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는 오는 4월 2일 개막하는 2015 서울모터쇼를 통해 RC 350 F SPORT와 RC F를 공식 런칭하고 본격적인 국내 판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당초 RC F는 지난 해 부산모터쇼에서 공개된 뒤 작년 11월부터 판매를 계획했지만, 볼륨 모델인 RC 350과 함께 뒤늦게나마 한국 시장에 발을 내딛게 됐다.
RC는 Racing Coupe의 약자로, 과거 렉서스 쿠페 라인업이었던 SC가 단종된 이후 오랜만에 다시 등장한 쿠페 모델이다. 오랫동안 많은 일본 브랜드들이 스포츠 카 라인업을 소홀히 했었는데, 최근 다시 스포츠 라인업이 강화되는 추세에 발맞춰 렉서스 또한 RC를 선보인 것이다.
이미 RC의 스포츠 모델로써의 잠재력은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증명되고 있다. 일본의 GT카 레이스인 SUPER GT 2014년 시즌에서 많은 팀이 RC F 레이스카를 선택, 출전했으며 드라이버와 팀 모두 시즌 2, 3위를 마크하면서 강력한 퍼포먼스를 증명했다.
렉서스 RC는 컴팩트 세단인 IS를 기반으로 한 쿠페 라인업이지만, 그 지향점은 본격 스포츠 드라이빙에 있다. 특히 국내에는 RC 350 F SPORT와 RC F 등 2종의 고성능 라인업이 출시되면서 스포티한 지향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렉서스의 고성능 디비전인 ‘F’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F’의 역사는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IS 세단을 베이스로 한 고성능 스포츠 세단, IS F가 출시되면서 F 디비전은 세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F는 일본의 대표적인 서킷이자 토요타 소유로써 토요타 스포츠 모델 개발의 요람인 ‘후지 스피드웨이(Fuji Speedway)’에서 따온 머릿글자다. 이전에 정숙성과 안락함을 강조해오던 렉서스가 다이내믹 퍼포먼스 드라이빙을 브랜드 전략으로 추가한 이후 등장한 첫 결과물인 셈이다.
IS F 데뷔 이후 렉서스는 일상 모델에서 F의 짜릿한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는 ‘F SPORT’ 패키지를 라인업에 추가했으며, 이와 별개로 강력한 성능과 파워풀한 배기음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슈퍼카 LFA를 연이어 선보였다. 더이상 렉서스가 조용하고 얌전하기만 한 브랜드가 아니라는 선언과도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이었다.
그리고 2015년 현재, 렉서스는 ES와 LS를 제외한 전 라인업에 F SPORT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2015 서울모터쇼를 통해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RC 350 F SPORT 또한 그 중 하나다. 개성 넘치는 디자인과 더불어 동급 최고의 성능과 빼어난 효율을 자랑하는 3.5L V6 직분사 엔진, 첨단 전자장치가 어우러져 렉서스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특별한 쿠페’를 자부한다.
한편, 보다 본격적인 하이 퍼포먼스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F 라인업 또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IS F, LFA에 이어 세 번째로 등장한 본격 F 모델이 바로 RC F다. 5.0L V8 자연흡기 엔진은 467마력(북미 기준)의 최고 출력을 자랑하는데, 터보 일색의 여느 경쟁자들과는 달리 일관된 토크 발산이 특징인 자연흡기 엔진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남다른 메리트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성능이 뒤쳐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0-100km/h 가속시간은 4.5초에 불과하며 최고속도는 300km/h에 육박한다. 이처럼 제원 상의 성능만으로도 경쟁 차종인 BMW M4, 아우디 RS5, 메르세데스-벤츠 C63 AMG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다.
이처럼 강력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RC F가 갖는 남다른 장점은 바로 일상에서 운행하는 데에 전혀 부담이 없다는 것. 행인이나 다른 운전자들을 배려해 렉서스는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이라는 배기음 제어 시스템을 장착했다. 덕분에 외부에서는 여느 렉서스 못지 않게 정숙하지만 차내의 운전자는 파워풀한 V8 엔진의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다. 쩌렁쩌렁한 배기음으로 타인에게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이같은 렉서스만의 배려는 독일차 못지 않은 퍼포먼스와 어우러지면서 섬세한 완성도를 돋보이게 해 준다.
한국토요타의 요시다 아키히사 사장은 렉서스의 상품전략의 하나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차’를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컴팩트 SUV인 NX의 스포티 모델, NX 200t를 올해 첫 신차로 런칭한 데 이어 RC 350 F SPORT와 RC F를 연이어 출시하면서 한국 소비자들에게 ‘가슴 두근거리는 진정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것이 렉서스의 야심찬 계획이다.
렉서스 관계자는 새로 출시되는 2종의 스포츠 쿠페가 판매 면에서 큰 신장을 이뤄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렉서스만의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퍼포먼스를 한국 시장에 선보임으로써 ‘F 매니아’를 확대시키고,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한국에 렉서스의 브랜드 철학을 깊이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요컨대 당장의 판매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보다 역동적으로 개선하는 데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IS F 단종 이후 한 동안 눈에 띄는 스포츠 모델을 선보이지 않았던 렉서스의 행보가 심상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미 프리미엄 세단인 GS를 바탕으로 한 GS F가 공개된 바 있으며, 향후 2.5L V6 엔진을 보다 경쾌한 퍼포먼스의 2.0L 터보 엔진으로 대체함으로써 브랜드의 전반적인 퍼포먼스를 상향조정할 계획이다.
과연 렉서스의 이러한 도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서울모터쇼에서 데뷔하는 RC/RC F 두 모델이 그 열쇠를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