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디자인과 첨단 편의, 안전 사양, ZF 9단 변속기를 갖춘 중형 세단 크라이슬러 200은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합작으로 태어나면서 혼혈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가격 경쟁력도 높은 편이지만 가장 치열한 시장에서 낙점 받을 수 있는 확실한 매력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하겠다.
대형세단 300 아래로 오랫동안 라인업을 비워두고 있던 크라이슬러가 중형세단 200을 선보였다. 지난해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데뷔한 후 미국에서 이미 큰 인기를 끌고 있고, 국내에는 지난 2월에 출시됐다. 이제는 많이들 알고 있는 것처럼 크라이슬러와 피아트의 합병으로 탄생한 FCA가 지프 체로키에 이어 2번째로 선보인 모델이다.
우선 이름에서 300 아래 모델이라는 느낌이 강한데, 오히려 엔진이 2.0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점은 방해요소가 될 수 있겠다. (200에는 가솔린 2.4 엔진이 얹혔다.)
외관 디자인은 우선 신선하다. 지금까지 봐온 모델에서 찾아보기 힘든 라인들이 매력적으로 어우러졌다. 유려하게 흐르는 곡선들이 가까워지고, 또 멀어지면서 다양한 면을 만들어내면 그 면들이 다시 우아하게 흐른다. 앞모습은 200의 인상을 결정짓는 가장 핵심이고, 옆모습은 날렵하게 흐르는 차체 라인이 다이나믹하다.
앞모습에서는 라디에이터 그릴 아래에서 헤드램프 위로 이어지는 크롬 라인과 헤드램크를 타고 다시 아래로 떨어지는 LED 데이라이트가 하나의 흐름으로 움직이면서 만들어낸 곡선이 매우 우아하면서도 스포티하다. 더욱이 그 라인이 그대로 아래 부분에 데칼코마니 되면서 멋진 자태를 자아낸다. 그릴 가운데 자리한 은빛 날개도 멋지다.
옆에서 보면 스포츠 쿠페가 연상될 정도로 라인이 날렵하다. 반면 후드 부분이 짧고 너무 낮게 떨어지는 모습은 다소 어색하다. 사이드 미러의 날렵하고 예리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반면, 18인치 휠은 예리한 최신 스타일도 아니고 그 동안 봐 왔던 전형적인 미국 세단 휠 스타일이어서 디자인에 호불호가 나뉠 것 같다. 차체에 곡선이 만이 사용된 때문인지 휠 디자인도 너무 곡면으로만 구성돼 있어 주행감각이 예리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쉽다.
뒷모습에서는 오히려 볼륨감이 많이 강조됐다.
차체 크기는 4,885 x 1,870 x 1,490mm에 휠베이스 2,743mm로 쏘나타보다 길이는 30mm 길고, 휠베이스는 62mm 짧다. 전형적인 중형 세단 사이즈다. 그런데 시각적으로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 점은 단점이 될 수 있겠다.
실내 역시 곡선이 많이 사용됐고,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우아한 스타일이 돋보인다. 가죽은 시각적으로도 질감이 좋아 보이는데, 데시보드 전체를 감싸는 소프트 재질의 플라스틱은 터치감은 좋지만 패턴이 투박해 보여 고급스럽지는 않다.
스티어링 휠의 림 두께가 다소 두꺼운 것도 스마트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반면 계기판은 디자인이 예쁘다.
센터페시아에서 센터 터널로 이어지는 디자인이 상당히 멋지고, 기어 레버를 없애고 다이얼을 적용하면서 센터페시아 쪽으로 이동시켜서 공간 활용성도 무척 높였다. 센터 스택 뒤 쪽 공간도 무척 넓고, 무엇보다 센터 터널 컵 홀더 부분을 슬라이딩 시켜서 열면 그 아래 넓은 수납공간이 또 나온다. 두 개의 공간은 서로 선을 연결할 수 있도록 구멍도 뚫어 놓았다.
오디오는 알파인 시스템이 적용돼 수준급의 음질을 제공한다. 음악을 듣다가 시동을 꺼도 음악이 그대로 살아있고 문을 열면 그 때서야 전원이 차단되면서 음악도 꺼진다.
시트는 가죽 질감이 고급스럽다. 시각적으로도 무척 편안한 느낌을 주는데 앉아 보면 역시 소파 같은 느낌이 조금 난다. 지난번 체로키 때도 시트에 앉으니까 미국차의 편안한 느낌이 많이 묻어 났었는데 200도 그런 느낌이다.
편의 안전장비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적용됐지만 통풍시트나 오토홀드 같은 편의 장비는 많이 빠졌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스티어링 휠의 오른쪽 버튼들로 쉽게 조작할 수 있고, 포드나 링컨의 그것과는 달리 정지와 재출발까지 완벽하게 지원한다.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BSM)은 후방에서 차가 접근하면 노란 경고등을 켜 주고, 옆 차선에 차가 있는데 그 쪽으로 방향지시등을 켜면 ‘삐삐’ 하는 사운드로도 경고해 준다. 차선 이탈 경고 플러스 시스템(LDW Plus)과 차선 유지 어시스트 시스템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하고자 할 경우 스스로 핸들을 돌려서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해 준다. 이 때 핸들을 돌리는 힘이 꽤나 센 편이어서 운전자가 억지로 차선을 바꾸려고 한다면 거의 우격다짐 하듯 밀어줘야 넘어갈 수 있을 정도다. 평상시대로 운전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차선으로 조금씩 접근하게 되는데 그 때마다 스티어링 휠이 저절로 조금씩 돌아가는 느낌이 처음엔 다소 어색하고 긴장도 되긴 하는데 익숙해지면 내가 보호받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 안심감이 생긴다.
이 외에도 풀-스피드 전방 추돌 경고 플러스 시스템(FCW Plus), 후방 교행 모니터링 시스템, 파크센스(ParkSense®) 평행/직각 자동 주차 보조 시스템 등 편의 안전 장비들을 대거 갖췄다.
엔진은 4기통 2.4리터 MultiAir®2 타이거샤크 엔진으로 최고출력 187마력, 최대토크 24.2kg.m의 파워를 제공한다. 이는 이전에 비해 출력은 6%, 토크는 19%가 향상된 성능이다. 변속기는 동급최초로 ZF 9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고, 복합 연비는 10.9km/L다.
기어는 재규어처럼 다이얼식 로터리 E-Shift 가 적용됐는데, D 다음이 L로 일반적인 스포츠 모드와 비슷하다. 하지만 수동으로 변속할 수 있는 장치는 없다.
국내 기준으로 중형세단에 2.0 엔진을 주로 얹는 것과 비교하면 가속은 무척 경쾌하다. 여유가 많다. 고속영역까지 밀어주는 힘도 꾸준하다. 힘에 여유가 있는 만큼 가끔은 수동으로 변속하면서 다이나믹한 주행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들것 같은데, 앞서도 말했듯이 수동변속 기능이 아예 없다는 점은 아쉽다.
급가속하면 1단은 6,000rpm 직전 40km/h에서 변속하고, 2단부터는 6,100rpm 정도에서 변속하는데, 각각 70, 105, 145km/h 부근에서 변속이 이뤄진다. 기어 단수가 많은 만큼 힘이 넉넉한 가솔린 엔진임에도 간격을 무척 좁혀서 세팅했다.
100km/h로 정속 주행하면 기어 8단에서 회전수가 1,750rpm에 이른다. 가솔린 엔진으로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변속기가 9단인 것을 감안하면 100km/h 정도에서도 9단으로 주행할 수 있으면 더 좋을 텐데 아쉽게도 9단으로 정속주행하려면 속도가 더 높아야 한다.
8단 100km/h로 주행하다 기어를 D에서 L로 바꾸면 5단까지 떨어지면서 고회전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 9단 변속기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지프 체로키에 먼저 적용됐고, 중형 세단으로는 처음 적용된 것인데, 이전처럼 이번에도 1, 2단에서 상황에 따라 변속 충격이 꽤 나타났다. 이 변속기 자체의 특성인듯한데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안락한 편이다. 그런데 상황에 따라 다소 애매하다. 분명 물침대는 아닌데 약간의 출렁거림이나 허둥대는 모습도 있고, 어떤 때는 안락한데 또 안정감도 있고. 큰 틀에서는 안정감이 좋은데, 스프링의 끝 단에서 가볍게 노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한마디로 평가하기 어려운데 미국적인 안락함과 이태리식의 안정감을 적절히 버무려 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크라이슬러 200은 북미 시장 외에는 한국이 가장 먼저 소개된 국가다. 그만큼 한국 시장이 시험무대가 되겠다. FCA 코리아는 그런 이유 때문에 가격도 매우 공격적으로 책정했다. 200 리미티드가 3,180만원, 200C 모델이 3,780만원이다. 수입 중형 세단은 물론 국산 중형 세단도 모두 사정권에 들어온다.
그 동안 미국차에서 보기 힘들었던 신선한 스타일과 넉넉한 파워, 그리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어시스트 시스템 등 첨단 편의, 안전 장비도 넉넉하게 갖춘 편이어서 경쟁력이 무척 높아 보인다. 한국 시장에서의 첫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게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