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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섹시 럭셔리 세단,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S Q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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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6세대 콰트로포르테는 그 어느 세대보다 매력적인 보디 라인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대형 럭셔리 세단이다. 실내는 세련된 디자인 속에 속된 말로 ‘깨는’ 부분들이 간혹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달리기 실력은 이전보다 한 층 더 세련되어 졌지만, 육지로 올라온 인어공주처럼, 이전 세대 모델이 들려 줬던 페라리에 견줄만한 매력적인 배기음은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됐다. 사륜구동 Q4가 더해지면 한겨울 쏟아지는 폭설이나 빙판길도 두렵지 않다.

수퍼카가 섹시하기란 쉽다. 아니 섹시하지 않은 수퍼카는 재앙이다. 하지만 대형 럭셔리 세단이 섹시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풍만한 여유를 생각할 모델이지 섹시를 생각할 모델이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여기 완벽에 가깝게 섹시한 대형 럭셔리 세단이 있다. 바로 6세대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다.

5세대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5세대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이태리 어느 시골 아줌마 같았던 이전 5세대 콰트로포르테는 잊어라. 여기저기 느슨하고 엉성하고, 완성도가 떨어졌던 이전 5세대 콰트로포르테는 잊어라. 폭발적인 가창력을 제외하곤 별로 기억에 남지 않았던 이전 5세대 콰트로포르테는 제발 잊어버려라. 새로운 콰트로포르테는 밀라노 패션쇼 런웨이를 걷고 있는 완벽한 섹시 모델이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냥 몸매만 좋은 모델이 아니라 세련된 지성과 기품 있는 예절까지 어느 정도 겸비한 수퍼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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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트로포르테가 등장한 것은 196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우리가 콰트로포르테를 직접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2003년 등장한 5세대 모델이 국내에 상륙하면서부터다. 그리고 지난 2013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6세대 콰트로포르테가 등장했고, 그 해 말 한국에도 들어왔다. 그리고 거의 1년이 지나서야 새로운 콰트로포르테를 만날 기회가 생겼다. 매서운 한파와 폭설이 번갈아 가며 한반도를 꽁꽁 얼리던 날에 이태리산 스포츠 세단이라니? 하지만 걱정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반가울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의 후륜구동 스포츠 세단이 아니라 마세라티 최초로 4륜구동을 적용한 Q4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사진과 실물을 여러 번 봐오긴 했지만 이틀 동안 함께하기 위해 눈앞에 나타난 콰트로포르테는 첫 눈에 묘한 신비감이 일었다. 늘씬하지만 앞뒤 모습이 둥글둥글했던 지난 세대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섹시한 자태로 인해 과연 이 차가 대형 세단이 맞나 싶은 의구심까지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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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콰트로포르테의 크기를 확인해 봤다. 차체 크기가 5,265 x 1,950 x 1,475mm에 휠베이스가 3,170mm나 된다. 길이가 5미터를 훌쩍 넘고, 휠베이스도 3미터보다 한참 길다. 대형 세단의 대명사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크기와 비교해 보지 않을 수 없다. S클래스 스탠다드 모델은 5,120 x 1,900 x 1,500mm에 휠베이스가 3,035mm로 콰트로포르테의 크기에 한참 못 미친다. 결국 S클래스 롱휠베이스 모델을 확인해보니 5,250 x 1,900 x 1,500mm, 휠베이스 3,165다. 이럴 수가! 콰트로포르테가 S클래스 롱휠베이스 모델보다 길이와 휠베이스 모두 길다. 심지어 폭도 더 높고, 높이는 25mm 낮다.

감이 오는가? S클래스 롱휠베이스 크기의 모델을 앞뒤로 조금 늘이고, 옆으로도 늘인 뒤에 키를 살짝 낮췄다. 그리고 볼이고, 쇄골이고, 옆구리고, 엉덩이고, 허벅지고, 종아리고 할 것 없이 모조리 지방을 걷어내면서, 볼륨감이 있어야 할 곳은 완벽하게 살려냈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 모습이 실제로 콰트로포르테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이처럼 완벽에 가까운 변신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바로 환상적인 라인을 자랑하는 쿠페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의 바디라인을 만들어 낸 피트니스 센터에서 그와 매우 흡사한 바디라인을 가꿔냈기 때문이다. 분명 5미터가 넘는 대형 세단임에도 멀리서 보면 그란투리스모의 라인이 살아 있다. 허리가 좀 더 길이진 그란투리스모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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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외모에 취해 있다가 실내로 들어서는 순간에도 섹시함은 그 빛을 잃지 않는다. 4개의 도어가 모두 프레임리스 도어다. 대형 세단에 프레임리스 도어가 적용된 모델은 아마 애스턴마틴 라피드와 콰트로포르테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라피드는 차체 크기면에서 콰트로포르테보다는 살짝 작은 것을 감안하면 콰트로포르테의 진가가 더 빛난다. 잘 알려진 것처럼 콰트로포르테라는 이름은 ’4개의 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 동안 스포츠카만 만들던 마세라티가 처음으로 4도어 세단을 만들었다는 상징을 담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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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막상 실내로 들어서면서 드는 느낌은 외모가 그렇게 매력적이었던 그녀가 아내가 되고 아줌마가 되어가는 그 어느 중간 정도의 모습이랄까? 여전히 예쁘고 섹시한 모습과 전혀 예쁘지 않은 모습이 공존한다.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 시프트 패들, 대시보드 라인, 아날로그 시계, 시트 등이 전자에 해당하고, 센터페시아 모니터와 센터터널, 도어 트림 등이 후자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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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스티어링 휠은 예리한 삼지창 로고가 강렬한 이미지를 더해 촉각과 시각적으로 지금 내가 마세라티의 날렵한 스포츠카에 앉아 있음을 잘 느끼게 준다. 계기판도 상당히 스포티하지만 욕심 같아선 아예 페라리같은 스포츠카 느낌이 나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시프트 패들은 칼럼에 고정된 방식이고, 알루미늄 재질로 되어 있어 느낌이 좋긴 하지만 역시 좀 더 예리하게 다듬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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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시선이 많이 가는 센터페시아 모니터가 크라이슬러 300C를 쏙 빼 닮았다는 점에서는 실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하지만 기능적으로는 꽤 만족할 만하다. 터치가 지원되는 스크린에는 하단에 메뉴들이 정돈되어 있어서 다양한 메뉴들을 조작하기 편리하다. 냉난방 시트도 스크린에서 조작한다.

오디오는 바우어스 앤 윌킨스(Bowers & Wilkins) 시스템을 적용했다. 대시보드, 도어, 뒷좌석 선반 등에 설치된 총 15개의 스피커를 통해 1,280 와트의 출력을 품어내 이탈리안 명품 바디와 어울리는 멋진 사운드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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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식 기어 레버는 작동 방식이 300C, 아우디 A8과 같은 방식으로 자동 8단 변속기를 조작할 수 있다. D에서 버튼을 누르지 않고 기어 레버를 위 아래로 움직이면 수동으로 변속이 된다. 별도로 버튼을 누르거나 기어 레버를 좌우로 움직이지 않아도 수동모드가 되는 점은 상당히 발전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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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작업으로 완성된 폴트로나 프라우(Poltrona Frau®) 가죽 시트는 질감이 뛰어나고, 몸을 잘 잡아주고, 라인들도 화려한 편이다. 그럼에도 조금 더 근육질이 살아 있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고, 실내 곳곳도 충분히 화려한데도 조금씩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외관이 그만큼 멋지기 때문에 실내 또한 기대감이 높아져서다.

6세대 콰트로포르테의 변신은 파워트레인에서도 계속된다. 그 동안 페라리에서 가져온 V8 자연흡기 엔진을 적용해 왔던 마세라티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V6 터보 엔진과 디젤 엔진까지 도입했다. 더불어 마세라티의 성장도 가속을 더하고 있다. 마세라티도 한 때는 터보 엔진으로 명성을 날렸었고, 이제는 페라리도 적극적으로 터보 엔진을 적용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새로운 터보엔진에 상당한 기대를 걸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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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시승한 콰트로포르테는 겨울이라는 계절에 어울리게 4륜구동을 채택한 콰트로포르테 S Q4 모델이다. 현재 Q4 시스템은 콰트로포르테 S에만 얹히고 있다. 콰트로포트테 S에는 지난 세대의 V8 4.2리터 자연 흡기 엔진 대신 새롭게 적용된 V6 3.0 트윈터보 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 410마력/5,500rpm과 최대토크 56.1kg.m/1,650~5,000rpm을 발휘하며, 성능은 0~100km/h 가속 4.9초, 최고속도 284km/h에 이른다. 변속기는 자동 8단이다.

배기량이 대폭 줄었지만 출력이 400마력에서 410마력으로 높아졌고, 가속은 5.5초에서 4.9초로, 최고속도는 270km/h에서 284km/h로 모두 크게 향상됐다. 진정한 다운사이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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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모델답게 스마트 키가 적용됐는데, 시동 버튼은 르망 레이싱카의 전통을 따라 스티어링 칼럼 왼쪽에 자리하고 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는데, 뭔가 심심하다. 너무 조용하다. 5세대 콰트로포르테의 폭발적인 배기음은 어디로 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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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달려보면 가속력이 상당히 좋아진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제원상으로는 4.7리터 엔진을 얹은 지난 세대 콰트로포르테 스포츠 GTS의 5.0초보다도 더 빠르다. 이렇게 덩치 큰 차가 3리터 엔진을 얹고 이 정도로 달린다는 것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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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더 짜릿한 것은 고속 주행이다. 일반적으로 초반에 강력하게 가속하고 중 고속영역으로 가면서 가속이 크게 둔화되는 차들과는 달리 초반이 수퍼카급 가속은 아니지만 고속영역으로 올라가면서도 가속이 크게 둔화되지 않는다. 꾸준하게 속도계 눈금을 밀어 올리는 실력이 놀랍다. 대형 럭셔리 GT답다.

주행 안정감은 크게 나무랄 데가 없다. 중저속에서는 단단하면서도 세련된 편안함이 잘 묻어나는데, 독일 럭셔리 세단들과 비교하면 꽤 단단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 차의 성격을 잘 이해한다면 단단함이 결코 싫지 않은 매력으로 다가온다. 고속에서도 부족하지 않은 안정감을 갖췄는데, 포르쉐 파나메라 수준의 안정감과는 차이가 있고, 더 부드러움이 강조됐다. 전반적으로 지난 세대 모델에 비해서는 훨씬 더 세련된 달리기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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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새 콰트로포르테의 단점은 뭘까? 시동을 걸면서 바로 촉이 왔던 것처럼 이전 세대 콰트로포르테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강렬한 배기음이 사라진 것이다. 6기통과 8기통의 차이를 떠나서 기본적으로 배기음 자체가 많이 약해졌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배기음은 한층 더 우렁차지긴 하지만 이전 세대에 비하면 애기 사자 울음소리다. 사실 이전 세대를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지금의 배기 사운드로도 큰 매력을 느끼겠지만 지난 세대 맹수의 울부짖는 소리를 경험한 이들에겐 안타까움을 뭐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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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승에서 가장 궁금한 것 중의 하나가 마세라티 최초로 도입된 사륜구동 시스템 Q4였다. 비록 짧은 시승 일정이지만 애써 얼음과 눈이 살짝 덮여 있는 곳을 찾았다. 어차피 아무리 사륜구동이라 하더라도 눈길을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Q4의 성능을 테스트 해 보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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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의 Q4 시스템은 평소에는 완벽한 후륜구동으로 주행한다. 동력이 뒷바퀴에 100% 집중된다. 그러다가 급출발 시나 주행 중 뒷바퀴에 슬립이 감지되면 즉시 최대 50%까지의 구동력이 앞바퀴로 이동한다. 그런데 구동력이 앞바퀴로 이동하는 것을 운전자는 절대 눈치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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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 뒤 살짝 녹았다가 다시 얼어서 얼음판이 된 길을 콰트로포르테는 완전 무심하게 주행한다. 분명 어느 순간 구동력이 앞바퀴로 전달됐기 때문에 가능한 주행인데 그 변화를 전혀 알아차릴 수 없었다. 얼음이 덮인 코너도 부드럽게 돌아나간다. 후륜구동 자동차로는 절대 불가능한 주행이다. 조금 세게 가속페달을 밟으면 순간 뒤가 돌아가지만 즉시 전자장비가 동력과 브레이크를 제어해 길을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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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밭을 달리는 것은 더 쉽다. 차체가 낮다 보니 눈이 깊게 쌓인 곳은 달릴 수 없지만 도로에 방금 눈이 내려 덮인 수준이라면 못 갈 도로는 없어 보인다. 마침 넓게 눈이 덮인 곳이 있어서 ESC를 끄고 차체를 미끄러뜨려 봤더니 드리프트 하는 거동이 확실히 4륜 구동의 자세다. 앞 바퀴의 카운트 각이 크기 않은데도 자연스럽게 도넛을 그리며 드리프트 주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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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대 콰트로포르테 S Q4는 다운 사이징 덕분에 4륜 구동을 더하고도 지난 세대 콰트로포르테보다 연비가 더 좋아졌다. 거기다 가격도 많이 낮아졌다.

물론 완성도 면에서 독일차의 완벽함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보다 더 큰 차가 이렇게 섹시한 바다라인을 갖추고 있으면서, 이렇게 잘 달리고, 거기다 눈길도 거침없이 달릴 수 있다니, 6세대 콰트로포르테는 10년이 넘게 수 많은 차들을 시승해 온 내게도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안겨줬다. S클래스를 향한 동경과도 완전히 다른 차원의 동경을 가지게 됐다. 설령 고성능 S 63 AMG와 비교하더라도 새로운 콰트로포르테는 자신만의 확실한 매력이 돋보인다. 평소 작은 차를 선호하지만 대형차임에도 이렇게 섹시하다면 거부할 명분도 자신도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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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박기돈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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