가 있었는데, 이제는 울트라 럭셔리 버전으로 마이바흐 S500, 마이바흐 S600이 더 있는 것이다.
현재 메르세데스-벤츠에는 B클래스를 제외하고는 전 라인업에 AMG 모델이 존재하는데, 그렇다면 향후 E클래스나 CLS, GLE 클래스 등에도 마이바흐 모델이 추가되는 것일까? 기자의 질문에 올리버 이사는 “물론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 논의된 바는 없다. 현재로서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와 메르세데스-마이바흐 풀만 두 가지 모델만 존재한다.”고 답했다.
기자가 다시 마이바흐 G-클래스는 어떨까 하고 장난 삼아 물었는데, 그도 마이바흐 G-클래스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쨌든 마이바흐라는 브랜드의 특성이 소형과 중형 모델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S클래스 이하 모델에 적용될 가능성은 무척 낮아 보이지만, S클래스 쿠페와 SL, GL, G 클래스라면 마이바흐를 기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
메르세데스-벤츠의 서브 브랜드가 된 마이바흐의 경쟁력은 어떠할까?
지난 마이바흐 시절 럭셔리 브랜드의 최상위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 S600이었고, 울트라 럭셔리 브랜드에는 롤스로이스 팬텀과 마이바흐가 자리잡고 있었다. 마이바흐는 나름 57과 62, 57S와 62S, 란도렛, 제펠린 등으로 라인업을 강화했지만 S600과의 간격이 너무 커, 결국 그 사이 시장을 공략한 벤틀리만 큰 성공을 거두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바흐를 철수시켰던 다임러가 다시 메르세데스-마이바흐를 부활시킨 이유는 너무도 명확하게 벤틀리가 주도하고 있는 시장을 잡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즉 S600를 탔던 고객들이 그 위를 원할 때 메르세데스를 이탈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메르세데스-마이바흐로 연결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의도로 개발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는 실물을 직접 보기 전까진 반신반의 했지만 실물을 직접 보고 난 후 그 경쟁력이 무척 높다는 평가를 하기에 이르렀다. 대표적으로 차체가 길이 5,453mm, 휠베이스 3,365mm로 S600 롱휠베이스 모델보다 길이와 휠베이스가 모두 200mm 정도 길어졌는데, 늘어난 길이가 모두 뒷좌석에 적용된 만큼 더욱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했고, 차별화된 개성과 독보성을 표현할 수 있는 광범위한 최상위 편의 사양 및 인테리어 사양을 적용해, 이전 세대 마이바흐에 뒤지지 않는 상품성을 확보했다. 실제로 이전 마이바흐 57보다 휠베이스가 25mm 짧기는 하지만 S클래스를 베이스로 뒷좌석을 더 늘인 만큼 실제 뒷좌석 공간은 더 길다고 메르세데스는 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거의 절반 수준의 가격으로 접근할 수 있지만 뒷좌석 VVIP가 경험하는 것은 과거 마이바흐에 뒤지지 않는다.
휠베이스가 늘어나면서 뒷좌석 공간이 늘어날 때 뒷좌석 창문이 C필러 쪽으로 파고들면서 C필러의 형상이 바뀌었는데, C필러에서 트렁크로 떨어지는 라인에서는 과거 마이바흐의 분위기가 살짝 남아 있고, C필러에는 과거와 동일한 마이바흐 엠블렘이 부착되어 있어 일반 S클래스와 시각적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실제로 무대 위의 마이바흐를 계속 관찰하고 있다가 조금 떨어진 곳에 전시되어 있는 S클래스를 보는 순간, 당황스러울 정도로 S클래스가 왜소해 보였다. 누구는 C클래스인줄 알았다는 사람도 있고, 누구는 마이바흐 옆에서 S클래스가 오징어가 됐다고 하기도 했다.
가격은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00 이 2억 9천 4백만 원(부가세 포함),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500이 2억 3천 3백만 원(부가세 포함)이다. 과거 마이바흐 57은 5억 7천만 원, 62는 8억 5천만 원이었다.
더불어 마이바흐 S-클래스를 넘어 과거 마이바흐 62 수준의 울트라 럭셔리를 원하는 고객을 위해서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의 두 번째 모델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풀만’을 준비해 두고 있다. 마이바흐 풀만은 길이가 6,499mm로 과거 마이바흐 62보다 더 길고, 휠베이스는 4,418mm에 이른다.
뒷좌석에 2열 구조의 시트가 마련돼 서로 마주보고 앉을 수 있으며, 장비의 호화로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마이바흐 풀만의 국내 출시 여부는 현재로서는 매우 불투명하다고 한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의 부활은 당장은 S600 상위 클래스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과거 마이바흐와 함께 울트라 럭셔리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던 롤스로이스는 마이바흐가 떠난 자리에 홀로 남아 팬텀 이후 고스트를 선보이면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 가고 있다. 하지만 벤틀리의 성공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일 수도 있다. 고민하던 마이바흐는 롤스로이스와 경쟁하던 시장보다 더 큰 벤틀리와 경쟁하는 시장으로 갈아 탔다. ‘마이바흐’를 포기하고, ‘메르세데스-마이바흐’를 선택한 다임러의 선택이 현명한 판단이었는지는 이제 머지않아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