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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품은 아메리칸 하이브리드, 링컨 MKZ 하이브리드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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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세단이 부와 명예를 상징하던 때가 있었다. 20년 전만 해도 고급차의 대명사는 미국차였다. 캐딜락 드빌, 머큐리 세이블, 링컨 타운카같은 차들은 웅장한 바디와 대기를 울리는 V형 엔진의 품격있는 사운드로 도로 위의 모든 차들을 제압했다. 트렌드를 재빨리 파악하지 못한 판단 미스와 내외적인 여러 위기로 말미암아 프리미엄, 럭셔리 등의 수식어를 독일차에 빼앗긴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그랬던 미국차들이 자세를 가다듬고 반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GM에서는 캐딜락이 독일차 대항마로 길러졌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겪은 크라이슬러는 피아트와 손을 잡으면서 유럽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왕년에 여러 브랜드를 거느렸던 포드는 대부분의 브랜드를 정리하고 링컨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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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이나 크라이슬러가 후륜구동 모델들을 통해 독일차와의 정면승부를 노리고 있지만 링컨의 접근 방식은 조금 다르다. 미국적인 상품과 스타일링을 통해 아메리칸 럭셔리를 어필하겠다는 것. 2006년 처음 선보인 뒤 2012년 2세대를 맞이한 MKZ는 그러한 아메리칸 럭셔리의 정석을 보여주는 링컨의 미드사이즈 세단이다. 최근 디자인과 상품성 양면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만큼 더 주목받는 모델이다.

2.0 에코부스트만 시판되고 있던 한국 시장에 얼마 전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됐다. 북미 MKZ 전체 판매량 중 30% 가량을 차지하는 성공한 모델이다. 국내에서도 MKZ가 포드 코리아 전체 판매 중 15% 이상을 담당하는 효자 모델이기에 라인업 확장에 걸린 기대도 크다. 유독 찬 바람이 불던 날, MKZ 하이브리드를 시승하며 그 가치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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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링컨 라인업은 “MK” 뒤에 붙은 알파벳으로 모델명을 구분하는데, “Z”는 과거 링컨의 엔트리 모델이었던 ‘제퍼(Zephyr)’에서 유래한다. 고급 디비전들이 대형 럭셔리 모델만 만들던 1936년, 제퍼는 링컨 최초의 엔트리 급 럭셔리 카로 기획됐다. 그 성공적인 역사는 21세기로 이어져, 2006년 1세대 MKZ 출시 당시 북미명은 제퍼였다. 비록 1년 뒤 브랜드 네이밍 정책에 따라 MKZ로 바뀌긴 했지만, 엔트리 럭셔리 세단이라는 아이덴티티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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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MKZ는 ‘엔트리’라고 하기에는 꽤 크다. 전장*전폭*전고가 4,930*1,865*1,480(mm)에 휠베이스는 2,850mm에 이른다. 전장, 전폭, 전고, 휠베이스 모두 그랜저보다 5~10mm 크다. 큰 몸집에도 불구하고 날렵한 쿠페형 디자인은 차를 컴팩트해 보이도록 하는 효과를 준다. 높은 숄더라인과 두터운 C 필러, 날렵한 형상의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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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은 MKZ 디자인의 절정이라 할 만하다. 가로로 길게 뻗은 테일램프는 과거 대륙을 지배한 아메리칸 세단의 아이덴티티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전위적인 디자인이지만, 기자를 비롯해 시승차를 직접 본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디자인에 호감을 표했다. 이제는 세련됨을 넘어 너무 흔해진 독일차의 디자인과는 확실히 차별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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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모델에 차별화된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현대기아차는 효율 개선을 이유로 하이브리드 모델에 늘 요란한 새 디자인을 씌우고, 하이브리드의 대부 격인 토요타 역시 공기저항 개선 등을 위해 범퍼 디자인을 손보는 경우가 많다. 반면 링컨은 그렇게 호들갑떨지 않는다. 외관 상 하이브리드와 에코부스트 모델을 구별하는 것은 트렁크 리드에 부착된 ’2.0H’라는 뱃지 뿐이다. 효율과 트렌드를 위해 하이브리드를 얹었지만, 아메리칸 세단의 풍채는 포기하지 않는 자세에서 고매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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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역시 링컨만의 세련된 스타일이 도드라진다. 전매특허인 시프트 버튼과 풀 터치 방식의 센터페시아가 인상적이다. 시프트 레버와 기계식 버튼이 없기 때문에 센터페시아 하단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한 수납공간 손실이 만회된다. DSLR 카메라를 넣을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이 확보된다. 물리 버튼을 철저히 배제한 터치 시스템은 보기에는 세련됐지만 주행 중 사용하기는 다소 불편하다. 만져지는 버튼이 없어 손으로 더듬어 버튼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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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재 품질도 동 가격대 수입차 중 최상위권이다. 독일차나 일본차와는 다른 푹신한 가죽 재질감이 특징적인데, 대쉬보드와 시트, 도어트림 등에 넉넉히 투입됐다. 금속과 플라스틱 재질감도 싸구려스럽지 않고 보드랍다. 인테리어 품질의 만족도는 렉서스와 같은 수준으로 우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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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페형 디자인 때문인지 바디 사이즈 대비 실내가 그렇게 넉넉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사이즈는 준대형급이지만, 실내 공간은 중형급이라 보면 되겠다. 물론 후륜구동 경쟁자들보다는 넓지만. 특히 2열 헤드룸이 다소 좁은 점이 불만인데, 대신 6:4 폴딩을 지원하는 우수한 트렁크 활용도가 만회해 준다. 배터리가 추가돼 트렁크 공간에서 손해를 봤지만, 폴딩 덕분에 긴 짐을 싣을 때도 부담이 없다. 트렁크 용량은 일반 모델 대비 122L 적은 314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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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리프랙터블 파노라믹 썬루프다. 천장을 뒤덮는 글래스 루프는 수입 모델에서 심심찮게 만나지만, MKZ처럼 통째로 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거대한 글래스 루프가 통째로 젖혀지는 모습은 동승자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뒷유리를 반쯤 가리지만, 예상 외로 시야의 답답함도 없다. 오픈 에어링을 선호하는 미국인들에게 세단의 품격을 잃지 않으면서 컨버터블급 개방감을 선사하는 파노라믹 썬루프는 퍽 매력적인 사양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그 매력은 변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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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은 대쉬보드 양 끝에 메탈 장식이 더해진 에어 벤트. 보기에는 클래식하고 멋지지만, 주간 주행 시에는 햇빛이 반사돼 사이드 미러 시야를 방해한다. 양쪽 다 예외 없이 말이다. 멋을 위해 사이드 미러를 포기하기에는 안전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 차후 부분 변경 시 반드시 반영돼야 할 문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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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3사와 폭스바겐에 이어 국내에서 5번째로 많이 팔리는 수입차인 포드/링컨의 인터페이스가 여전히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 점도 불만이다. 특히 일부 기능 작동 시 빠른 영어 안내 음성이 나오는건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한국 소비자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한글화 작업이 필수적이다. 향후 소프트웨어적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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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으로 충분히 둘러봤으니 이제 직접 주행해 볼 시간이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 버튼을 누르면 조용히 주행 준비가 완료됐다는 사인이 뜬다. MKZ 하이브리드의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143마력, 최대토크 17.8kg.m을 내는 2.0L 직렬 4기통 앳킨슨 사이클 가솔린 엔진과 70kW(약 95마력)급 전기 모터, 전자제어식 무단변속기(eCVT)로 이뤄져 있다. 병렬식 하이브리드의 특성 상 시스템 출력은 합산 출력보다 낮은 190마력 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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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답게 정지 가속력이 경쾌한데, 결코 경박스럽게 치고나가는 법이 없다. 1,790kg의 차체는 무게감 있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전기 모터는 최고 100km/h까지 주행이 가능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에서는 전기로만 주행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다. 가볍고 효율이 뛰어난 리튬-이온 배터리는 항상 절반 이상의 충전량을 확보하고 있어 EV모드 활용도가 높다. 당연히 시내 연비에서도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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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좀 더 붙이면 엔진 시동이 걸리는데, 회전질감은 평균 이하다. 아무리 앳킨슨 사이클 엔진이라 해도 디젤 수준의 심한 진동은 납득하기 어렵다. 고상한 링컨 세단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또 엔진이 회전하기 시작해도 좀처럼 시원한 가속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요즘 많은 CVT 변속기가 급가속 시 일반 변속기처럼 기어비를 설정해 가속하는 반면, MKZ 하이브리드의 CVT는 주구장창 5,000rpm 수준을 유지하는 예전 방식의 미션 로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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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190마력의 시스템 출력이 가속 내내 좀처럼 와닿지 않지만, 토크가 서서히 배분될 뿐 실제로는 꾸준한 가속이 가능하다. 초고속 영역에서는 다소 힘이 부치지만 시내주행과 100km/h 내외의 고속도로 주행에는 부족함이 없다. 어짜피 MKZ 하이브리드가 스포츠 주행을 즐기는 차는 아니지 않은가. 이 정도면 엔트리 럭셔리 세단으로 일상 주행을 하는 데에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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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예전 미국차처럼 하체가 형편없는 것은 더욱 아니다. 육중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코너링에서 롤링은 적극적으로 억제된다. 센서가 노면 상태를 파악, 각 바퀴의 충격을 분산 흡수시키는 연속 댐핑 제어(Continuously Controlled Damping)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을 조절해 주는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 덕이다. 계기판에 내장된 세팅을 뒤져보면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를 통해 컴포트, 노멀, 스포츠 등 3가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도 있는데, 크게 와닿는 변화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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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모델을 택했다면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연비다. 공인 연비는 복합 16.8km/L, 도심 17.2km/L, 고속도로 16.5km/L로 도심 연비가 더 좋다. 핵심 경쟁모델인 렉서스 ES 300h와 비교해 봐도 더 높은 연비다. 더불어 배기량이 작으니 세금 면에서도 유리하다. CO2 배출량이 새로운 정부 지원금 기준(97g/km)에 못 미쳐(99g/km)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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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시승 간에는 시내보다는 고속도로 연비가 더 좋았다. 연비를 고려하지 않는 주행을 한 시승 간 복합 연비는 17km/L를 기록했으며, 시내 연비는 15km/L, 고속도로 연비는 20km/L을 기록했다. 80km/h정속주행 시 고속도로 연비는 23km/L까지 높아졌다. 전반적으로 공인 연비를 상회했는데, 시내에서도 연비에 더 집중해 운전한다면 충분히 더 높은 연비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실연비에 대해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 연비라면 중장기적인 유지비 면에서도 디젤보다 훨씬 유리할 수 있겠다. 정차 시마다 시동을 껐다 켜느라 바쁜 디젤 경쟁자들보다 훨씬 품격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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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MKZ 하이브리드는 잘 어울리지 않는 3개의 키워드-아메리칸, 럭셔리, 하이브리드-를 완벽하게 조화시킨 모델이다. 독일차를 따라 후륜구동과 디젤 엔진을 얹기에 바쁜 다른 미국차들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걷는 링컨의 야심작이라 할 만하다. 가장 미국적인 생각으로 탄생한 MKZ 하이브리드는 장차 글로벌 시장에서 포드의 럭셔리 모델로 성장하기에 손색 없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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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Z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5,070만 원과 5,570만 원 등 2가지이다. ES 300h와 비교하면 기본형은 120만 원 가량 비싸지만 최상급 모델보다는 600만 원 이상 저렴하고 독일 3사의 E-세그먼트 디젤 라인업에 비해서도 가격 우위가 있다. MKZ가 지난 해 포드/링컨에서 세 번째로 많이 팔린 모델인 만큼 이미 디자인과 상품성의 매력은 입증된 셈이다. 고효율 파워트레인이 추가됐으니 판매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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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적인 럭셔리 디자인과 호화스러운 실내, 하늘을 품은 근사한 파노라믹 썬루프, 여기에 디젤 못지 않은 효율까지. 여러 면에서 MKZ 하이브리드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이 보이는 차다. 독일과 일본의 경쟁자들을 긴장시킬 아메리칸 럭셔리의 반격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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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이재욱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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