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개설한 ‘윈터 드라이빙’ 과정을 통해 BMW M3와 M4로 빙판에서 드리프트를 배웠다. 차에 무리도 덜 가고, 타이어도 거의 안 닳고, 연기도, 소음도 없는 아주 친환경적인 드리프트 교육이었다. 4시간 정도의 교육을 통해서 완벽하게 드리프트를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가장 안전하고 가장 체계적으로 드리프트에 입문하는 좋은 과정임에 틀림없다. 드리프트를 배운다는 것은 자동차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을 알게 되는 것이기도 하고, 위급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을 키우는 좋은 습관을 익히는 것이기도 하다. 겨울의 한 복판, 최고의 퍼포먼스 카 M4를 빙판위에서 미끄러뜨린 현장으로 같이 가 보자.
후륜구동 스포츠카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 중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드리프트다. 전륜구동 자동차나 힘이 부족한 일반 승용차로는 아예 즐길 수가 없고, 후륜구동 스포츠카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저런 이유로 즐길 엄두를 못 내기도 하지만, 타이어 타는 연기를 내 뿜으며 미끄러지는 자동차를 멋대로 컨트롤하는 모습은 언제나 선망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후륜구동 스포츠카를 가지고 있는데도 쉽게 드리프트를 즐길 엄두를 못 내는 이유는 뭘까? 우선 드리프트는 미끄러지는 자동차를 정교하게 컨트롤해 내야 하는 꽤 고난도의 운전기술이다. 그러다 보니 그냥 대충 연습해서 쉽게 익히기가 어렵고 특별히 드리프트 스쿨 등을 통해서 운전 기술을 배우는 것이 좋은데, 시간을 내기도, 마땅한 드리프트 스쿨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드리프트를 하게 되면 우선 타이어의 소모가 엄청 나다. 차체에도 상당한 스트레스가 가해진다. 그리고 엄청난 소음과 먼지 등도 문제다.
그래서 BMW 코리아가 준비했다. 영종도에 위치한 드라이빙 센터 내 원선회 코스와 다목적 코스에 물을 뿌려 빙판을 만들고, 그 위에서 드리프트를 배워보는 ‘BMW 윈터 드라이빙’ 코스를 겨울 동안 운영하는 것이다. 그것도 개인의 차가 아닌 드라이빙 센터에서 운영하는 M3와 M4를 직접 운전하면서 드리프트를 배울 수 있다.
BMW 윈터 드라이빙 과정은 90분 짜리 ‘스노우 베이직’과 140분짜리 ‘스노우 M 드리프트’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스노우 M 드리프트는 스노우 베이직 혹은 어드밴스트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참여할 수 있다. 참가비는 스노우 베이직 10만원, 스노우 M 드리프트 30만원이다. 차량대여, 연료, 타이어, 강사료가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이 과정이 생긴 것을 알고 무척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BMW 코리아의 초청으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먼저 스노우 베이직 과정에 들어갔다. 이론 교육 시간에는 운전자세, 스티어링 휠 작동 방법,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 등의 기본적인 운전 지식과 함께, 일반 도로가 아닌 빙판에서의 주행인 만큼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서 배웠다.
실제 주행 체험은 다목적 코스에서 진행됐다. 준비된 자동차는 BMW 7, 6, 5시리즈 등이었다. 기자는 선택 우선권 추첨에서 1번을 뽑아 6시리즈 그란쿠페를 선택했다. 모든 차량에는 윈터 타이어가 신겨져 있었다. 강사를 따라 얼음과 눈으로 덮여 있는 다목적 코스에 들어서자 여러 개의 콘으로 꾸며진 다양한 코스가 준비되어 있었다.
가장 먼저는 시속 30km/h 정도에서 급제동하는 체험이었다. 빙판길이니 제동 거리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윈터타이어 덕분에 우려보다 쉽게 제동이 이뤄졌다. 다음에는 빙판 언덕을 오르는 체험이었다. 중간에 멈추지 않고 탄력을 받아 오르자 어렵지 않게 넘을 수 있었다.
다음은 슬라럼이다. 콘을 통과할 때마다 의도적으로 파워를 높여서 뒷바퀴가 미끄러지도록 유도한 후 카운터스티어를 통해서 방향을 잡아나가는 연습을 하는 과정인데, 처음에는 DSC를 켠 상태라 오버스티어가 나더라도 자동차가 제어해 줘서 쉽게 슬라럼을 할 수 있었다. 카운터스티어는 후륜구동 자동차의 뒷바퀴가 미끄러지면서 오버스티어가 발생할 때 스티어링 휠을 원래 가고자 하던 반대방향으로 빠르게 돌려서 차체의 진행 방향을 조절하는 스티어링 조작법을 말한다.
2차 시기에는 속도를 40km/h까지 높여서 제동을 실시했고, 더 긴 제동거리가 필요함을 체험했다. 언덕을 오를 때는 중간에 멈춰 썼다가 다시 오르기를 시도해 봤지만 헛바퀴만 돌 뿐 조금도 올라가지 못했다. 당연한 결과다. 결국 후진으로 내려와서 다시 탄력을 받아서 중간에 멈추지 않고 언덕을 넘었다. 슬라럼은 DSC를 끄고 도전했다. 콘을 통과하면서 파워를 과하게 주면 오버스티어 이후 바로 스핀해 버린다.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는 시점을 잘 감지해서 늦지 않게 카운터스티어를 하면서 파워도 적당하게 줄여줘야 한다.
3차 시기부터는 역시 DSC를 끈 상태에서 슬라럼만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모든 콘을 오버스티어와 카운터스티어로 드리프트를 연출하면서 통과하는 연습이다. 일반적인 슬라럼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처음에는 조금만 세게 엑셀을 밟아도 스핀해 버리기 일수였지만 점차 익숙해져 가면서 엑셀을 밟는 정도와 카운터 스티어 시기 등이 정교해지기 시작했다.
과정 후반부에는 윈터 타이어가 아닌 썸머 타이어가 장착된 차량으로 코스를 주행하면서 훨씬 더 컨트롤 하기 어려운 상황을 경험하고, 윈터타이어 만으로도 얼마나 주행이 더 안정적일 수 있는지를 체험했다. 마지막으로는 xDrive가 장착된 차량으로 코스를 주행하면서 xDrive의 강력한 성능을 체험했다. 언덕길에 멈춰 섰다가 다시 출발하는 것도 말 그대로 식은 죽 먹기였고, 언덕 옆 길을 비스듬히 누워 거의 옆으로 넘어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주행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이렇게 스노우 베이직 과정은 마무리됐다. 후륜구동 자동차의 주행 특성과 빙판길에서의 안전 운전 요령, 드리프트 기초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오후에는 고대하던 스노우 M 드리프트 과정에 들어갔다. 역시 이론 교육을 먼저 받았다. 드리프트의 원리를 배우고,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는 상황 연출과 이후 정교하게 스티어링 휠과 엑셀을 조작해서 부드럽게 드리프트를 이어 나가는 조작법을 그림과 영상으로 먼저 배운 것이다.
스노우 M 드리프트 과정은 드리프트를 처음 경험하고 배우는 과정인 만큼 원선회를 마스터하는 정도가 과정의 목표다. 하지만 처음 배우는 이들이 불과 4시간여 만에 원선회를 마스터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고 한다. 사실 기자는 지난해 겨울 드리프트를 조금 배워 본 적이 있었는데, 원선회와 8자 선회의 감을 익히는데 거의 4~5시간 정도가 걸렸었다. 그 때의 경험을 통해 원선회는 어느 정도 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빙판에서의 드리프트인 만큼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하면서 도전하게 됐다.
이론 교육을 마치고, 실습을 위해 원선회 코스로 가야 하지만, 최근의 포근했던 날씨 때문에 원선회 코스의 빙판 노면 상태가 좋지 않아 아쉽게도 다시 다목적 코스로 이동해서 진행했다. 하지만 과정이 스노우 M 드리프트인 만큼 이번 과정에서는 M을 탄다는 점은 정말 신나는 일이다. M3와 M4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세대까지는 M3밖에 없었지만 3시리즈 쿠페가 4시리즈로 진화하면서 M4도 등장했다. 최고출력 431마력을 뿜어내는 직렬 6기통 3리터 트윈터보 엔진이 얹혔고, 변속기는 듀얼클러치 7단 DCT다. 빙판에서 431마력이라니 흥분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실습은 원선회 연습으로 바로 시작됐다. 콘을 세워두고 드리프트로 원을 그리면서 그 콘 주위를 도는 연습이다. 처음엔 정상적으로 원을 그리며 돌다가 엑셀량을 늘리면 오버스티어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카운터스티어로 방향을 수정하고, 엑셀량을 적당하게 유지하면서 오버스티어를 지속적으로 발생시키고, 스티어링 휠을 풀었다 감았다 하는 조작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드리프트를 해나가야 한다.
젖은 아스팔트나 마른 아스팔트에서 어느 정도 원선회에 익숙해져 있는 기자지만 빙판 위에서 정교하게 엑셀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마른 아스팔트에서는 회전수를 지속적으로 4~6천rpm을 유지해 주면서 드리프트를 하게 되는데, 빙판 위에서는 조금만 회전수가 급격하게 올라가면 카운터스티어로 방향을 수정하기도 전에 어김없이 스핀을 해 버린다. 결국 회전수를 3천 rpm 정도까지 올리되 지속적으로 적당한 오버스티어를 발생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함께 참가한 다른 기자들도 자동차 전문기자로 베테랑급 운전실력을 갖춘 기자들이어서 상황에 무척 잘 적응해가면서 빠른 속도로 실력을 갖춰 나갔다.
빙글빙글 정신 없이 도는 사이 차 안은 후끈 더워지고, 점차 집중도가 떨어져, 아차 하는 순간 또 스핀하기 일수였다. 쉬어야 할 타이밍이다. 약 1시간 정도의 연습 후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이제 이번 과정의 마지막 시간이다. 원선회 반경을 조금 넓혀서 좀 큰 원을 그리면서 드리프트 하는 연습을 하고, 마지막으로 반경을 한 번 더 넓혀서 직경 약 10mm 정도의 원을 그리면서 드리프트 하는 연습까지 이어졌다. 기자는 이미 드리프트 연습을 좀 해 본 터라 오히려 반경이 커지니까 더 수월하게 원선회를 할 수 있었다. 물론 마른 땅에서 할 때보다 엑셀량을 정교하게 유지하기 위해 훨씬 더 긴장해야만 했다.
예전 드리프트를 배울 때 강사가 한 이야기가 타이어에 그립이 어느 정도 있어야 훨씬 더 컨트롤하기 쉽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빙판에서 해 보니 확실히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훨씬 더 쉽게 미끄러지고, 조금만 거칠어져도 스핀해 버리기 때문에 더 정교한 조작이 필요했다.
140분간의 스노우 M 드리프트 과정이 눈깜짝할 사이에 끝이 났다. 조금이라도 더 즐기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센터로 복귀했다.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는 이번 겨울 윈터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통해서 스노우 M 드리프트 과정을 처음 열었고, 이제 날이 풀리면 원선회 코스에 물을 뿌린 상태에서 배우는 드리프트 과정과 더 나아가 심화 과정도 곧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드리프트를 배우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스노우 M 드리프트, 그리고 젖은 노면에서의 드리프트, 그리고 마지막에 심화과정 순으로 차례차례 배워나가는 것이 가장 쉽게 드리프트를 배워가는 방법이라고 한다. 기자의 생각에도 그 순서가 가장 좋겠다는 생각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처음으로 드리프트에 입문하는 수강생들은 한번의 스노우 베이직과 스노우 M 드리프트 과정만으로 원선회를 완전히 익히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체계적으로 하나하나 배워나가면 보다 안전하게, 그리고 보다 즐겁게 자동차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더불어 드리프트가 그냥 차를 가지고 노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도로 주행에서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위급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을 키워준다는 점에서도 보다 많은 이들이 이런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운전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벌써부터 심화과정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